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해제 규제 20년만에 대폭 완화, 개발 관심 재점화
그린벨트 1, 2등급 대체지 확보 실효성 논란, 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
매천 농수산물도매시장, K2군공항, 도심내 군부대 등 대구권 관련 사업 줄줄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개발을 둘러싼 관심이 올해 들어 다시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년 만에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고 밝혀서다. 비수도권의 경우 해제 가능 총량과 무관하게 그린벨트를 풀 수 있고, 필요에 따라 1‧2등급지의 해제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환경 보존과 더불어 대체지 마련의 낮은 실효성 등은 여전히 풀어가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급격한 땅값 상승 등 해제 이후 벌어질 문제들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1, 2등급 대체지' 실효성 낮아…"요건 완화 필요"
정부가 올해 발표한 그린벨트 규제 완화방안에서 '대체지 확보'에 대한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완화방안에 따르면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선 지역 전략사업 지정과 함께 해제될 구역과 동일 면적의 대체지 제시가 필수 요건이다. 특히 환경평가 1·2등급지의 대체지를 지정해야 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구권 그린벨트의 경우 전체 면적 515㎢ 중 87%가 1‧2등급지에 해당한다. 울산·창원·대전권 등도 1‧2등급지가 78~88%에 이른다. 결국 비수도권 지자체 대부분이 그린벨트 해제 개발 시 대체지를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대체지 선정 과정에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나아가 대체지 선정 자체가 어려워 아예 신규 개발 사업 계획을 철회하는 등 제도 개선의 의미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대구시 관계자는 "1‧2등급지 해제 후 대체지를 찾아 그린벨트로 지정하려면 사실상 사유지에는 불가능하다. 결국 국·공유지에 신규로 지정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가능한 대체지가 있을지는 미지수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영·호남 8개 시도지사는 지난 7월 그린벨트 지역전략사업 대체지 지정 요건의 완화를 요구하는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그린벨트 개선 연구를 진행 중인 국토연구원에선 지자체들 의견을 수합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대체지 지정과 관련해 지자체마다 설명회를 열고 의견을 모으고 있다. 정부에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이번 제도 개선에서 대체지 확보가 중요한 조건인 만큼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다. 대체지 인정 범위를 조율해나가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매천시장 등 향후 개발…"환경등급 재조정 요청"
지자체가 보유한 해제 가능 총량 역시 하나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해제 가능 총량은 2008년 설정된 이후 지금까지 변동 없이 유지 중인 가운데, 총량을 거의 다 사용한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아직 절반도 소화하지 못한 곳들도 있다.
해제 가능 총량은 2004~2007년 '2020년 광역도시계획'을 수립할 때 권역별로 부여됐다. 2009~2012년 광역도시계획 변경으로 기존 총량의 10~30% 정도 추가 배정됐다. 전국 총량은 531.6㎢로, 이중 대구권은 40.9㎢를 부여받았다.
국토교통부와 대구시 등의 자료를 종합하면, 2021년 기준 대구권은 25.9㎢(63%)를 소진해 약 15㎢의 해제 가능 총량을 남겨두고 있다. 부산권은 80.5㎢ 중 64.4㎢(79.9%)를 이미 사용했다. 이어 수도권은 79.3%, 광주권은 70.7% 순으로 해제 가능 총량을 개발했다.
대구시는 우선 해제 가능 총량과 상관없는 지역전략사업으로 '대구매천농산물도매시장 이전지'를 신청했다.
다만 지역 최대 현안 중 하나인 K-2와 제2작전사령부 등 군부대 이전과 관련해서는 아직 지역전략사업으로 신청하지 않았다. 해당 사업에 대해선 보유한 해제 가능 총량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이 대구시의 입장이다.
대구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농수산물도매시장 이전지는 달성군 하빈지역 27만㎡ 부지로, 지역전략사업으로 정부에 신청했다"며 "대구는 약 15㎢의 해제 가능 총량이 있다. 군부대 부지 개발 등과 관련해 6.8㎢의 부지가 필요한데 해제 가능 총량으로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구는 산지가 많고 그린벨트 내 1‧2등급지 비중이 87%나 될 정도로 넓다. 전국적으로 총량을 계속 늘려주는 것보다 환경등급을 지자체 상황에 맞춰 재조정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2040 도시계획 수립 중…"환경훼손 최소화"
그린벨트 해제·개발계획은 광역도시계획과 도시기본계획안에 담긴다. 대구시는 현재 '2040대구도시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이에 그린벨트 규제 완화 등 달라진 제도에 발맞춘 내용을 포함할 예정이다.
그린벨트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공공성과의 균형을 찾으면서 제도적 허점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난개발을 막고 환경 훼손을 줄이는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환경연구원은 2021년 '개발제한구역 해제 문제점 분석 및 개선방안'을 통해 개발사업 입지 선정에 대한 기준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마다 해제 가능 총량을 사용해 그린벨트를 무분별하게 개발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린벨트 환상형(둥근 고리 모양으로 연결되는 형태) 녹지 축 단절, 팽창으로 인한 도시연담화(다른 행정구역과 맞닿는 것) 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환경성과 경제성을 사전에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해 8월 국토연구원은 국민 2천 명과 도시계획·환경 분야 전문가 100명, 권역별 개발제한구역 담당 부서 팀장급 이상 공무원 55명을 대상으로 그린벨트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이 조사에선 응답자 중 72%가 그린벨트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60% 이상이 공공의 목적에 의한 제한적 개발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기후 위기가 심각한 현재 이를 방어하는 하나의 전선이 그린벨트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한 규제 완화에는 개발 사업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탄소배출 등 생태적인 관점의 조사나 연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환경보전에 끼칠 영향에 대한 생태학적 조사도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획탐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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