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으로 살빼는 시대 오나…'위고비' 국내 정식 출시 관심 집중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의 체중감량 비법으로 언급되며 '기적의 비만약'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한 '위고비'가 15일 국내에 정식 출시된다. '위고비' 출시 이전에도 한동안 여러 비만 치료제들이 최근들어 사람들의 관심을 크게 끌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약으로만 비만을 치료하기에는 부작용도 많고 체중 재증가의 가능성도 높기에 갈 길이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함께 비만치료제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 허가와 퇴출이 반복된 비만치료제의 역사
비만치료제로 처음 등장한 제품은 1933년 DNP(다이나이트로페놀)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 5주동안 6㎏ 감량을 약속했고 효과도 좋았지만, 엄청난 고열과 그로 인한 장기손상과 사망 등 부작용 피해자만 출시 5년 동안 10만여명이 발생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됐다.
이처럼 비만치료제의 역사는 허가와 퇴출의 역사이기도 하다. DNP 이외에도 우리가 '필로폰'으로 알고 있는 메스암페타민도 '살 빼는 약'으로 팔리기도 했다. 고혜진 교수는 "과거에는 충분한 연구 결과 없이 제조 허가를 받았던 탓에 환자들에게 사용된 후 부작용이 발견되면 퇴출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가장 최근에는 로카세린이 암 발생 위험 증가 부작용이 발견돼 2020년에 퇴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 당뇨병 치료제 기반의 비만 치료제 개발
최근 개발되고 있는 약제들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 1 receptor agonist, GLP-1 RA)를 기반으로 한다. 이 작용제는 원래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된 약제로 혈당 감소 효과 이외에 체중 감소 효과도 발견돼 비만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GLP-1 RA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 효과는 강화, 1주 1회, 2주에 1회 등의 간격으로 덜 자주 투여할 수 있으면서 더 우수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15일 출시된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주 1회 주사를 맞으면 약 15% 전후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는 현재 알약 형태로도 개발되고 있는데 주사용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고,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했을 때도 결과가 비슷해 주사의 거부감이 있는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티르제파타이드는 당뇨와 비만을 일으키는 두 가지 호르몬에 모두 작용해 더욱 효과적으로 식욕억제와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내는 약제로 주 1회 주사로 약 20~21%의 강력한 체중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이 약제는 미국에서 당뇨병과 비만 치료 목적으로 모두 승인받았다.
GLP-1 RA를 기반으로 하는 비만치료제는 지금도 계속 개발 중이다. 티라제파타이드 성분에 혈당을 조절하는 '글루카곤' 호르몬에도 작용하는 레타트루타이드는 임상2상실험에서 48주동안 24.2%의 체중감량 효과를 보여 3상실험에 대한 기대가 큰 약제다. 이 밖에도 카그릴린타이드·세마글루타이드, 서보두타이드 등 GLP-1 RA 기반의 다양한 약제들이 임상실험 중이다.
고혜진 교수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주 1회 주사하는 GLP-1 RA제로 개발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라는 약제의 경우 3상 실험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국인을 대상으로 생산한다면 현재의 GLP-1 RA 제제 수급난을 해결할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며 "알약 형태로 개발되는 오르포글립론 등 GLP-1 RA를 기반으로 한 여러 약제들이 연구 중에 있으며 비만치료 뿐만 아니라 2형 당뇨병 및 지방간 치료제로서 기대를 모으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 고가·수급난 등 문제점…너무 의존 말아야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비만치료제도 모두 우수하고 안전성이 확인되었으므로 고도 비만이거나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을 경우에는 이러한 약제를 이용한 치료가 필수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약제가 국내에 정시 출시됐을 때 대부분 고가인데다 수급난으로 투약이 중단됐을 때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국내에 출시되는 위고비의 공급가는 37만2천25원으로 책정됐으며, 향후 유통비용 등을 고려한 최종 소비자 가격은 80~100만원 사이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고혜진 교수는 "비만치료제들이 비만이 아닌 환자에게 오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각 약제의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교육과 인식재고가 필요하고 비만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식사치료, 운동치료 및 행동치료"라며 "식사·운동·행동치료가 병행되지 않은 약물치료는 체중 재증가가 있을 수밖에 없기에 약물치료에만 의존하는 것은 부적절한 치료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도움말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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