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연장전 돌입 '치킨게임' 우려도 나와

입력 2024-10-05 13:39:47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4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 매수가를 75만원에서 83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연장전이 됐다.

당초 영풍·MBK 연합이 지정한 공개 매수 기간은 사실상 지난 4일 까지였으나, 이날 매수가 추가 조정으로 공개 매수 마감일도 열흘 뒤인 오는 14일로 미뤄졌다.

특히 마지막 거래일 주식시장에서 개장 직후부터 고려아연 주가가 75만원 이상으로 형성되며 MBK 측 매수가를 훌쩍 뛰어넘자 영풍·MBK 연합으로서는 매수가 인상 카드를 꺼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MBK 측은 이날 애초 설정했던 6.98%의 최소 매입 수량 조건도 삭제했다. 최소 지분 매집에 실패하면 인수·합병(M&A) 실패로 보고 물러러서는 것이 아닌 지분을 1%라도 더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MBK 측이 이날 수정한 가격과 조건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이 제시한 것과 정확히 같은 조건이다.

앞서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가격인 83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MBK 측이 추가로 제시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동일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는 수익을 생각해야 하는 사모펀드로서 수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창립기념일(8월1일)을 하루 앞둔 31일 울산에서 열린 고려아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최 회장 측이 재조정된 MBK 측 마감일인 오는 14일 이전에 자사주 매수가를 83만원 이상으로 올리며 주주·기관투자자 등을 유인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고려아연은 이번 자사주 매집을 위해 1조5천억원의 자기 자금과 1조1천635억원의 차입금을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총 4조2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할 채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백기사'(우호세력)로 나서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공개 매수하려는 베인캐피털의 투자 금액 4천300억원까지 합치면 자금 동원 규모는 4조6천억원대에 달한다.

MBK 측의 매수가 인상에 맞서 최 회장 측이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1조5천억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달 말 이후 추가로 약 1조원의 추가 회사 현금도 마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매수가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

아울러 최 회장 측은 대항 매수에 참전한 베인캐피털을 '연합군'으로 소개하면서 추후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로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했다.

다만 자사주 매수가를 올리는 경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은 최 회장 측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각각 경영권 인수·수성을 목표로 경쟁하는 MBK 측, 최 회장 측 모두 이 같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분 확보를 위한 '머니게임'이 날로 격화하면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뒤로 미뤄두며 돌진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이날 MBK 측의 매수가 인상에 맞서 최 회장 측이 추가로 동원할 수 있는 현금 규모는 1조5천억원 이상으로 시장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이달 말 이후 추가로 약 1조원의 추가 회사 현금도 마련되는 것으로 알려져 매수가 인상 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아울러 최 회장 측은 대항 매수에 참전한 베인캐피털을 '연합군'으로 소개하면서 추후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로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을 댈 수 있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다만 자사주 매수가를 올리는 경우 재무적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은 최 회장 측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각각 경영권 인수·수성을 목표로 경쟁하는 MBK 측, 최 회장 측 모두 이 같은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해 치열한 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지분 확보를 위한 '머니게임'이 날로 격화하면서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는 뒤로 미뤄두며 돌진하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비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