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여성 공무원 15만7천935명 '50.4%'
5급 이상 여성 비율 30%대 돌파…1~4급 여성 비중은 18.8% 불과
대구시 5급 이상 여성 37.5%…예산 분야 여성 공무원 61.2% 차지
대구시 유일 여성 국장 박윤희…"사명감 갖고 포기하지 않아야"
"여성 공무원 증가로 다양성과 포용성 가치 확대…사회 전반에 긍정적 메시지"
"승진, 보직 배치 있어 충분한 경험의 기회 보장받아야"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여성 공무원의 비중이 남성을 추월했다. 우리나라 지자체 여성 공무원 비중이 남성의 수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이어 지자체 5급 이상 여성 공무원 비중도 처음으로 30%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 사회에서 여성 공무원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이들은 남성 관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요직에 올라 조직을 이끌고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써가며 '유리천장'을 부수고 있다.
◆여성 공무원, 남성보다 많은 시대
21일 대구시와 행정안전부,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지난해 지자체의 여성 공무원 수는 15만7천935명으로, 전체 31만3천296명 중 50.4%를 차지했다. 지자체에서 여성 공무원이 남성의 수를 넘어선 것은 처음으로, 여성 공무원 수는 2019년 39.3%, 2020년 46.6%, 2021년 48.1%, 2022년 49.4% 등 꾸준히 불어났다.
지난해 지자체 5급 이상 여성 비율은 전년 대비 3.4%포인트(p) 증가한 30.8%(8천88명)를 기록했다. 5급 이상 여성 비율이 30%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간부급인 1∼4급 일반직 공무원 중 여성의 비중은 18.8%에 불과, '유리천장'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구체적으로 1급의 경우 전체 7명 중 1명(14.3%)만이, 2급은 88명 중 3명(3.4%)만 여성이다. 3급은 433명 중 55명(12.7%), 4급은 3천341명 중 668명(20%)이 여성이다.
중앙부처에서는 지난해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된 여성이 183명으로 전년(174명)보다 9명 늘었다.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여성 비율은 2018년 102명(6.7%)에서 지난해 183명(11.7%)로 증가 추세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공공 부문 전반에서 성별 대표성이 개선되는 추세를 보인다"며 "공공부문에서의 인적 다양성 확보는 사회 통합과 국가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요소"라고 설명했다.
◆대구시 5급 이상 여성 비중 '전국 2위'
대구시 여성 공무원 수는 6천92명으로, 전체 1만1천954명 중 51%를 차지했다. 대구시의 경우 5급 이상 여성공무원 비중이 420명으로 1천120명 중 37.5%를 차지했다. 이는 전국 평균(30.8%)보다 높은 수준으로, 부산시(44.7%)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구체적으로 대구시의 경우 지난달 기준 3급 이상 여성 공무원은 29명 중 2명(6.9%)이 여성이었고, 4급은 124명 중 36명(29%)이, 5급은 476명 중 188명(39.5%)이 여성이었다.
이와 함께 기획과 예산, 인사, 감사, 실국 주무과 등 주요 부서에서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 비중도 늘었다.
대구시 주요 부서에 근무하는 여성 공무원 가운데 예산 분야에 있는 여성공무원 비중이 61.2%로 가장 높았으며, 실국 주무과(49.8%), 기획(48.6%), 인사(48.1%), 감사(45.8%) 등 순이었다.
이하영 영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적 측면에서 양성평등을 비롯해 여성의 공직 진출 장려 정책과 출산 및 육아 지원 등 여성의 경력 지속을 돕는 여러 제도가 추진된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여성 공무원 증가로 인해 공직사회는 다양성과 포용성 가치를 확대할 수 있고, 모범 고용주로서 정부 내 관리자급 여성 공무원 비중이 늘어난다면 사회 전반에도 양성평등에 대한 긍정적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당히 조직 이끄는 대구시 여성 간부
대구시에선 역량 있는 여성 간부 공무원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현재 대구시 국장급 간부 중 유일한 여성 국장인 박윤희 청년여성교육국장은 그간 광역협력담당관, 창업진흥과장, 민생경제과장, 섬유패션과장을 두루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은 대표적인 여성 간부 공무원으로 통하며,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집념과 기획력으로 달빛철도 특별법 국회 통과, 영호남 남부거대경제권 조성,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등 핵심 현안마다 물밑에서 지원하며 고군분투해왔다. 대구시는 지난 6월 정기인사에서 박 국장에 대해 "지역산업과 경제발전에 힘써왔으며 소신과 강단으로 광역협력과 지역 균형발전을 이끌어왔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박 국장은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치열하게 고민하면 분명 방법과 해결책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매순간을 임해왔다"며 "후배 여성 공무원들도 사명감을 갖고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하는 일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지금 시대가 필요로 하는 정책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며 "우리의 일이 지역에 미치는 효과와 결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공공부문 유리천장 해소 과제는 여전
전문가들은 여전히 유리천장이 존재하는 만큼 어떤 직급이나 직무든 간에 성별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공직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승진이나 보직 배치에 있어 충분한 경험의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정책적 개선이 지속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여성 공무원 수 자체보다 그 너머에 보이지 않는 구조적 차별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여전히 중요 보직은 남성 공무원들이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수직·수평적 성차별을 해소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용진 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도 "공공부문은 민간부문보다 출생과 육아를 위한 여러 제도를 더 유연성 있고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공직사회의 진정한 양성평등 구현을 넘어 일-가정 양립 문화와 가족 친화적 정책 활성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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