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지 않은 형편에 학업 중단 후 돈 벌어
가족 반대 끝에 결혼…살림에 무관심한 남편으로 고생
주거·건강 문제로 걱정…생활고 계속돼
마음 편히 눈을 붙여본 적이 손에 꼽는다. 언제나 자신의 건강이나 꿈보다는 가정 형편에, 가족 걱정에 쫓기는 삶을 살았다. 그럼에도 이가은(52·가명) 씨는 턱밑까지 차오르는 궁핍과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공과금을 제때 내지 못하는 일은 다반사에 생활비가 모자라 밥에 고추장만 비벼 먹으며 버틴 날도 적잖았다. 가은씨는 곧 대학 입시를 앞둔 첫째 딸과 요즘 부쩍 몸 상태가 안 좋은 둘째 딸 만은 이런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일 밤을 지샌다.
◆가족 반대 무릅쓰고 결혼했지만…가정 챙기지 않는 남편에 고생
가은 씨는 어린 시절이 참 왁자지껄했다고 회고했다. 위로는 일곱 명의 언니가, 아래에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다. 군인이었던 아버지 혼자 벌어 식구 열 명을 부양해야 했기에 가정 형편은 항상 넉넉지 못했지만 괜찮았다고 했다.
가은 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쯤 가족들은 대구 북구에 정착해 살았다. 가은 씨가 한창 학교에 다닐 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언니들은 일찌감치 독립해 서울로 갔다. 아버지는 직장 근처에 방을 얻어 계셨고, 어머니는 언니들 집을 전전하고 있었기에 가은 씨는 남동생과 함께 자취하며 고등학교를 마치고 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차비도 내기 어려운 형편에 대학 등록금은 사치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가은 씨는 휴학을 택하고 영어번역회사에 취직해 유학 서류를 봐주며 돈을 벌었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고혈압으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어머니도 뇌출혈로 경기도 요양병원에 입원하셨다. 홀로 남겨져 외로움을 느끼던 가은 씨는 2002 월드컵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한 날 소중한 인연을 만났다. 한 파키스탄 여자 손님의 서류 번역을 도와주고 그와 저녁 식사를 하러 가던 가은 씨는 손님의 지인이던 태극기 든 외국인 남성을 만났다. 하산(가명)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는 유쾌한 사람이었다.
직장이 어려워져 무역회사로 자리를 옮긴 후에도 하산 씨와의 인연은 계속됐다. 박람회장에서 영업하던 가은 씨는 파키스탄 바이어의 친구로 함께 온 하산 씨를 또 마주쳤다. 그날을 계기로 하산 씨와 더욱 가까워진 가은 씨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2006년 그와 결혼했다. 외국인 남편에 대한 악담을 퍼붓는 친정 가족들과는 연락을 끊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생각처럼 순탄치 않았다. 문화의 차이 때문인지 하산 씨는 육아를 전혀 도와주지 않았고 배우자를 하대했다. 가은 씨에게 종종 욕설과 손찌검을 하던 그는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생활비를 거의 주지 않았고, 가은 씨는 퇴직금과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 두 아기를 키웠다. 모아둔 돈이 다 떨어지자 가은 씨는 눈물을 머금고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긴 뒤 노점에서 자신의 옷가지와 가방 따위를 팔았다. 이외에도 여러 회사를 전전했는데, 카드 빚을 지고 월급이 나오면 돈을 메꾸는 식의 생활이었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쯤 직장 상사에게 갑질을 당하고 퇴사한 가은 씨는 살길이 막막했다.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언니들은 자국의 종교를 두 딸에게 강요하고 생활비까지 주지 않는 남편과의 이혼을 종용했다. 결국 가은 씨는 두 아이와 함께 전주로 피신해 이혼을 준비했다. 언니들에게 매달 40만원을 받아 겨우 입에 풀칠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형편이 어려워 남편을 떠났지만, 떠난 곳에서도 생활이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에게 종교를 강요하지 않고 생활비를 주면 이혼하지 않을 의향이 있느냐는 가정법원의 중재에 가은 씨는 대구로 돌아왔다. 남편은 매달 가은 씨에게 120만원 정도의 생활비를 줬고, 그 돈으로 가은 씨는 살림을 살았다.
