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간송미술관 입구는 벌써 '셀카 성지'가 됐다. 드넓은 가을 하늘, 한눈에 들어오는 팔공산은 훌륭한 배경이다. 얼마 전 지인들과 함께 간 대구간송미술관은 평일인데도 붐볐다. 간송미술관은 역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교과서나 화첩(畫帖)에서만 봤던 명화들을 직접 보는 것은 귀한 경험이었다. 보통 미술관에 가면 잠시 딴짓을 하기 십상인데, 여기선 그럴 겨를이 없었다. 몸짓과 표정을 생생하게 살린 김홍도와 신윤복의 작품들은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눈썹달 아래 담 모퉁이에서 남녀가 몰래 만나는 장면을 담은 '월하정인'(月下情人)은 밀회의 끝을 궁금하게 한다. 독립 공간에 전시된 '미인도'는 압권(壓卷)이었다.
'훈민정음 해례본'(訓民正音 解例本)의 인기는 대단했다. 마침 한글날 무렵이었으니. 학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독창적인 서체(추사체)로 시대를 앞서간 김정희의 작품들은 또 어떤가. "제 글씨는 아직 부족함이 많지만, 칠십 년 동안 벼루 10개를 밑창 냈고, 붓 천 자루를 몽당붓으로 만들었습니다"란 그의 글은 머리를 숙이게 한다.
대구간송미술관은 지난달 2일 개관했다. 개관 기념 전시인 국보·보물전 '여세동보'(與世同寶)가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간송이 소장한 국보와 보물을 보기 위한 행렬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추석 연휴에는 얼굴 보기 힘들던 서울 며느리, 부산 사위를 대구로 부른 일등 공신이었다는 후문(後聞)도 있다.
대구시는 각고의 노력 끝에 대구간송미술관을 유치했다. 2016년 대구시와 간송미술문화재단은 미술관 건립·운영 계약에 따라 총사업비 446억원을 들여 2002년 2월 착공했다. 대구시는 대구간송미술관을 시립(市立)으로 건립해 비용을 지원하고, 간송미술문화재단은 소장한 문화유산을 상설 전시하며 교육·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협약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대구의 자랑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미술관을 '사립'(私立)으로 알고 있다. 미술관 현장의 설명이나 미술관 홈페이지에서는 '시립'이란 명칭을 찾아볼 수 없고,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건물을 지었다는 언급도 없다. 내가 낸 세금으로 지은 미술관이란 사실을 안다면, 시민들의 자긍심은 빛나고 간송에 대한 사랑은 더 깊어질 터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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