지난 9월 대구가톨릭대병원은 도약을 위한 청사진 하나를 내밀었다. 바로 '(가칭)간담췌병원 설립'이다. 현재 암센터·장기이식센터의 내부를 새롭게 구성,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대구가톨릭대병원 내 간담췌병원은 간, 담도, 췌장 분야에서만큼은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최고를 넘볼 각오로 준비중이다.
간담췌병원 TF 팀장인 한영석 교수는 적어도 대구경북 안에서는 간담췌 분야의 '명의'로 소문이 자자한 의사이기도 하다. 한 교수를 만나 앞으로 대구가톨릭대병원 안에 만들어질 또 다른 병원인 '간담췌병원'에 대한 계획과 포부를 들어봤다.
- 의료공백 문제로 전공의들이 없어서 힘들텐데 간담췌병원 추진까지 하려면 많이 바쁠 것 같다.
▶사실, 간담췌외과는 전공의가 지원을 하지 않은 지 꽤 오래 됐다. 그렇다보니 전공의 없이 외래진료, 수술 등을 해 온 지가 10년 이상이라 오히려 크게 힘든 점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막상 대구에서 이 분야를 하려는 학생이나 전공의들도 결국엔 다 서울로 갔고, 그 많은 인력이 받쳐주던 서울은 지금 전공의들이 다 빠져버리니 힘든 거다. 대구는 쭉 전공의 없는 상태로 버텨오고 있었다.
- 대구경북의 간담췌외과 현실은 어떠한가?
▶말하기 그렇지만 '폭망' 상태라 보면 된다. 췌장암이나 담도암 관련 수술은 체력적인 한계도 있고 특수 내시경을 사용할 줄 아는 인력도 필요한데 그런 실력을 가진 의사들이 대부분 그만두고 나가고 있다. 의료진의 노력이 부족해서일수도 있지만 수술 팀을 만들고 싶어도 그럴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다. 이건 간담췌외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 대구가톨릭대병원의 '간담췌병원 추진'도 결국 지역의 간담췌외과 분야의 문제점을 어떻게든 해소해보려는 움직임 아닌가?
▶당장 서울과 대구 의료진들의 양적, 질적 격차가 문제다. 이게 문제가 되는 이유는 첫 번째, 환자들의 선택권, 두 번째는 젊은 의사들의 선택권 때문이다. 간담췌 분야는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서울 아니면 선택권이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적어도 대구경북의 환자들이 서울로 왔다갔다하는 불편함은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에 더해 대구경북지역의 간담췌 질환을 앓는 환자들을 우리 병원에 오게 할 수 있으면 그만큼 치료 경험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간담췌분야를 전공하고 싶은 학생이나 전공의들이 서울로 갈 필요도 없어질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 표현이 '간담췌센터'가 아니라 '간담췌병원'이다. 굳이 '병원'이라고 명명한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규모'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대구경북도 인구가 적지는 않기 때문에 적어도 이에 맞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대구경북의 간담췌질환 환자들을 우리가 다 흡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구경북 환자들을 확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영남지역을 넘어 서울에서까지도 우리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 '센터'가 아니라 '병원'으로 추진하게 되면 규모가 커지면서 간담췌질환에 맞는 다양한 진료과와의 협진이 가능해진다. 간담췌외과 뿐만 아니라 내과, 영상의학과, 마취과 등 간담췌질환 수술과 관련한 모든 진료과와 인력을 확보해서 추진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본다. 현재 대구가톨릭대병원 안에 있는 간담췌병원 추진 팀 구성원들의 실력 또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대구가톨릭대병원이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적으로 간담췌분야에서 중심이 될 수 있도록 만드려 한다.
- 교수님이 구상하는 간담췌병원이 성공적으로 출범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지역 의료계와 지역민의 지지가 우선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대구지역 상급종합병원이 백화점식으로 진료과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모든 진료과를 다 잘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투자에 따른 현실적인 문제를 무시할 수 없다면 적어도 대구의 경우는 각 상급종합병원 별로 특성화를 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간담췌를 맡겠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우리가 추진하는 간담췌병원은 전국적으로, 혹은 세계적으로 충분히 신뢰를 얻을 만한 실력을 갖추려고 노력해왔던 사람들이 모여서 그 노력과 실력들을 우리 사회로 환원시키는 것을 큰 목적으로 두고 있다. 나와 함께 하는 의료진과 지역 의료계가 이 부분에 대해 함께 생각할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 교수님이 꿈꾸는 '대구가톨릭대병원 간담췌병원'의 모습은?
▶환자들은 내 앞에 있는 의사가 내 병을 치료하는데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직감적으로 안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의료진이 환자 앞에서 치료에 자신없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병원이어야 한다. 전문적인 수술 실력을 가진 의사들이 모여서 수술 팀을 구성하고 치료에 들어갈 수 있다면 자신감을 줄 수 있고 이는 의료진과 병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것이다. 힘들긴 하겠지만 그렇게 하나둘씩 만들어가다 보면 간담췌질환 분야에 관심이 많은 대구경북의 젊은 의료인들도 뛰어들것이고 좋은 의사들도 배출될 것이다. 그렇게 대구경북 안에서 환자와 의사가 서로 득을 보는 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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