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LG 꺾고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한국시리즈선 KIA와 31년 만에 맞대결
KIA 투타 막강, 팀 타율·평균자책점 1위
삼성은 코너, 오승환 없이 경기 치러야
장타력 좋지만 구자욱 부상 중인 게 악재
'사자가 센지, 호랑이가 강한지 가려보자.'
삼성 라이온즈가 2024 프로야구 최강을 가리는 한국시리즈에서 KIA 타이거즈와 맞선다. KIA는 전신인 해태 시절부터 삼성의 오랜 라이벌. KIA의 우세를 점치는 시선이 많지만 삼성이 플레이오프란 난관을 뚫은 기세를 이어 정상을 노린다.
정규 시즌을 1위로 마친 KIA는 한국시리즈에 직행, 상대를 기다려왔다. KIA는 시즌 내내 보여준 모습처럼 투타 모두 강한 팀. 삼성을 '언더독(승산이 적은 도전자)'라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단기전에선 정규 시즌 기록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규 시즌 하위권일 거란 예상을 깬 삼성으로선 잃을 게 없다. 그만큼 부담도 적다.
◆삼성, 타이거즈 징크스를 깨라
삼성은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LG 트윈스를 1대0으로 꺾고, 시리즈 전적 3승 1패로 챔피언 결정전에 올랐다. 선발 데니 레예스가 7이닝 3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하고, 베테랑 강민호가 8회 결승 솔로 홈런을 날려 팀을 한국시리즈로 이끌었다.
KIA는 투타 모두 강하다. 정규 시즌 팀 평균자책점(4.40), 팀 타율(0.301) 모두 1위. 정규 시즌 선두로 일찌감치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상대를 기다렸다. 특히 타격이 막강하다. 38홈런, 40도루를 달성한 신예 김도영, 베테랑 최형우와 나성범,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중심 타선을 이룬다.
삼성은 정규 시즌 때 4승 12패로 KIA에 밀렸다. 더구나 '타이거즈 징크스'도 있다. 1986년과 1987년, 1993년까지 KIA(당시 해태)와 세 차례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어 모두 무너졌다. 1986, 1987년엔 삼성이 1위로 한국시리즈에 올랐으나 1승 4패, 4패로 고배를 마셨다. 1993년에는 2승 1무 4패로 고개를 숙였다.
KIA 타선을 상대할 삼성의 투수진이 완전치 않다는 것도 아쉬운 점. 1선발 코너 시볼드가 부상, 베테랑 마무리 오승환이 구위 하락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서지 못한다. 부상을 당한 베테랑 좌완 백정현과 불펜 필승조 최지광도 없다.
삼성의 베테랑 포수 강민호는 2004년 데뷔 후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다. 강민호는 "한국시리즈에 오는 게 꿈이었다. 오는 데 21년이나 걸렸다. 좋은 동료들을 만나 여기까지 왔다. 다들 정말 고맙다"며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후회 없이 뛰어보겠다"고 했다.
신예 거포 김영웅은 "포스트시즌은 큰 경기여서 긴장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이미 경험했으니 이젠 긴장하지 않는다"며 "플레이오프 때도 팬들의 응원 소리가 정규 시즌보다 더 컸다. 응원을 들으면 힘이 나고 집중도 더 잘 된다.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장타력과 수비력, 기세로 정면 승부
전력에선 다소 밀린다지만 정규 시즌과 단기전인 포스트시즌 양상은 확연히 다르다. 전력 자체도 중요하지만 분위기 싸움이 시리즈 전체를 지배하는 경우가 많다. 선수들의 긴장감, 집중력도 정규 시즌과 차이가 크다. KIA가 강하다 해도 삼성이 미리 기죽을 필요는 없다.
삼성은 장타력과 수비가 강하다. 팀 홈런(185개)과 팀 최소 실책(81개) 1위다. 구자욱(33개), 김영웅(28개), 박병호(23개), 이성규(22개)가 20홈런 이상 날렸다. 내·외야 수비 모두 단단하다. 마무리 김재윤을 중심으로 한 불펜도 괜찮다.
삼성은 21일 1차전 선발로 정규 시즌 다승 1위(15승) 원태인, KIA는 평균자책점 1위(2.53) 제임스 네일을 예고했다. 코너가 없는 만큼 삼성으로선 원태인이 나온 경기를 잡아야 한다. 삼성 타선이 네일을 조기에 공략하지 못하면 승부가 힘들어진다.
삼성은 플레이오프 3, 4차전에서 식은 방망이가 달아올라야 한다. 다만 공격의 핵 구자욱의 무릎 상태가 완전치 않다는 게 문제다. 통증이 완화되긴 했으나 아직 선발로 나서긴 무리라는 얘기가 나온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구자욱을 중요한 순간 대타로 기용할 생각이다.
플레이오프가 5전 3선승제인 데 비해 한국시리즈는 7전 4선승제. 이에 따라 박 감독은 3선발이 아니라 4선발 체제로 한국시리즈를 대비한다. KIA의 이범호 감독도 마찬가지. 삼성은 원태인에 이어 레예스가 등판하고 좌완 이승현과 황동재가 선발진에 합류한다. KIA는 네일과 양현종, 에릭 라우어에다 윤영철과 김도현 중 1명이 선발로 나설 예정이다.
박 감독과 대구고 출신인 이 감독 모두 지휘봉을 잡고선 처음 경험하는 한국시리즈다. 박 감독은 20일 광주에서 열린 미디어 데이에서 "응원해준 팬들과 열심히 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며 "플레이오프를 거치면서 기세가 충만해 있다.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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