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민 달성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
1923년 창간된 영국의 클래식 음악 전문지인 그라모폰(Gramophone)은 1977년 그라모폰상(Gramophone Classical Music Awards)을 제정한 이래 매년 수상작을 선정한다. 클래식 음악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그라모폰상은 오랜 역사와 전통, 전문적인 심사 과정, 관련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클래식 음악 시상식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실내악, 합창, 협주곡, 현대음악, 고음악, 기악, 오페라, 관현악, 피아노, 가곡, 보이스 & 앙상블 등 11개 부문에서 수상작을 선정하는 그라모폰상은 지난달 6일 부문별 3개의 수상작 후보를 발표했다. 피아노 부문에서는 지난 2021년 수상자이기도 한 안데르제프스키(Piotr Anderszewski, 1969~)의 바르톡, 야냐첵, 시마노프스키의 작품이 수록된 음반과 함께 임윤찬의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 실황 녹음인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음반, 그리고 올해 데카 레이블에서 발매된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음반이 수상작 후보로 등재됐다.
피아노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3개의 음반 중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음반이 마찬가지로 그가 연주한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단 한 표 차로 앞서며 10월 2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시상식에서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올해의 젊은 예술가상도 함께 수상하게 된 임윤찬은 한국 음악가 중 피아노 부문 최초의 수상자이자 한 부문에 2개 음반이 최종 후보에 등재된 최초의 피아니스트로 기록됐다.
임윤찬의 행보에서 최초라는 수식어는 그리 낯설지 않다. 이미 지난 2022년 제16회 반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출전 제한 연령의 하한선인 만 18세의 나이로 참가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며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깊이 각인됐다. 특히 결선 무대에서 연주한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in d minor, Op. 30)의 감동적인 실황 영상은 현재도 유튜브에서 1천50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임윤찬은 그라모폰상 수상의 영광을 가져다준 쇼팽 에튀드를 첫 스튜디오 앨범으로 선택한 배경으로 근본 있는 음악가를 언급하며 이를 두 가지로 정의했는데, 첫 번째로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깊게 깔려있고 이를 두려움 없이 표현하며 예측 불가능한 시점에 가볍게 던지는 유머가 있는 음악가'이고 두 번째로는 '음을 치자마자 귀가 들을 시간도 없이 심장을 강타하는 음악가'라고 했다. 그의 예술적 진정성 추구와 낭만주의적 접근은 보편적 기준의 도달이 아닌 자신과의 경쟁이자 내면의 진실한 마음과 마주하는 순간이 아닐까 싶다.
장르를 불문하고 노력과 성과에 대한 대가가 주어진다는 것은 이룬 업적이 지닌 가치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과정으로 목표 달성을 위한 내·외적 동기 부여뿐 아니라 지속적인 성장의 동력이 된다. 특정 기준을 충족할 경우 물질적 형태나 혜택을 제공하는 보상은 주로 의무적 성격의 실질적인 이득을 취하게 되지만 뛰어난 성취로 인한 수상은 보다 상징적이고 명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인정을 받게 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각자의 가치관에 의해 선택한 삶의 모습에 따라 이루게 될 업적도, 그로 인해 받게 될 대가도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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