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진에 뛰어든 해리스와 트럼프…해리스 공화당 발상지에, 트럼프 바이든 고향에

입력 2024-10-10 16:06:26 수정 2024-10-10 20:22:38

트럼프 바이든 고향 펜실베이니아서 총력전 모드
해리스 공화당 탄생지인 위스콘신에서 총력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욕 라과디아 국제공항에서 차에서 내리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9일(현지시간) 뉴욕 라과디아 국제공항에서 차에서 내리며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1월 5일 치러질 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서로 적진(敵陣)에 뛰어들어 표심을 공략했다. 해리스는 적진인 공화당이 출발한 위스콘신 공략에 나섰고, 트럼프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를 벌였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오대호 연안 공업지대)에 포함돼 결코 놓칠 수 없는 지역이다.

◆트럼프, 펜실베이니아 공략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선거인단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 스크랜턴에서 셰일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거듭 공약했다. 스크랜턴은 바이든 대통령이 나고 자란 고향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선 적진 공략에 나선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스크랜턴에서 행한 유세에서 "(대선에서 이기면) 취임 첫날 나는 펜실베이니아 에너지 노동자들에게 '프랙(frack·셰일가스 생산을 위한 수압파쇄법), 프랙, 프랙', '드릴(drill·시추), 드릴, 드릴'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날 수압파쇄법과 시추를 강조한 것은 펜실베이니아주 경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셰일가스 등 화석 에너지원 생산에 생계가 걸린 유권자들 표심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수압파쇄법의 경우 대선 경쟁자인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환경 오염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를 표명했다가 '허용' 입장으로 돌아섰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이 같은 입장 변화를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2000년대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4연승(2000∼2012년)을 안긴 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던 곳이다.

그러나 직전인 2020년 대선에서 현직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득표율 1.2% 포인트 차로 펜실베이니아를 내줬고, 결국 대선 패배의 쓴 잔을 마셨다.

박빙 승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데는 '고향' 프리미엄이 어느 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고향 스크랜턴이 포함된 래커워너 카운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9% 포인트 차(54% 대 45%)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겼기 때문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자신이 7월 유세 때 피격당한 장소인 펜실베이니아주 서부 버틀러를 다시 찾아 자신을 지지하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규모 유세를 벌인 바 있다.

◆해리스, 적진 위스콘신 유세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 3일 공화당 탄생지인 위스콘신 리펀에서 반트럼프 유권자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리펀은 1820년 미주리 타협에도 불구하고 노예제도를 남부 지역 뿐만 아니라 북부로 확대할 수 있도록 한 '캔자스 네브래스카 법'이 통과된 것에 반발하는 정치인의 모임이 1854년 열렸으며 이것이 공화당이 탄생하는 계기가 됐다.

해리스 부통령 입장에서는 적진인 셈이다. 이날 유세는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세력'의 상징인 리즈 체니 전 하원의원이 동행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우리의 선서는 신성하며 그 선서는 존중돼야 하고 결코 깨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미국 국민이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누가 그 선서를 따를 것인가'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명하며 "거기에 나와 트럼프 간 심대한 차이가 있다"면서 "그는 미국 헌법을 수호하겠다는 선서를 위반했다. 분명히 말하건대 그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또 그렇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2020년 대선 결과 수용 거부 및 1·6 의사당 폭동 사태 선동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체니 전 의원은 이날 "나는 트럼프가 스프레이로 태닝을 하기 전부터 공화당원이었다"면서 "나는 가장 보수주의적 가치가 미국 헌법에 대한 충성인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어 1·6 사태 당시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한 뒤 "미국에서 누가 우리를 통치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폭력이 아니며 폭력이 돼서도 안 된다.

체니 전 하원의원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부통령을 지낸 딕 체니 전 부통령의 딸이다.

해리스 부통령의 이번 일정은 미국 대선이 초박빙으로 흐르는 상황에서 중도 우파 성향의 공화당 당원을 공략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