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으로 꽉 찬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직접 가보니

입력 2024-10-23 14:19:30 수정 2024-10-23 18:09:58

'있는 힘껏 살다'를 슬로건으로…7일 간 온·오프라인으로 상영
24개국 영화 55편 선보여…극장에서는 나흘간만 관객 만나
지난 20일 서울 홍대 한 영화관서 오프라인 폐막식
"반려동물로 시작된 관심, 조류·식물 등 야생동물로 확장돼"

동물권 이슈를 주제로 만들어진 전 세계 다양한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서울동물영화제(SAFF)가 지난 17일 막을 올렸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7일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24개국 영화 55편을 상영했다.
동물권 이슈를 주제로 만들어진 전 세계 다양한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서울동물영화제(SAFF)가 지난 17일 막을 올렸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7일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24개국 영화 55편을 상영했다.

동물권 이슈를 주제로 만들어진 전 세계 다양한 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서울동물영화제(SAFF)가 지난 17일 막을 올렸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번 영화제는 7일 동안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며 24개국 영화 55편을 상영했다.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는 '있는 힘껏 살다'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영화제를 주최한 카라에 따르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동물들을 삶의 적극적 주체로 바라보고,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개막작으로는 <빌리와 몰리: 수달 사랑 이야기>가 선정됐다. 스코틀랜드로 떠내려온 야생 수달 몰리와 인간 빌리가 상호적인 보살핌 관계를 맺으며 가족이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폐막작으로는 <에브리 리틀 띵>이 상영됐다.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 폐막식과 폐막작인 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이 모여있다. 한소연 기자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 폐막식과 폐막작인 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이 모여있다. 한소연 기자

◆관람객으로 가득 찬 폐막식

영화제가 진행 중인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를 찾았다. 17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지는 여정이지만 영화 상영관에서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만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오프라인 상영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폐막식도 진행됐다.

이날 영화관은 폐막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입구에는 '모든 동물이 괜찮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담긴 팸플릿들이 놓여 있었다. 영화 촬영 현장에서 이용되거나 희생되는 동물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팸플릿들이었다. 영화관에 입장하기 전 천천히 내용을 읽어보는 관람객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동물 영화제를 처음 찾았다는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조은별(30) 씨는 "우연히 유튜브로 새를 접하고 새의 매력에 빠졌다"며 "마침 폐막작으로 벌새 구조 활동가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가 상영된다고 들어서 극장을 찾았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 폐막식과 폐막작인 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이 모여있다. 한소연 기자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 폐막식과 폐막작인 을 관람하기 위해 관객이 모여있다. 한소연 기자

이날 폐막식은 동물 영화제 집행 위원장의 소감과 시민 영상 공모작 시상, 단편 영화 시상 등의 순서로 꾸려졌다. 특히 시민 영상 공모작은 함께 감상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프 변화상을 수상한 범범이집의 <있는 힘껏 살다>는 산불로 온몸에 화상을 입은 강아지 범범이가 건강을 회복해나가는 모습을 담은 짧은 영상이다.

영상을 만든 A씨는 "범범이를 키우기 전에는 몰랐던 세상을 범범이를 키우며 알게 됐다. 온몸에 화상을 입은 범범이가 강아지로서 겪는 차별이 굉장히 많다"며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이 인간이 요구하는 삶의 방식대로 삶을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있는 힘껏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동물 영화제 폐막식에 참여한 신은실 서울동물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마지막 소감으로 "동물권을 생각하는 가치가 이 극장이라는 자리에 머물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예컨대 지금 지구상에서 전쟁과 학살로 고통받고 있는 우크라이나, 수단, 팔레스타인의 사람들과 동물들, 식물들, 사물들까지 우리의 공통 감각이 닿았으면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동물영화제에서 홍은전 작가와 손수현 배우 등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서울동물영화제에서 홍은전 작가와 손수현 배우 등이 관객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반려동물 넘어 야생동물까지…동물권 수호 열기 높아

동물 영화제에는 반려견, 반려묘를 키우면서 동물권에 관심이 생긴 사람부터 반려동물을 넘어 야생동물의 권리까지 관심을 보이는 사람까지 다양했다.