◆건강·주거 문제로 불안…카드 리볼빙으로 겨우 버텨
여유 없는 생활이 반복됐지만, 아이들은 똑똑하고 씩씩하게 잘 자라줬다. 형편이 어려워 학원도 마음껏 보내주지 못하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고등학생인 첫째는 중학교 때부터 전교 10등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중학생 둘째는 문예에 재능을 보여 글쓰기상을 많이 받았고 학업 성적도 좋았다. 가은 씨는 언제나 두 딸이 대견했다.
하지만 어려운 형편 때문인지, 아이들이 자꾸 위험한 상황에 노출됐다. 가은 씨네 가족은 이전에 살던 주택에 도둑이 들어 지난 11월 서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왔다. 하지만 빚을 내 옮긴 집에서도 자꾸 물건이 사라졌다. 귀중품과 아이들 옷가지부터 주방 집기까지, 품목은 다양했다. 온 집에 CCTV를 설치하고 이중 잠금장치를 달아 두어도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가은 씨는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나 공사 소리가 들리면 온 신경이 곤두섰고, 집을 오래 비울 수 없어 아이들 학교 모임이 없는 날은 외출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건강이 자꾸 나빠졌다. 현재 가은 씨는 그동안 생계를 책임지느라 건강을 챙기지 못해 악성빈혈과 관절염, 허리디스크 등에 시달리느라 거동이 힘든 상태다.
병원에 갈 시간과 돈도 여의치 않다는 점도 병을 키웠다. 정부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몰라 주거급여와 의료급여 등을 받기 시작한 것도 겨우 2년 전. 수중에 들어오는 돈으로는 만성 폐렴을 앓는 첫째와 자꾸 두통, 위통을 호소하며 코피를 흘리는 둘째를 챙기기에도 모자랐다.
남편이 가져다 주는 돈 120만원으로 식비 80만원, 생필품 등 구매로 50만원, 통신비 10만원, 월세 30만원, 병원비 10만원, 카드빚 40만원 등을 내고 나면 생활비는 항상 모자랐고, 어쩔 수 없이 카드 리볼빙을 택했다. 이번달 초에도 공과금 체납으로 가스가 끊길 뻔했다. 카드빚 등 부채는 700만원 가까이 남아 있었고, 코로나로 창업에 실패한 대출금 2천500만원도 언젠가 갚아야 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은 씨는 온갖 걱정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언젠가 끝이 날 거라고 믿는다. 그때가 오면 미뤄둔 학업의 꿈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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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하루하루 버티는 팔순 할머니 임순자 씨에 2,300만원 전달
아들 내외가 가출한 뒤로 생활고에 시달리며 홀로 아픈 손주 둘을 키우는 임순자 씨(매일신문 10월 15일 9면 보도)에게 2천300만230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제일키네마섬유(이필남) 10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조득환 10만원 ▷최준수 10만원 ▷이상준 5만원 ▷이창영 5만원 ▷정원수 5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신종욱 2만원 ▷최은서 1만5천원 ▷최정원 1만5천원 ▷김덕우 1만원 ▷전선수 1만원 ▷돕는이 5천원 ▷김명숙도움 3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아이들이 전부인 심장병 앓는 아빠 오지훈 씨에 2,078만원 성금
아내의 외도와 폭력으로 이혼한 뒤 심장병을 앓으며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는 오지훈 씨(매일신문 10월 22일 10면 보도)에게 42개 단체, 109명의 독자가 2천78만8천813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김권환)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구미현대병원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유성에스에이치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우성약국(허창옥)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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