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만, 일본,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이 접한 동아시아 태평양 바다가 다시 '태풍 자판기'가 될 태세다.
▶25일 일본 시코쿠·혼슈 남쪽이자 오키나와 열도 동쪽 해상에서 16호 태풍 시마론이 발생한 데 이어 괌 인근의 95W 열대요란이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 Joint Typhoon Warning Center)의 주요 감시 대상에 올랐다.
이어 26일 새벽엔 일본 도쿄 바로 남동쪽 해상의 96W 열대요란도 JTWC의 주요 감시 대상이 됐다.
열대저기압으로 발달할 가능성은 95W 열대요란이 중간(Medium), 96W 열대요란은 낮음(Low)이다.
다만 이들 태풍 및 열대요란들의 한반도행 내지는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태풍 시마론의 경우 발생하자마자 '짧은 수명'이 예보됐다. 기상청은 25일 오후 10시 태풍 예상경로 업데이트에서 태풍 시마론이 27일 오전 시코쿠 남쪽 바다에서 소멸, 즉 열대저압부로 변질될 것으로 예보했다. 즉, 지난 25일 발생해 바다만 떠돌다 이틀정도 만에 소멸한다는 얘기다. 다행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북아시아 국가들에 피해는 끼치지 않고 사라질 수순인 것.
95W·96W 열대요란도 일단 열대저기압과 태풍으로 발달할지 여부부터 아직 불확실하며, 다중앙상블(GEFS) 모델과 유럽중기예보센터(ECMWF) Ensemble(앙상블) 모델 등이 내다보는 경로 역시 육지 상륙 없이 바다만 떠돈다는 내용이다.
▶즉, 아직까지는 한반도로 오는 '가을태풍' 발생 조짐은 짙지 않은데, 9월 동아시아 바다가 다시 태풍 자판기가 된 점이 통계로 설명된다.
2년 전인 2022년 9월부터 4개월(9~12월) 동안 동아시아 바다에선 무려 15개 태풍이 활동했는데, 9월에 절반이 넘는 8개 태풍이 동아시아 바다를 누볐다. 그해 8월 28일 발생했으나 9월 5~6일 우리나라 제주도와 남부 지역을 지나며 11명의 사망자(7명이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사망자)를 만든 11호 태풍 힌남노가 국민들의 기억에 선명하다.
이랬던 게 지난해(2023년)의 경우 9월부터 4개월(9~12월) 동안 동아시아 바다에선 7개의 태풍이 움직이는데 그쳤다. 9월에 활동한 태풍은 4개.
그러더니 올해는 한달이 다 지나가지 않은 9월 25일 현재까지만 6개의 9월 태풍이 발생했다. 11호 야기(9월 1~8일), 12호 리피(9월 5~7일), 13호 버빙카(9월 10~17일), 14호 풀라산(9월 15~20일), 15호 솔릭(9월 19~20일), 그리고 16호 시마론(9월 25일~).
이 가운데 야기가 중국 하이난성, 베트남과 미얀마 북부 등 지역에 상륙해 큰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냈고, 풀라산은 중국 상하이에 상륙한 후 열대저압부로 변질됐음에도 경로를 C자로 꺾어 한국으로 향해 많은 비를 뿌리는 등 태풍의 위력을 과시했다.
이에 더해 17호 태풍 제비와 18호 태풍 끄라톤 등 추가 태풍 발생 가능성도 일기도에서 속속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기후·에너지 싱크탱크 사단법인 넥스트가 24일 발간한 보고서에서는 1951년부터 한반도로 온 태풍 236개 중 여름 태풍은 178개(75%), 가을 태풍은 55개(25%)로 분류했는데, 재산피해는 가을 태풍이 지난 10년 태풍 피해 복구액 4조6천363억원 중 95%(4조3천887억원)를 차지했다면서 우리 국민들의 인식에선 가을태풍의 영향력이 더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 기후변화로 인해 가을태풍의 비중이 늘어 과거 20%에서 최근 33%까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는 곧 한반도에 여름을 만드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과거보다 더 오래 한반도에 머무르는(무더위를 좀 더 길게 지속시키는) 수순으로 이어지는데, 북태평양 고기압의 서쪽 가장자리가 저기압의 일종인 태풍의 길이 되는 점을 감안, 태풍의 길이 한반도로 놓일 수 있는 확률 및 그 확률이 거듭해 생성되는 기간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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