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다수 거론하며 국감장 정쟁으로
與, 이재명 대표 둘러싼 논란 도마 올려 맞대응
국정감사 이틀째인 8일 여야는 각각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끝장 공방을 반복했다. 이날 열린 정무·법제사법·교육·환경노동·보건복지 등 10개 상임위 국감에서는 피감기관을 막론하고 이 대표·김 여사 관련 사안이 다른 정책 현안을 뒤덮으며 이슈를 빨아들였다. 여야가 곳곳에서 충돌하며 파행이 잇따랐고 정책 감사는 뒷전으로 밀렸다.
◆정무위, '김건희 명품가방 사건' 대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민권익위원회 국정감사는 고성으로 얼룩지며 파행을 빚었다. 야당 의원들이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사건' 종결 처리를 주도한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의 발언을 두고 거센 반발을 쏟아내 감사 시작 30여 분만에 정회됐다.
정무위는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권익위 등에 대한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첫 질의자인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 부위원장이 과거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사직이 수리되는 날 나를 고발했던 야당 의원들을 전부 고소·고발할 것'이라는 말을 했다. 이 발언이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정 부위원장은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야당 의원들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며 즉각 항의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정 부위원장이 국회를 겁박하고 위협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을 공식 인정했다"며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여야 간사와 협의해 이 부분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협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이 계속되면) 회의가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하자 민주당에선 "야당 의원들을 고발하겠다는데 가만히 있어야 하나", "이게 말이 되느냐"는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고성이 오가자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여야 간사 합의를 이유로 정회를 선언했다.
오후 들어 속개한 감사에서도 고조된 긴장감은 이어졌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은 정 부위원장을 향해 "오전에 정무위가 정회했을 때 웃음을 보였다"고 지적했으나 정 부위원장은 "제가 제 얼굴 볼 수가 있느냐"며 반박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사직서가 수리되면 진짜 그렇게 고소·고발할 거냐'는 이정문 민주당 의원 질의에 "고소는 제 권리하고 생각한다. 헌법에서 보장된 제 권리를 의원님께서 간섭하시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응수했다.
◆법사위, '이재명·김건희' 여야 맞불
국회 법사위의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여야는 '코나아이 특혜 의혹'과 '명태균 불법 여론조사 의혹'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인 코나아이에 불법성 특혜를 제공한 정황이 있다며 검찰 수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주진우 의원은 "대행사라면 지역화폐 발행·관리 수수료만 가져가야 하는데 코나아이는 낙전수익을 가져갔다"며 "대장동 비리와 아주 유사한 구조"라고 주장했다.
낙전수입이란 유효기간과 채권소멸 시효가 지났지만, 이용자가 사용·환불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반면 민주당은 미래한국연구소 회장으로 알려진 명태균 씨가 윤 대통령에게 제공한 여론조사의 대가로 김영선 국민의힘 전 의원이 재·보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을 연일 제기했다. 명 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이다.
박균택 의원은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은 정부를 상대로 허위 조작을 해가며 그런 내부 제보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명 씨와 강혜경 씨(김 전 의원의 회계책임자)의 주장이 진실이든 허위이든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사건·명품가방 수수 사건 관련 질의도 어김없이 등장했고,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답변을 하느라 진땀을 뺐다.
박 장관은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를 불기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의 분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지금 문제가 되는 각종 단독 보도 내용들은 2021년 10∼11월경 전부 수집돼 있던 자료이고 이를 숨기거나 감춘 게 아니라 법정에 증거로까지 제출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내용만으로 충분히 기소가 가능하다면 왜 2021년 수사 때 처리를 못했을까. 그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 장관은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관련해선 "청탁금지법에는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다"면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에게도 신고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교육위, 김건희 논문 대필·표절 도마
국회 교육위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논문 대필·표절 의혹이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이날 교육부와 국가교육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대필 의혹 관련 인물인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속에 상정, 표결로 관철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설 교수는 전문의로부터 증언을 할 수 없는 정도의 건강 상태임을 증명하는 처방을 받아 정당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민주당 소속 김영호 교육위원장이 동행명령장을 표결에 부치자 야당 의원들은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여유 있게 의결했다.
김 위원장은 "설 교수는 지난해 국감에도 증인으로 출석 요구됐으나 정당성 없는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한 전력이 있다"며 "이번에 동행명령장 발부 등 조처를 하지 않는다면 의사 진단서만 있으면 모든 증인이 출석을 안 할 수 있는 선례가 생긴다"고 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국민대가 자체 조사에서 김 여사 논문 표절률이 7∼17%라고 밝혔으나 같은 논문 표절 검사 프로그램을 돌려보니 29%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표절에는 다양한 기준이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답했다.
◆환노위, 댐 추진 두고 野 '4대강 2탄' 공세
국회 환노위의 환경부 국정감사에서는 댐 신설 추진과 관련해 '4대강 사업 2탄'이라는 야당의 공세에 김완섭 장관이 맞대응하며 공방을 벌였다.
이학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또 토목사업을 하려고 한다고 국민이 오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김 장관은 "만약 환경부가 4대강 사업 2탄으로 토목 세력을 위해 댐을 추진한다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라고 맞받았다.
지난해 유럽에서 487개 댐을 해체하고 미국은 2050년까지 최대 3만2천개 댐을 해제할 예정인 점을 들어 댐 신설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고 지적한 정혜경 진보당 의원에게는 "유럽에서 해체되는 댐 대부분이 5m 이하로, 같은 기준이라면 우리나라도 매년 50~150개를 해체한다"면서 "일본은 2000년 규슈 대홍수 이후 댐을 새로 짓는 등 노후화로 위험하고 필요 없는 댐은 부수고 필요한 댐은 짓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물관리 최상위 계획인 '국가물관리기본계획'에 '댐 신설'과 관련한 내용이 없다는 김주영 민주당 의원 지적에 김 장관은 "해당 계획은 10년짜리 계획으로 하위계획을 바꿀 때마다 변경하는 것이 아니라, 부합성 심사를 한다"며 "지난 정부 때 국가수도기본계획을 변경할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복지위, '이재명 헬기이송 특혜' 공방
국회 복지위의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논란'을 두고 여야 간 공방이 벌어졌다.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대병원에 가면 주치의 판단 없이 서울까지 헬기를 태워줄 수 있나. 초등학생도 특혜라고 판단할 수 있는 아주 쉬운 사항"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야당은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국정감사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 1당 대표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던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프레임을 '헬기 특혜'로 바꾸는 건 받아들이기 힘든 행위"라며 "김 여사의 공천 개입 문제도 여기서 얘기하고 싶지만 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반발에 "복지부가 응급헬기 이송 과정의 매뉴얼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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