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지지율 하락 속 고심 깊은 與…野, 탄핵 공세는 거세져

입력 2024-11-03 17:09:33 수정 2024-11-03 20:40:41

TK 지지율 전국 평균보다 낮아…추경호, "처절하게 고민해 답 찾겠다"
20%선도 무너졌는데…한동훈, '尹 차별화' 전략 고수할까
野, 장외투쟁 불사하며 김 여사 특검 압박…탄핵 목소리도 커져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20%선마저 무너지며 집권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자 반등의 계기를 찾기 위한 여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 촉구는 물론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등 대여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추경호, "더 처절하게 고민"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 부정 평가는 72%로 각각 집계됐다.

갤럽 집계 기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 아래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역별 지지율을 보면 대구경북(TK) 지지율은 지난주 조사 대비 8%p 하락한 18%를 기록했다. TK 지역 지지율이 10%대로 나타난 것도 취임 후 최초다.

윤 대통령의 전국 평균 지지율보다 보수의 텃밭으로 여겨진 TK 지역 지지율이 1%p 낮게 나왔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한국갤럽 홈페이지 참조)

이처럼 윤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자 집권여당 국민의힘 안팎에서도 국정 동력을 잃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3일 기자들과 만나 이 상황에 대해 "굉장히 무겁고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당 대표를 중심으로 의견을 모아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뭐가 있을까 폭넓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대통령실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여러 입장을 내는 문제를 고민 중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TK 지지율이 낮은 점에 대한 기자 질문에 추 원내대표는 "전국민이 느끼는 공통 변수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저희가 더 치열하게, 처절하게 고민하면서 답을 내고 열심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여론조사 정상화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韓, 4일 진전된 메시지 낼까

윤 대통령, 국민의힘을 향한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 명태균 씨 간 통화 녹음이 공개된 뒤 나흘째 침묵을 지키며 고심을 이어가고 있다.

한 대표는 임기 단축, 하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야권의 공세에 맞서는 동시에 자신이 강조해 온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 노선, '국민 눈높이'를 맞춰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앞서 한 대표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대통령 친인척 감시를 위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카드를 고수할지, 좀 더 진전된 대안을 내놓을지 우선 이목이 집중된다.

'김건희 여사 정국' 돌파용으로 제시된 특별감찰관 카드가 당내 분열만 부채질하고 있는 데다 윤 대통령을 직접 겨냥한 야당의 공세까지 벌어진 마당에 특감 추천으로는 윤 대통령 부부를 둘러싼 의혹을 차단하기 어려운 지경이라는 게 친한(한동훈)계 일각의 판단이다.

이들은 특별감찰관 카드는 물론 기존에 제시된 '3대 해법'(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김 여사 관련 의혹 해소 협조)에서 진전된 메시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당 차원에서 2022년 6월 재·보궐 선거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과정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며 진상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당 당무감사위원회는 명 씨의 당원명부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에 착수해 있는데 명 씨의 공천 개입 여부도 살펴보자는 얘기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그간의 침묵을 깨고 어떤 진전된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면서도 "당의 위기 상황에서 분열보다 화합해야 한다는 요구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한 대표도 적정선을 어디로 둘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일 서울 중구 서울역 일대에서 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열린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국민행동의 날 무대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 尹 탄핵·임기단축 개헌 목소리 커져

여권의 위기에 발맞춰 야당은 본격적인 장외투쟁을 시작하는 등 전방위 압박을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 2일 서울역 앞에서 열린 '김건희 국정농단 범국민 규탄대회'에서 ▷김 여사 특검법 수용 ▷윤 대통령 탄핵 ▷임기 단축을 위한 개헌 요구 등 여권 압박 구호들이 쏟아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특검이든, 탄핵이든, 개헌이든 대한의 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고 같은 당 이언주 최고위원도 "비리에다 무능하기까지 한 대통령은 내려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무도한 윤석열 정권을 내려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집회에서 탄핵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끌어낸 2016년 촛불집회를 언급하기도 했다. 사실상 탄핵론에 불을 지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같은 날 조국혁신당도 대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탄핵 다방'을 여는 등 민주당보다 적극적인 대통령 탄핵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야권 안팎에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탄핵 추진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만 민주당 당 차원에서는 속도조절을 하는 모양새다. 당 소속 최고위원들의 탄핵 발언은 개인의 정치적 입장으로 봐야 한다며 선을 긋고 있다.

당이 주도해 탄핵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 결정을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김 여사 특검법' 관철에 주력하는 동시에 당 외곽에서 대통령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카드와 대통령 하야 촉구 목소리를 내며 대통령실을 압박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국회 기자 간담회에서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삼겠다"면서 "윤 대통령이 사는 길은 김건희 특검 수용밖에 없다. 한동훈 대표와 국민의힘도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민심을 따르길 촉구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