특히 이번 동물 영화제에서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포럼도 열렸다. 포획돼 죽어야 하는지 살려야 하는지는 순전히 인간의 편의와 기준만으로 결정되는 야생동물 지정과 보호 문제에 관해서 토론했다.

동물 영화제를 찾은 것이 올해로 두 번째라는 직장인 곽성은(28) 씨는 "평소 새에 관심이 많아 폐막작인 <에브리 리틀 띵>을 관람하러 극장에 왔다"며 "새는 멸종위기종이 매우 많은데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르니까 더욱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의 관심이 반려묘나 반려견에만 국한돼 있지만 야생동물의 범주로 동물권을 확장해서 볼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라고 있다"며 "같이 살아가는 생명체로서의 동물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 인간이 볼 수 있는 세상은 더 넓어진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7일 동안 공개되는 상영작들도 인간과 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비인간으로 분류해 균류, 식물, 암석 등 비인간 존재를 주체로 등장시키는 영화들로 다채롭게 편성됐다.

잘 알려지지 않은 나방의 미적인 모습 등을 담은 마이클 기틀린 감독의 <밤의 방문객들>과 개미, 달팽이를 소재로 다룬 김숙현 감독의 <인간 불화적 랩소디>가 그것이다.

영화제 홍보대사 격인
영화제 홍보대사 격인 '애니멀프렌즈'로 선정된 배우 남보라가 영화제의 슬로건을 들고 있다. 서울동물영화제 제공

새를 좋아해서 탐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심혜원(30) 씨는 "지난 금요일 <법정에 선 개>를 관람하고 두 번째로 찾았다"며 "폐막식도 보고 다친 벌새를 치료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활동가 이야기를 담은 <에브리 리틀 띵>이란 영화도 관람하기 위해 다시 찾았다"고 말했다.

관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제를 위해 봉사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젊은 청년들도 눈에 띄었다. 영화관에서 만난 대학생 이소정(26) 씨는 3년째 동물영화제를 찾다가 이번에는 영화제 봉사자로 자원해서 활동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 씨는 "동물을 좋아하고 관심이 많았는데 3년 전 우연히 동물 영화제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극장이나 OTT 서비스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독립 영화들도 많아서 영화제에서 동물권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는 기분 좋은 경험을 한 후 매년 참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관람객이 아닌 자원봉사자로 동물 영화제에 참여하니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동물 영화제를 알리고 이곳에 오도록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보게 됐다"고 했다.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에 관객들이 몰렸다. 한소연 기자
지난 20일 서울 메가박스 홍대에서 열린 제7회 서울동물영화제에 관객들이 몰렸다. 한소연 기자

◆관심 많지만…곳곳에서 사라지는 동물 영화제

동물권과 동물영화에 대한 관심 고조되면서 지난해는 4천300여 명의 관객이 동물 영화제를 찾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그간 국내에서 다양한 동물 영화제가 개최돼왔다.

대표적으로는 서울동물영화제와 부산해운대국제동물영화제다. 서울동물영화제는 지난 2018년 '카라동물영화제'로 시작해 5년째부터 '서울동물영화제'로 명칭을 변경해 영화제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5회를 맞은 부산해운대국제동물영화제도 12개국 26개 작품을 선정해 관람객을 만났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문제로 폐지된 동물 영화제도 있다. 세계 최초의 동물 영화제로 지난 2013년 열린 순천만 세계동물영화제다. 전라남도 순천시에서 주최한 영화제로 사람과 동물이 함께 어울려 생명존중의 가치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순천만 동물세계영화제는 2019년 7회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이유는 예산 문제다. 2018년과 2019년 총감독을 맡았던 박정숙 감독은 당시 "시의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고 순천시 관계자 역시 "더 이상 영화제를 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동물권을 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서울뿐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동물 영화제가 열리길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영화제에 참여한 한 관람객은 "어쩌면 딱딱할 수 있는 동물권이란 주제를 문화 콘텐츠로서 대중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효율적이고 설득력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미 동물권에 관심이 많은 국민들이 많지만 다양한 지역에서 이런 행사가 열려서 더 많은 영화가 사람들에게 소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