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제조사 "우리 제품 아냐…유럽 유통사가 상표만 갖다 써"
위치추적 피하려 휴대전화 대신 사용…가자전쟁 이후 집중 도입
이 정보당국, 수십년간 통신수단 이용해 암살 등 작전 수행
"어떻게 이런 상상도 못 할 폭발물 테러까지 가능한가요?"
추석 연휴가 갈무리되는 시점에 레바논에서는 삐삐(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해 전 세계인의 의아해하고 있다.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든 기이한 테러인데, 뉴욕타임스(NYT)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서방국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라엘이 무선호출기 폭발사건의 배후라고 보도했다.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주로 쓰는 무선호출기 수백 대가 동시에 폭발, 3천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폭발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미국과 주요 서방국에는 이번 사건에 대한 정보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미국 등 서방국 당국자들은 이스라엘이 헤즈볼라가 수입한 대만 기업의 무선호출기에 소량의 폭발물을 심었다고 말했다.
당국자들에 따르면 폭발한 무선호출기는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주문해 납품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부분 AR924 기종으로 각 기기의 배터리 옆에 1∼2온스(28∼56g)의 폭발물이 들어가 있었으며 이를 원격으로 터뜨릴 수 있는 스위치도 함께 내장됐다.
이스라엘은 또한 무선호출기가 폭발 직전 수초 간 신호음을 내게 하는 프로그램까지 설치했다고 당국자 3명이 말했다. 이 때문에 다수 피해자가 무선호출기 화면을 확인하려는 과정에서 폭발에 따른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은 손이나 얼굴, 복부를 다쳤으며 손가락을 잃거나 두 눈을 심각하게 다친 이들도 있었다.
폭발 당시 영상을 본 보안 전문가들도 폭발의 강도와 속도가 단순한 기기 이상이 아닌 폭발물에 의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테러 이후 가자전쟁이 발발하자 도청이나 위치 추적을 피하겠다는 목적으로 무선호출기 사용을 늘렸다.
특히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지난 2월 이스라엘이 표적 공격에 활용할 수 있다며 휴대전화를 쓰지 말고 폐기하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헤즈볼라가 대량으로 무선호출기를 주문하자,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이를 역이용해 공격 수단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당국자들은 헤즈볼라가 대만 골드아폴로에 무선호출기 3천대 이상을 주문했으며 레바논 전역의 조직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이란과 시리아 등 동맹국에도 전달됐다.
이에 대해, 대만 골드아폴로 측은 폭발에 사용된 호출기는 자신들이 제조한 것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로이터와 미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골드아폴로 측은 이날 성명에서 폭발에 사용된 호출기가 자사 생산 제품이 아니고 골드아폴로와 상표권 계약을 맺은 유럽의 유통사가 생산, 판매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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