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플러스] 돌이킬 수 없는 실명의 그림자 '당뇨망막병증'

입력 2024-10-09 06:30:00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환자를 실명의 공포에 몰아넣는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오랜 기간 지속된 고혈당에 의해 망막의 미세혈관이 손상되어 생기는 당뇨망막병증은 황반변성, 녹내장과 함께 성인 실명의 가장 흔한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황반변성, 녹내장과 달리 한참 왕성하게 활동하는 연령대의 실명을 유발한다는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더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초기에는 망막병증이 있어도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 안과 검사가 특히 중요하다.

◆ 당뇨망막병증의 원인과 증상

당뇨병은 미세혈관계에 병변을 일으키는 대사성 질환으로 눈을 포함한 전신 조직에 광범위한 장애를 일으킨다. 당뇨망막병증도 쉽게 말하면 눈 속 혈관이 녹슬고 터져 망가지게 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당뇨병을 앓은 지 30년 이상이 되면 90% 이상에서 발생하고 15년 전후인 경우 70~80%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 더 잘 발생하게 된다.

당뇨망막병증은 크게 비증식형과 증식형으로 분류된다. 비증식형은 망막의 작은 혈관들이 약해져서 혈청이 잘 새거나 혈관이 막혀서 영양 공급이 중단되는 상태로 비교적 초기 단계로 분류된다. 증식형은 혈액순환이 나쁜 곳에서 새 혈관이 생기고 여기서 발생하는 출혈에 의해 5년 안에 실명에까지 이르는 무서운 합병증으로, 후기 단계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초기라 하더라도 심각한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공민 영남대병원 안센터 교수는 "초기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의 경우에는 비문증이나 시야흐림 외엔 심각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황반부 망막이 붓게 되는 황반부종이 생기면 심각한 중심시력 저하를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정상 망막(왼쪽)과 당뇨망막병증에 걸린 망막(오른쪽).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정상 망막(왼쪽)과 당뇨망막병증에 걸린 망막(오른쪽).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 당뇨망막병증의 진단과 치료

당뇨망막병증 진단을 위해서는 동공을 통해 안구의 내부를 확인하는 안저검사가 가장 중요하다. 안저에는 안저에는 망막과 시신경 유두, 황반, 맥락막 등이 분포하는데, 이 곳에 새로운 혈관이 생기거나 부종이 발생했는지를 확인한다. 사공민 교수는 "필요한 경우 형광안저혈관촬영을 통해 혈관의 누출과 폐쇄를 확인하거나 빛간섭단층촬영을 통해 황반부종의 정도를 진단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만약 안저검사가 어려운 경우에는 눈 초음파 검사까지 진행하기도 한다.

당뇨망막병증은 당뇨병 치료와 함께 진행하게 된다. 사공민 교수는 "많은 연구에서 혈당을 엄격하게 조절할 경우 당뇨망막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초기부터 철저하게 혈당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당뇨병 환자의 경우 혈청 속에 지방이 많으면 망막 바깥에 지질 성분이 누출돼 망막에 침착돼 시력을 저하시키는 경우가 있다. 또 황반이 붓는 현상도 혈압이 높으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혈액 내 지질을 낮추고 혈압을 조절하는 것 또한 치료를 위해 필수적인 요소다. 또한 당뇨 환자에서 흡연은 혈관내 일산화탄소 증가, 혈소판응집의 증가, 혈관 수축 등을 유발하여 증식당뇨망막병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므로 금연은 필수적이다.

사공민 교수는 "황반부종은 유리체강내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를 통해 혈관 누출을 줄이거나 유리체강내 스테로이드 주사를 통해 혈관을 안정화 시키고 염증 조절을 병행함으로써 부종을 조절하고 상당한 시력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다만 재발이 줄어드는 안정기까지 반복적인 주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므로 이 기간 동안 인내를 갖고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심한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이나 증식 당뇨망막병증으로 진행한 경우에는 레이저 광선을 이용한 '광응고 요법'을 시행할 수 있는데 적절한 시기에 이를 잘 치료하면 실명 확률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한편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박리 등이 합병되어 시력 저하가 심한 경우에는 유리체절제술과 같은 외과적 수술도 진행하게 된다.

◆ 당뇨망막병증의 관리 수칙

당뇨망막병증에 대한 첫 안과검진은 제1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진단 후 5년간은 망막 쪽에 진행이 거의 없으므로 진단 후 5년 내에만 받으면 되나,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는 정확한 발병시기와 유병기간을 알 수 없어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동시에 당뇨망막병증 검사도 반드시 받도록 해야 한다. 이후 추적관찰 간격은 당뇨망막병증의 진행 상태에 따라 결정하게 된다.

사공민 교수는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길어질수록 당뇨망막병증의 진행의 위험이 높아지고 합병증 발생 가능성도 커진다"며 "철저한 혈당조절과 함께 주기적으로 빠짐없이 망막 검진을 받음으로써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소리 없이 다가오는 실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사공민 영남대병원 안센터 교수.
사공민 영남대병원 안센터 교수.

도움말 사공민 영남대병원 안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