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와 함께 나누고픈 북&톡] 아이들이 세상을 탐구하는 힘, 미디어 리터러시

입력 2024-10-01 06:30:00

미디어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미디어 관련 자료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태어날 때부터 컴퓨터, 인터넷, 스마트폰 등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자라나고 각종 디지털 미디어를 익숙하게 다루는 어린이·청소년을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부릅니다. 이들은 뉴스, 영화, 광고, 웹툰, 게임, SNS까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놀이와 의사소통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편리하고 좋은 도구라도 빛과 그림자가 같이 따르게 마련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디어를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읽고 생산해 낼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두 권의 책을 만나보시죠.

◆ 지속가능한 온라인 세계를 위해 어떻게 저항해야 하나

'아이들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의 표지

'아이들의 화면 속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김지윤 지음)는 '인터넷이 없던 세상을 겪어본 적이 없는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화면 속 세상은 아이들을 어떻게 유혹하고, 그들은 거기에 어떻게 저항하며 그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가는지를 총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왜 스마트폰을 부수는 것을 자신을 부수는 것으로 생각할까요? 그들의 삶은 왜 게임을 닮아가고 있는 걸까요? 그들은 왜 화면 안에서 '모르는'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일에 몰두할까요? IT 업계에서 저널리스트이자 기획자, 창업가의 길을 걸어 온 저자는 디지털 환경의 입체적인 성격과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면밀하게 전달하며, 화면의 문제가 곧 그들이 직면한 삶의 문제인 이유를 깊이 있게 성찰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아이들이 '화면을 끼고 산다'고 지적하며 문제는 오로지 그들에게 있는 것처럼 말합니다. 저자는 책 속에서 그러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습니다. 그는 보호자가 아동을 돌볼 때(parenting) 아동의 일상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sharing) 것을 뜻하는 '셰어런팅(Sharenting)' 이슈를 비롯해, 아이들을 화면에 길들이며 '돈벌이'로 활용하는 기성세대의 행태, 그리고 이에 대한 젊은 세대의 자구책과 저항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또, 화면의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빅테크 기업들의 지나친 권력 집중 구도를 지적하고, 온라인 세계가 초래한 불평등을 심도 있게 분석합니다. 저자는 애당초 화면이 야기하는 각종 소란과 부침은 '어른들의 산물'이었음을 외면해선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온라인은 우리가 태어나 죽는 생애 전반에 포진해 있고, 아이들은 바로 그런 환경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개척해야 합니다. 저자는 이런 양상을 "기성세대가 화면의 명암을 만들었다면, 그들의 자식들은 그 명암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고 표현합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을 비롯한 화면의 파급력이 모든 걸 집어삼킬 듯 미래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무슨 조언을 들려주고, 그들을 위해 어떤 세상을 마련해주어야 할까요? 아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책을 강조하는 저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다가옵니다.

◆ '작품'에서 '콘텐츠'로, 빨리 감기와 건너뛰기, 몰아보기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표지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이나다 도요시 지음)은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왜 요즘 세대는 영화나 영상을 빨리 감기로 재생하면서 보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취재하여 쓴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무서운 미래'라는 제목의 칼럼을 바탕으로 한 책입니다. '빨리 감기'라는 작은 현상을 다룬 기사가 왜 이렇게 큰 반향을 불러왔을까요? 빨리 감기가 작은 현상처럼 보일지라도 그 속에는 거대한 사회적 변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영화를 감상한다"라는 말보다는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표현을 자주 합니다. '작품'이 '콘텐츠'로, '감상'이 '소비'로 변한 것이죠.

저자는 "빨리 감기"라는 현상 속에 세 가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첫째, 봐야 할 작품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둘째, '시간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영상을 효율적으로 '섭취'하기를 원합니다.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 빠르게 알고 싶어 하기에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장면은 건너뜁니다. 셋째, 영상 제작 및 연출 자체가 쉽고 친절해졌습니다. 배우의 표정과 배경 소개로 은근히 표현할 수 있는 상황도 모두 대사로 전달합니다. 그러니 대사가 나오지 않는 장면들은 모두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거리낌 없이 건너뛰거나 빨리 감기로 봅니다. 효율을 강조하는 사회 속에서 '치트키'를 찾을 수밖에 없는 현실과 '실패하면 안 된다'라는 압박까지 원인으로 지목한 저자는 '빨리 감기'로 대표되는 콘텐츠 소비 현상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 트렌드가 변화하는 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구시교육청 학부모독서문화지원교사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