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도(糖度)를 나타내는 브릭스(brix)는 독일 화학자 아돌프 브릭스(1798~1870)의 이름에서 나왔다. 복잡할 것은 없다. 용액 100g에 당 10g이 있으면 10브릭스다. 당도를 표시하는 백분율로 보면 된다. 물 100g에 각설탕 1개를 녹이면 3브릭스쯤 된다. 사과, 오렌지, 배 등은 10브릭스면 평균치 당도에 해당하고, 18~20브릭스 정도면 당도 면에선 최상급에 속한다. 고품질 와인 제조용 포도는 20브릭스가 넘는다.
바꿔 말하면 18브릭스 이상의 과일은 쉽게 만날 수 없다는 의미다. 권장(勸奬) 출하 당도의 기본값이 18브릭스인 과일이 있다. 바로 샤인머스캣이다. 1988년 일본에서 개발된 샤인머스캣의 망고 향이 배어나는 진한 달콤함은 처음 맛본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정도였다. 2010년대부터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재배를 시작했고, 당시만 해도 값비싼 포도의 대명사였던 '거봉'을 가볍게 누르고 포도의 왕좌를 차지했다. 워낙 비싼 데다 생산량도 적어 대형마트나 시장에선 볼 수 없었고 백화점에 가야 구경할 수 있었다.
어느 해부턴가 샤인머스캣이 흔해졌다. 여전히 비싸지만 과거처럼 구경만 할 정도는 아니다. 값도 예전보다 훨씬 떨어졌다. 소비자들은 횡재(橫財)라도 만난 듯 샤인머스캣을 구입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샤인머스캣처럼 생긴 청포도였다. 품종만 같을 뿐 당도나 향기를 느낄 수 없었다. 소비자들은 당황하고 분노했다. 샤인머스캣을 두고 '뽑기 운'을 말할 정도가 됐다. 운이 좋으면 그나마 옛 맛에 가까운 샤인머스캣이 걸린다는 우스개다.
맛없게 된 이유는 제대로 된 재배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그루에 5송이만 수확해야 당도가 유지되는데 생산량을 늘리려고 10송이 넘게 그냥 둔다. 포도는 과일 솎기 정도에 따라 당도가 결정된다. 올여름 대형마트 샤인머스캣엔 15브릭스 보장 딱지가 붙었다. 한국포도회 권장 당도가 18브릭스인데, 그런 제품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보니 기준을 아예 낮춰 버렸다. 중국에 수출하는 국산 샤인머스캣의 인기가 급격히 식었다. 2년 만에 포도 수출액이 6분의 1로 줄었는데, 수출 포도의 90% 이상이 샤인머스캣이다. 중국 재배 면적은 한국의 10배가 넘는다. 샤인머스캣마저 중국산으로 대체(代替)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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