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배신의 계절? 한동훈 리스크 [석민의News픽]

입력 2024-10-26 06:30:00

◆반헌법적 '이재명 민주당'과 투쟁보다 대통령 '탓' 만하는 기괴한 여당 대표, 한동훈!
◆ 특별감찰관 못지 않게 북한 주민의 인권도 중요하다!…여당 대표라면 정치력 보여야
◆국민의힘이 당 대표 1인 독재 체제?…2006년 당 대표 Vs. 원내대표 투 톱 체제 혁신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국회 상임위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4일 오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국회 상임위를 방문해 여야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혹시 [석민의News픽] 애독자이시라면 지난 봄 총선 막바지 국면에서 조심스럽게 '한동훈 리스크'를 언급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한동훈 현 국민의힘 대표의 좌파적 성향과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스타일이 보수 분열을 가져와 박빙의 총선 경쟁에서 참패를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우려는 곧 참담한 현실이 되었고, 그 원인을 '윤석열 탓' '김건희 탓'으로 돌렸습니다. 국힘 당원들은 여전히 한동훈 후보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내면서 한동훈 국힘 당대표가 탄생했습니다. 총선 참패와 당대표 경선을 거치면서 '강골 검사'에서 '유연하고 합리적인 정치인'으로 거듭날 수도 있겠지만 사람의 본성(本性)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지루한 폭염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고 스산한 바람은 한기(寒氣)들게 합니다.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힘 당대표의 회담 이후 여권에 부는 바람에게선 살기(殺氣)마저 느낍니다.

윤 대통령은 22일 '2024 부산 세계자원봉사대회' 개막식 참석에 앞서, 10·16 재·보궐 선거에서 국힘이 승리한 부산 금정구의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하겠다.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습니다. 비장함이 묻어 나오는 언급입니다.

이날 한동훈 국힘 대표는 여당이 재·보궐 선거에서 이긴 인천 강화를 찾아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습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궁금해지는 것은 '국민 누구냐?'는 사실입니다.

민심이 두 쪽으로 갈라져 좌·우 대립하는 한국 정치 현실에서 '막연한 국민' 언급은 '개딸 국민' '이재명 민주당 민심'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명목상 여당인 국민의힘이 '민주당 2중대'로 불리는 이유를 숙고해야 합니다.

특히 한 대표는 이날 친한계 의원 20여 명과 저녁을 함께 했습니다. 세력 과시로 비칠 수 있는 행보입니다. 만찬에 참석한 한 의원은 "(한 대표가) 푸대접을 받았으니까, 우리가 대접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습니다. 여권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탓'이 계속되는 셈입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 대표는 대통령과 싸우고 투쟁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관련, "김 여사 특검법 처리 때 30명 정도를 설득했는데, 여론이 악화되면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대통령에 대한 협박'으로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위헌적 특검법에 여당 의원들이 브레이크를 걸어준 것은 다행이고 감사하다. 우리 당 의원들이 생각이 바뀌어서 '야당과 같은 입장을 취해야겠다'고 한다면, 나로서도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니냐"고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김건희 여사 라인'이라는 것이 실재로 존재하고 문제를 일으킬 경우 '그 내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파악해 대통령에게 넌지시 전달해 대통령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 진실된 여당 대표의 태도라는 생각입니다.

'독대' '회담'을 언론에 미리 떠벌리고 '3대 요구 사항'을 제시하면서, 마치 적진을 쳐들어가는 적장(敵將)처럼 기세등등하게 행세하는 것은 자기과시(自己誇示)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힘에서 배출했습니다. 대통령은 여당 대표의 적(敵)이 아니라 파트너이고, 여당 대표는 대통령을 빛나게 함으로써 자신 또한 더욱 빛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동훈 대표의 '독선'과 '아집'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생각입니다. 한 대표는 23일 김건희 여사 등 대통령 친·인척 등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습니다. "특별감찰관 추천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도 했습니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던 거대 야당 민주당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사항'입니다. 민주당은 또 북한인권법이 통과된 이후 8년째 '몽니'를 부려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특별감찰관 임명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한 대표가 '진정한' 여당 대표이고 보수 정치인이라면 대통령을 비판하기에 앞서 민주당을 적극 설득해야 했습니다. "당신들이 주장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에 협조하겠으니, 북한 주민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여당 대표로서 최소한의 정치력이고 역할입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 조건이라는 것은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말은 고개를 갸웃하게 합니다. 또 "어떤 국민?"이라는 질문이 생겨납니다. 한 대표가 말하는 국민은 설마 '종북(從北) 좌파 국민'이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사실을 잘 모르는 일반 국민들'이 오해를 하고 있으면, 여당 대표는 적극적으로 정부·여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 당연한 도리입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의 역할과 책임은 방기한 채 '추상적 국민'을 빌미삼아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여당 대표는 기괴하다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야 합니다. '민주당 2중대' '이재명 하수인'이라는 비판이 왜 나오는 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추경호 국힘 원내대표는 한 대표의 주장에 대해 "(특별감찰관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기에 많은 의원의 의견을 듣고 최종적으로 의총을 통해서 결정해야 할 부분이다. 원내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의원총회이고 거기의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했습니다. 상식적이어서 특별히 잘못한 말을 찾기 어렵습니다.

한 대표는 24일 당 지도부 회의에서 "당대표는 법적·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괄한다.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마치 추 원내대표의 발언을 반박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 국힘 전신인 한나라당 당대표와 혁신위원장을 지냈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정확히' 정리해주고 있습니다. 홍 시장은 2006년 한나라당 혁신위원장 시절 당 대표, 원내대표 '투톱' 체제를 정치권에 처음 도입한 장본인입니다.

홍 시장은 "(한 대표가) 정치를 잘 모르니 원내대표 제도가 왜 생겼는지도 모르는 게 당연하다. 원내 사안을 당 대표가 감독하는 것은 몰라도 관여하는 것은 월권이다. 원내 사안은 당무가 아니라 국회 사안"이라고 설명하면서 "당 대표 1인 시대는 그때 막을 내린 것"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국힘은 '당 대표 1인 독재 체제'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여당 대표가 반헌법적 행태의 '이재명 민주당'과 강력히 투쟁하고 중도·보수를 화합·통합시키기 보다 대통령과의 갈등·분란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소위 보수 언론이라는 곳에서조차 이를 부추기는 모양새는 기시감(旣視感)이 듭니다.

좌파 언론은 물론이고, 주류 보수 언론이라는 곳조차 '자신들의 잘못되고 어두운 과거'에 대해 국민 앞에 진정어린 사과를 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명확히 지적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보수 정치인이라면 '절대로' 언론의 사기꾼적 행태에 가스라이팅 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5선 중진 권성동 의원은 유튜브에서 "아주 좋은 재료와 좋은 조리법으로 훌륭한 음식을 만들어내더라도 손님에게 휙 던져주듯이 서빙하면 먹을 마음이 사라지게 된다. 대통령 면담을 앞둔 한 대표나 한 대표 측근들의 태도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다"고 했습니다. 곧 닥칠 찬 겨울이 나라를 망치는 또 다른 '배신의 계절'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