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공급 차질에 배추 한 포기 값 9천원대 치솟아…'김장 대란' 우려

입력 2024-09-26 18:30:00 수정 2024-09-26 21:43:50

출하량 급감에 가격도 작년 대비 2배…김치 뺄 수 없는 식당 차림상 부담
정부 중국산 수입카드 꺼냈지만…"중국산 반기지 않는 분위기"

지난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작업자들이 산지에서 운반된 배추를 내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지난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작업자들이 산지에서 운반된 배추를 내리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배추를 비롯한 채소 가격이 치솟으면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유난히 길었던 폭염에 예기치 못한 폭우까지 겹치면서 공급이 불안정해졌기 때문이다. 한국인의 필수 반찬인 김치를 직접 담그는 소상공인의 부담이 가중되는 가운데, 다가올 김장철까지 채소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2배 이상 오른 배추 가격

26일 오전 찾은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 채소 도매상 앞에는 이날 입하된 배추가 쌓여 있었다. 한 소매상은 배추 가격을 묻더니 한참을 고민하다 발길을 돌렸다. 그는 "다른 채소도 마찬가지이지만, 배추가 너무 비싸서 다른 반찬으로 대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도매상 A씨는 "배추 물량 자체가 많이 줄었고 가격도 좀처럼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배추를 찾기도 힘들지만 부담이 커서 그런지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것 같다. 꼭 배추가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구매를 미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배추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25일 기준 배추 포기당 평균 가격은 9천383원으로 전년 동기(6천220원) 대비 50.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구도매시장의 경우 고랭지 배추 판매 가격이 8천196원에서 2만1천원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같은 날 대형마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대구 달서구 한 대형마트 채소 코너의 쌈배추 매대는 제품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특가 판매한 손질 배추는 오전에 이미 동이 났다. 이곳에서 만난 주부 이모(37) 씨는 "배추 가격이 올라서 고민하다가 특가 판매를 보고 바로 장바구니에 담았다. 채소 가격도 변동이 커져서 장을 볼 때마다 고민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일부 대형마트의 김치 코너에서 배추 포기김치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유통 업계는 김치, 배추 물량이 소진될 것으로 보고 알배기 배추와 봄동 등 배추를 대체할 수 있는 품목을 추가 기획하고 수요를 분산할 수 있는 가격 행사를 확대할 예정이다.

◆소상공인 시름 깊어

배추 가격 상승으로 소상공인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차림상에서 김치를 제외할 수 없다보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대구 동구 각산동에서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모(59) 씨는 "김치가 없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다. 이전에는 모든 반찬을 직접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는데, 완제품 김치를 사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물가가 올라도 메뉴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중국산 배추 수입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일각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김치 제조업체 관계자는 "김치를 공급할 때 원산지를 밝혀야 하는데 중국산 배추를 사용했다고 하면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여전하다. 가격도 국산과 크게 다르지 않아 걱정"이라고 했다.

25일 대구 시내 한 마트(위)와 식당에 배추값 폭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25일 대구 시내 한 마트(위)와 식당에 배추값 폭등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 배추대란 김장철까지 이어지나

배추 공급 부족이 늦가을 김장철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9일 시작된 호우로 배추밭 667㏊(헥타르·1㏊는 1만㎡)가 물에 잠긴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축구장(0.714㏊) 900개 면적보다 큰 규모다. 올해 가을배추 재배면적 예상치인 1만2천870ha의 5.2%에 해당한다.

특히 김장철에 맞춰 출하가 이뤄지는 주산지 전남 해남군의 피해 규모가 611㏊로 가장 컸다.

현재 출하되는 배추는 대다수가 강원도 고랭지 배추로 고온 현상 및 가뭄 등의 영향으로 작황이 부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상태다. 향후 남부지역에서 재배되는 물량 공급이 원활해져야 물가를 잡을 수 있지만, 이번 폭우 여파로 이마저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오화택 농협 북대구공판장 팀장은 "현재 대구경북을 포함해 전국에 유통되는 물량은 강원도산인데 올해 폭염이 있었고 폭우도 겹쳐 물량 공급이 절반으로 줄었다. 향후 물량 공급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김장철까지 여파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