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골프 역사에도 없던 일, 로또 1등 13번 맞을 확률
140~145m, 6번 아이언으로 띄우려고 한 전략 주효
가족의 힘 #1. 아내와 함께, #2. 아들이 사준 옷, #3. 딸이 준 공
전반 9홀에 파3 홀에서 2번 모두 홀인원. 전 세계 골프 역사에도 거의 없던 일이 벌어졌다. 골프 보험 약관에도 한 라운딩에 홀인원 2번에 대한 규정은 없다. 확률 전문가들조차도 홀인원 2번 연속 확률은 로또 1등을 13번 연속으로 걸리는 정도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10월4일 김해 상록CC. 이 기적같은 일이 대구에서 정밀 계측기계를 제작하는 이영환(65) 대표이사에게 일어났다. 이 대표는 "평균 타수 82타 정도로 한달에 한번 정도 라운딩을 나간는데, 홀인원을 해 본 일이 없었다"며 "이런 기적이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연속 홀인원 후 소감을 밝혔다.
◆김해 상록CC 파3 5번 홀 140m '쏙~'
"세상에 이런 일이". 그야말로 TV 프로그램 제목에 딱 맞는 일이 제대로 발생했다. 이 대표는 전반 9홀에 2번의 홀인원을 기록한 일대 사건은 다음달 중순에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 방영된다. 지난주 Jtbc 시사 프로그램 '사건반장'에도 소개됐으며,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기도 했다.
매일신문 골프 담당기자에게 직접 전화한 이 대표는 자신의 2번의 홀인원을 30분 동안 상세하게 설명했다. 전반 4홀까지 +3로 맞이한 5번 홀, 거리 측정기로 재어보니 140m. 보통은 7번 아이언을 선택했을텐데, 맞바람이 약간 불었다. 특히 앞핀에 내리막이라 6번 아이언을 잡고, 티를 약간 높게 꼽은 후에 볼을 높게 띄우자는 전략을 사용했다.
이 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홀컵 한뼘 정도 왼쪽에 떨어져 약간의 페이드가 걸려 공은 그린 위에서 보이지 않았다. 그는 홀인원임을 확인하고, 지갑에 있는 돈을 다 털어서 캐디를 줬다. 그리고 관례대로 홀인원 의식을 그린 위에서 치렀다.
◆8번 홀 145m 거리에서 또다시 "쓔욱~~"
전반 9홀에 다시 맞이한 8번 홀 파3. 핀이 그린 뒷쪽에 위치하고 있어, 거리는 145m. 역시나 띄울 요량으로 또다시 6번 아이언을 잡았다. 라운딩을 함께 한 고교 후배은 "또 들어가는 거 아입인까? 김해까지 온 김에 연달아서 해뿌이소(경상도 방언)"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 말은 그대로 현실이 됐다.
티샷 아이언 스윙 때, 약간 모레가 스쳐서 짧은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드로우가 제대로 걸려서, 홀컵 왼쪽에 떨어진 후에 오른쪽으로 굴러 홀컵 안으로 공이 빨려 들어갔다. 대기하고 있는 동반자들이 외쳤다. "또 들어갔다".
두번째 홀인원을 한 순간, 이 대표는 머리 속에 하얘졌다. 그야말로 "이게 무슨 일이고, 세상에 이런 일이". 담당 캐디 역시 "연속 홀인원은 들은 바도 없고, 본 바도 없고"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미 지갑을 다 털어 준 그는 캐디에게 더 줄 돈도 없었다.
◆'기적은 이렇게 다가온다' 가족과 6번 아이언
라운딩이 끝난 후 골프장에서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골프장 측은 2개의 홀인원 인증서와 꽃다발을 준비했고, 전체 내장객들은 2번 연속 홀인원 소식에 기념 촬영 현장으로 몰렸다. 서로 손이라도 한번 잡아보려고, 그야말로 난리통으로 변했다. 이 대표는 순식간에 초특급 스타가 되어 버렸다.
2번 연속 홀인원을 되돌아 본 그는 가족과 6번 아이언의 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날 라운딩에 아내가 동반자로 있었고, 제 생일에 아들이 사 준 옷과 딸이 사준 골프공으로 쳤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밝혔다.
"가족의 도움으로 이런 기적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보험도 들어있지 않아, 경제적 타격(기분 좋은 지출)도 클 것으로 예상되지만, 너무 너무 기쁩니다. 많은 분들에게 이 행운의 기운을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평소 잘 잡지 않던, 6번 아이언의 선택도 놀랍기만 했다. 그는 "전략적으로 6번으로 띄우자고 한 것이 2번의 기적을 낳았다"며 "이제 골프채 중에 6번을 가장 사랑하게 됐다. 기적은 이렇게 저를 찾아왔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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