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산? 앞산? 오락가락 명칭… 이제는 ‘앞산’으로 정리

입력 2024-10-17 16:19:15 수정 2024-10-17 19:41:04

앞산 옛 이름 성불산, 2019년 조사로 밝혀져
앞산 역시 민간이 부르던 고유명칭, 일제 잔재 아냐
"대덕산성→성불산고성으로 바꿔야" 등 개명요구도 여전

앞산 전경. 대구남구청 제공.
앞산 전경. 대구남구청 제공.

앞산 지명은 일본어 잔재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래 이름인 '성불산'으로 바로잡아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져왔다. 대구시와 남구청은 자체 조사 끝에 지명을 유지하기로 결론 맺었다.

앞산은 일제강점기 당시 지도에 표기된 '전산(前山)'에서 유래됐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대구읍지, 조선지도 등 우리나라 고문헌에 따르면 앞산이 아닌 '성불산'으로 불렸으나, 일제강점기 당시 '전산'으로 표기된 이후에 앞산으로 탈바꿈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지난 2019년 정연주 당시 남구의회 의원이 앞산의 고유 지명을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논의에 불이 붙었다.

그해 12월 남구청은 전영권 대구가톨릭대학교 지리교육과 교수의 자문을 바탕으로 자체 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앞산의 과거 지명은 성불산이었으나, 민간에서는 대구의 '앞'에 있다는 이유로 앞산이라는 지명을 오랫동안 사용했던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의 '전산' 표기도 민간의 표현을 따랐다는 분석이다. 전산은 앞산을 단순히 한자화한 표현으로, 지명을 읽는 방법으로 '아뿌산'이라는 표기를 병기한 것이 그 근거가 됐다.

대덕산, 비슬산, 비파산 등 최정상부인 앞산을 제외한 봉우리의 지명은 앞산의 고유한 이름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유교 사회였던 조선에서 부처 '불' 자를 사용하는 성불산 지명을 멀리하면서, 앞산을 지칭하는 여러 별명이 생겼다는 것. 이후 여러 지명을 최정상부를 제외한 봉우리들이 나눠 갖게 돼 지금의 지명 체계가 만들어졌다는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남구청과 대구시는 앞산의 지명을 바꿀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신달영 대구시 토지정보과장은 "지명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구에서 먼저 지명 변경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남구청에서 지명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남구청의 의사에 따라 앞산 지명은 물론이고 대덕산성 등의 기념물 이름도 바꿀 계획이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본래의 지명이 성불산이었다는 점이 밝혀졌으므로, 대덕산성과 같은 기념물의 이름을 '성불산고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권영시 전 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은 "서울 목멱산이 남산으로 불리듯, 민간에 친숙한 이름으로 부를 순 있다. 다만 본래의 이름이 있다는 사실이 잊혀선 안 된다"며 "성불산에 있는 고성이 '대덕산성'이라는 엉터리 이름을 갖게 된 것이 대표적 문제"라며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