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도 이렇게 힘들 수 있나…장사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입력 2024-09-30 18:30:00 수정 2024-09-30 20:39:15

30일 오후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상인 물건을 팔고 있다. 이통원 기자
30일 오후 대구 중구 번개시장에서 상인 물건을 팔고 있다. 이통원 기자

"하나라도 팔려면 나와야지 방법이 있나요."

30일 오후 대구 중구 번개시장 입구. 본격적인 가을에 접어드는 시기지만, 여전히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아 반팔을 입는 사람들도 곳곳에 보였다. 내리쬐는 햇빛을 가리기 위해 모자를 쓴 상인도 눈에 띄었다. 번개시장 한 식료품 매장 상인 신모(65) 씨는 "아직 날씨가 덥다 보니 낮에는 손님이 거의 없는 수준"이라며 "오후에는 그나마 선선해져 손님들이 있는 편"이라고 말했다.

때아닌 더위로 인해 전기료 걱정을 하는 곳도 있었다. 대구 달서구 와룡시장 한 수산물 판매 매장 상인 이모(63) 씨는 "예전 같으면 서늘한 바람이 불어야 할 시기인데 여전히 날씨가 덥다"며 "전기료 할인 기간이 종료돼 9월에 사용한 전기료가 얼마나 나올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달에 얼음값만 100만원 들어갔는 데 여전히 얼음이 잘 녹아 힘들다. 명절에는 그나마 장사가 됐지만, 지나고 나니 얼음 값이 더 드는 날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500만원가량 전기요금이 나온 24시간 해장국집 사장도 시름이 가득하다. 그는 "이번 달에는 얼마나 더 나올지 걱정이 된다. 1만원짜리 해장국 500그릇은 팔아야 겨우 전기세라도 내는 상황이다 보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면서 "곧 추워지면 히터를 틀어야 할 텐데 전기 요금이 걱정이 끊일 날이 없다"고 했다.

대형 전통시장 상인들도 한숨을 쉬긴 마찬가지다. 칠성시장 수산물 판매 매장 상인 박모(69) 씨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장사가 바짝 잘되는 듯하더니, 또 매출이 반 토막 나버려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30일 오후 번개시장 입구 전경. 이통원 기자
30일 오후 번개시장 입구 전경. 이통원 기자

◆치솟는 인건비에 가족 경영으로 버텨

치솟는 인건비에 직원은커녕 아르바이트도 구하지 못하고 가족 경영으로 사업장을 꾸려가는 곳에서도 불안한 심정은 마찬가지다. 아르바이트를 쓰지 않고 직접 운영한다는 대구 중구 한 편의점 점주 정모(45) 씨는 "인건비가 워낙 비싸다 보니 가족들끼리 돌아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다"며 "가족 중 일이 생기면 12시간 넘게 일하는 경우도 생겨 이렇게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고 푸념했다.

◆자영업자 옥죄는 배달 앱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부담에 불만이 커지고 있다. 대구 북구의 한 국밥집을 운영하는 이모(36) 씨는 "배달 앱을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환경을 조성한 뒤 가격을 올리면 음식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데, 음식가격을 10%가량 올리면 매출은 더 크게 떨어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배달 3사별 중개이용료율을 비교하면 현재 ▷배달의 민족 9.8%(2024년 8월) ▷쿠팡이츠 9.8%(2022년 2월) ▷요기요 9.7%(2024년 8월)로 책정돼 있다. 배달의 민족은 지난 2021년 6월 1천원에서 2022년 1월 6.8%로 변경한 바 있다. 또 쿠팡이츠는 2019년 5월 1천원, 요기요 2012년 8월 12.5% 수준이었다.

만만치 않은 폐업 비용으로 인해 문을 닫지 못하는 상가도 있었다. 대구 중구 한 카페 사장 정모(38) 씨는 "장사가 너무 안 되다 보니 폐업을 생각하고 있는데, 건물 주인이 원상복구를 원하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복구를 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다 보니 직접 몰딩을 제거하고 원상 복구를 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폐업이나 폐업을 앞두고 있는 소상공인에 점포철거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이 제도는 '희망리턴패키지 원스톱폐업지원' 사업이다. 철거지원금은 3.3㎡당(1평) 13만원으로 최대 250만원까지 지원 가능하다.

한 철거 업체 대표는 "과거에는 철거 후 재입점하는 승계 매장이 많았지만,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원상 복구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며 "특히 비교적 간단한 철거는 해놓고 일부분만 철거하거나 철거에 참여해 비용을 줄이려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