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신고한 아들, 4년 뒤 집에서 백골로 발견…父 '무죄'

입력 2024-10-27 20:07:14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법원 자료사진. 매일신문 DB

4년 전 실종 신고했던 아들이 뒤늦게 집에서 백골 상태로 발견된 가운데 검찰이 70대 아버지를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재판부는 시체가 바로 발견되지 않았을 개연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부산지법 형사4단독은 사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70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4월 부산 동구 자신의 집 방안에서 아들인 30대 B씨가 숨진 것을 발견하고도 4년 넘게 사체를 방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 시신이 발견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당시 A씨 집을 방문한 지인이 우연히 백골 상태였던 B씨를 발견하면서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B씨 사인을 조사한 결과, 타살의 흔적은 나오지 않았다. 또 B씨 사망 시점은 4년 전인 2019년 4월로 추정됐다.

이에 검찰은 A씨가 B씨의 사망을 알고도 시신을 유기했다고 판단하면서 A씨를 기소했다. A씨가 B씨의 아버지로서 관공서에 아들의 사망신고를 하거나 장례를 치를 의무가 있었음에도 사체를 방치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A씨는 평소 왕래가 없었던 B씨의 연락이 두절되자 2019년 7월쯤 실종 신고를 했다. 자신의 집에 B씨의 시신이 있는지는 몰랐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B씨의 시신이 부패해 백골이 될 때까지 악취를 느끼지 못했다는 A씨의 증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A씨의 집을 방문한 적이 있는 A씨의 동생과 지인 또한 집에 사체가 있는지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법정에서 "A씨 집에 쓰레기와 폐기물이 쌓여있어서 사체를 보지 못했다. 시신이 부패한 냄새도 맡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 재개발 지역에 있는 A씨 집은 노후화가 심했고 폐기물과 쓰레기 등이 있어 원래 악취가 났던 것으로 알려졌다. B씨가 발견된 작은 방 또한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A씨는 B씨 시신이 발견된 작은 방에 들어가지 않아서 B씨의 사망을 몰랐다고 주장하는데, 집안 상태로 보아 사체가 바로 발견되지 않을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B씨 사인은 명확하지 않으나 타살 흔적은 없고 아버지인 A씨 입장에서 아들의 시신을 발견하고도 방치할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