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인구감소지역 89곳 중 경북이 15곳으로 가장 심각
35~39세 경북 청년 전출 사유 1순위 '주택 문제(32.3%)'
이재혁 사장 "지역 특성과 수요에 맞는 건물 유형으로 공급할 것"
경북개발공사가 지방소멸 극복을 위해 고령화, 청년 인구감소, 역외유출 문제를 겪는 경북 지자체를 위한 지역 밀착형 공공임대주택 주거복지사업에 나선다.
통계청의 인구감소지역 지정 현황과 경북청년 통계 등 자료에 따르면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구 가운데 경북에서는 15개 지역(문경시·상주시·영주시·안동시·김천시·영천시·성주군·고령군·청도군·청송군·영덕군·영양군·울진군·봉화군·울릉군)이 포함돼 인구 감소 문제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문제와 함께 경북 중소도시 대다수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자재 가격 인상 등 공사비 상승으로 민간 주택 공급이 대폭 감소하고 신규 주택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청년들이 살 곳이 없어 떠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분위기다.
청년계층의 지역 외 유출 사유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 문제를 해결하고자 본격적으로 팔을 걷고 나선 경북개발공사의 지역 밀착형 공공임대주택 사업을 들여다본다.
◆경북 인구감소와 주택공급 문제 심각
경북에 사는 30~39세의 청년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년들이 경북을 떠나는 구체적인 사유는 직업 문제가 31.6%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는 주택 문제(29.5%)와 가족 문제(24.7%)가 뒤를 이었다.
특히 35~39세 청년 가운데 전출 사유 1위는 주택 문제(32.3%)였다. 지역 내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고 주거비 부담 등으로 사회초년생 등 젊은 계층에서 타 시·군 출퇴근과 이직 고민이 많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경북 22개 시·군의 장기공공임대주택 공급현황(올해 2월 기준)을 살펴보면 인구감소지역 10개 군 지역에는 총 32만1천311명이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장기공공임대주택은 3천827가구에 불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대비 인구비율로 보면 84명당 1개 가구가 공급되는 셈이다.
남은 12개 경북 시·군에서는 222만7천129명의 인구에 3만9천831가구의 장기임대주택이 공급돼 공급대비 인구율은 55.9명당 1개 가구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공공주택 공급의 '빈익빈 부익부', '제로섬(Zero-Sum) 게임'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실 발생 여부와 관계없이 공공주택이 공급되는 지역은 계속 공급되고, 주택공급이 필요한 지역은 소외되는 현실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주거 수요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지역 맞춤형 공공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지역에서 터져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매입임대 등의 동일사업 중복추진이 발생하고 LH와 지역 공기업 등 비슷한 기관의 경쟁 심화로 공공임대주택 공급의 효율성도 저하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 밀착형 공공임대주택 왜 필요한가?
지역소멸 극복을 위해서는 저출생 극복과 청년 인구 유입이 가장 큰 화두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밀착형 돌봄과 육아를 통해 양질의 양육 인프라를 공급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재 경북의 인구감소 지역에서는 돌봄, 보육 등의 양육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다. 이 때문에 지역 주거수요에 맞는 다양한 유형의 공공 공급확대와 양육부담 완화를 위한 틈새 사각지대 해소 정책이 필요하다.
맞벌이 부부를 대상으로 한 정기적 돌봄과 긴급 돌봄 부재 해소를 위한 거주지 및 직장 인근 돌봄 인프라 수요에 대응한 공적 역할도 요구된다.
이에 경북도와 경북개발공사는 '저출생과의 전쟁' 실행 과제의 일환으로 다양한 지역 주거 수요에 맞는 양질의 공공주택 공급을 위해 민간과 계약을 통해 건물을 짓고 임대하는 지역 맞춤형 공공임대주택 공급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민간신축 약정형 계약 방식을 통해 추진되는 해당 사업은 ▷고령화·청년인구 감소 등 인구유출 문제 해결 ▷인구감소지역 여건을 고려한 주거복지사업 추진 ▷돌봄, 보육 등 양육 인프라 부족현상 해소 등 경북도내 지역적 현안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경북개발공사는 지난 2022년 구미·경산 지역 150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지난해 포항·경주·경산·칠곡 지역에 200가구를 건설하는 등 총 350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 바 있다.
올해는 영주·영천·영덕·고령·청도 등 인구감소지역과 인구 8만 이하 중소도시, 출산율 저조, 인구유출이 극심한 지역에 200가구 공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자체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기점으로 사업이 본 궤도에 안착해 진행되고 있다.
경북개발공사는 저출생 극복에 기여하고자 올해 200가구를 시작으로 2025년 250가구, 2026년 250가구 등 3년간 700가구 규모의 매입임대주택을 경북 지역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 10년 장기 로드맵으로 3천가구 공급을 목표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남은 1천950호를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모두가 살고 싶은 집 만드는 것이 목표
지역 밀착형 공공임대주택은 '도민이 머무는 공간, 모두가 살고 싶은 집'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경북개발공사가 추진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특색으로는 첫째, 공공임대주택 내 육아와 관련된 다양한 시설(실내놀이터, 돌봄 센터 등의 돌봄·양육시설)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시설 공급으로 아이 키우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 저출생 문제에 대응해나가고 육아시설과 연계한 다양한 육아 프로그램 제공을 통해 육아 부담 해소에 기여하기 위해서다.
둘째, 청년 일자리·창업 기회 창출을 위한 공유오피스 등의 공유공간도 제공된다. 경북개발공사는 청년들이 다양한 의견을 공유하고 창업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공유공간을 배치하고, 향후 공급지역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도록 공급사업의 내용적 측면을 더욱 보완해나갈 계획이다.
셋째, 청년·신혼부부 등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을 해결하고자 시중 공급가 대비 30~50% 저렴한 임차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북개발공사는 쾌적한 주거환경, 다양한 육아시설과 저렴한 임대서비스를 통해 주거비 경감분을 육아에 활용하고 기존보다 더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육아하는 등 선순환 체계 구축을 통해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기존 공공임대주택 개념에서 탈피해 지역의 랜드마크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매입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게 약정형 매입임대주택 사업의 목표다. 이를 위해 경북개발공사는 보유한 역량을 결집해 총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특히 해당사업은 지난 9월 '2024년 지방공공기관 혁신 및 투자활성화 우수사례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성과도 인정받고 있다.
이재혁 경북개발공사 사장은 "과거에는 단순히 주거시설을 공급하는 게 주거복지 사업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이제는 시설을 공급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 고민이 필요한 시기"라며 "청년·신혼부부들이 좀 더 편하고 나은 환경에서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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