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무대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AI 연구자 노벨상 석권

입력 2024-10-10 17:11:34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존 점퍼(39)를 올해의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연합뉴스

인공지능(AI)이 현대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AI 연구자들이 과학계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상 수상자로 등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1월 챗GPT의 등장으로 본격화된 AI 열풍이 인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과학으로 공식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로 순수 학문 분야가 주류를 이뤘던 노벨상 무대의 중심에 응용기술인 AI가 전면에 나선 것이다.

9일(현지시간)까지 발표된 과학계 노벨상 3개 부문 가운데 AI는 생리의학상을 제외한 2개 부문을 석권했다. AI 연구 분야의 노벨상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발표된 화학상 수상자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아버지로 명성이 높은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존 점퍼 딥마인드 연구원이 이름을 올렸다. 앞서 전날 발표된 물리학상은 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명예교수와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AI 분야의 잇따른 노벨상 수상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노벨상이 인간의 창의성이나 과학적 발견에 대한 순수 학문 연구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AI는 순수 학문이 아닌, 프로그램 혹은 기술의 영역이라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AI 기술이 등장한 것은 1950년대부터였으나 장기간 주목을 받지 못하던 분야였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삶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분야로 발전하면서 과학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킹스 컬리지 런던의 엘레나 심펄 정보학과 교수는 "AI가 과학을 수행하는 방식에 있어 그 역할은 매우 크며, 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노벨상 수상은 이런 AI의 역할을 인정하고 동시에 컴퓨팅 기술 발전에 있어 학문 간 융합의 중요성도 함께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올해를 기점으로 AI 관련 연구자들의 노벨상 수상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벨 화학상 수상자 발표 후 온라인에서는 챗GPT를 개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다음 노벨상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AI기술 발전에 경고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물리학상 수상자 중 한 명인 힌턴 교수는 수상 후 "AI가 산업혁명에 비견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여러 가지 가능한 나쁜 결과, 특히 이것들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해서 우려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엘런 문스 노벨 물리학위원회 의장은 "머신러닝은 엄청난 혜택을 가져왔지만 (이 기술의) 빠른 발전은 우리의 미래에 대한 우려 역시 불러일으켰다"며 "인류는 이 신기술을 안전하고 윤리적으로 인류의 최대이익을 위해 사용하기 위한 책임을 공동으로 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