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하여] '젊은 아빠' 꿈꿨지만 어느새 30대 후반…"어디서 만나요?"

입력 2024-09-13 01:00:00 수정 2024-09-13 14:57:08

결혼하고 싶지만 아이는 NO, 반려자 만나기 어려워

요즘 미혼자 상당수는 아직 짝을 찾지 못한 비자발적 미혼이다. 연분을 만나지 못해 답답해 하는 이들의 얘기를 들어봤다.

결혼 적령기지만 아직 짝을 못 찾은 한우진(가명·36세·남)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결혼 적령기지만 아직 짝을 못 찾은 한우진(가명·36세·남)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

◆"주변에 남자뿐" '젊은 아빠'꿈꾸던 30대 중반 男

한우진(가명·36세·남) 씨는 혼자 살기 좋은 사회여도 한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필혼(必婚)주의'를 외칠 만큼 결혼을 염원한다. 결혼 후 둘 이상의 자녀도 갖길 원해 당초 20대 후반에 결혼해 '젊은 아빠'가 되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혼을 하지 못한 한씨는 2년전 마지막 연애를 한 뒤 쭉 '솔로'로 지내고 있어 조급한 마음만 커진다.

한 씨는 빨리 결혼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대학생 때도 연애를 가볍게 하지 않고 진지한 만남을 추구해왔다. 실제로 여러번 연애를 해봤지만 결혼을 마음먹게 하는 이성은 생각보다 만나기가 어려웠다. 처음엔 마음에 들다가도 갈등 해결 방식에 대한 차이가 극명해져 진지한 미래를 떠올리기에 걸림돌이 됐던 것이다.

경제적 문제는 크지 않다.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씨는 올해 9년차 직장인이다. 결혼 자금으로만 2억원 가량의 자금이 준비돼 있다. 한씨는 "설사 경제적 여건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살면서 채워나가면 된다"고 자신했다.

정작 한씨의 결혼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는 대구에서 결혼을 전제로 만나볼 수 있는 여성의 수 자체가 적다는 것. 입사 초기 경북에서 근무하다 지난 2019년 대구로 옮겨왔다는 한씨는 "또래 여성이 극히 드문 경북에 비하면 대구가 그나마 성비는 낫지만 괜찮은 정도는 아니다"고 했다.

운동이 취미인 한씨는 일종의 자구책으로 테니스나 러닝 등 각종 운동모임에 가입했는데 대부분 모임이 '남녀 8:2 비율'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하다다. 사내에서 인연을 찾자니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제조업 회사라 여성 직원이 거의 없다.

최후의 보루는 결혼정보회사지만 한씨는 인위적인 만남을 추구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반응부터 올라온다. 결혼정보회사를 통해 안정적으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주변 성공 사례도 있다면 모를까, 그마저도 없어 신뢰가 가지 않는다.

한때 진한 우정을 나눈 친한 친구들은 이미 아빠가 돼 얼굴 한번 보기 힘든 경우가 수두룩해졌다. 한씨는 "중년이 되기전 결혼을 하고 싶은데 막상 만날 수 있는 이성 폭은 좁아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은정(가명·33세·여)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이은정(가명·33세·여) 씨가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김지수 기자

◆아이 낳고 '경단녀' 될라... '딩크' 짝 찾기 힘든 30대 초반 女

8년차 은행원 이은정(가명·33세·여) 씨는 결혼 의사는 있지만 출산과 양육은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남자친구 없이 지낸 지 6년이 넘은 이씨는 "나이가 차서 만나는 사람은 결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니 더욱 따지는 게 많아진다. 6년 동안 소개팅이나 연인이 되기 전 만남을 이어가는 단계는 여러 번 경험했지만 연애까지 이어지진 않았다"고 했다.

딩크(Double Income, No Kids)를 원하는 스스로의 생각이 짝을 만나기 어렵게 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부분만큼은 타협하기 힘들다. 그 기저에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두려움이 깔려 있다.

특히 개인 시간이 사라질 것에 대한 두려움 탓이 크다. 아이가 삶의 중심이되면서 '나'의 여가생활, 휴식, 취미활동, 경력 등에서 포기해야 할 부분이 많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내 자신의 삶도 벅차고 힘든데, 다른 한 사람의 생명, 인생까지 책임지고 길러낼 자신이 없다. 출산·육아 부분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아하는 사람이더라도 결혼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시중은행에서 일하면서 창구에서 대출 상담, 자산 관리 등 대면 업무를 맡고 있다. 지점 내 허리 연차여서 상황에 따라 다른 사람의 일까지 챙겨줘야 하는 경우도 많아 부담이 크다. 그러면서도 회사 일이 재미있고 커리어를 쌓아나가고픈 마음이 크다.

회사에서의 성공과 양립하기 어렵다고 확신하는 출산과 육아는 피하겠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에 따라 기울여야 할 부가적인 노력은 기꺼이 감수할 자신이 있다.

이씨 본인이 생각하는 결혼생활은 안정감과 유대감을 바탕으로 하는 안식처 같은 것이다.

이씨는 "친구, 친구 남편과 셋이서 차를 타고 장거리를 이동한 적이 있는데 친구 부부끼리 대화를 하는 게 매우 편안해 보였다. 그때 '아 이게 가족이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며 "나는 비혼주의는 절대 아니다. 연인과의 인연을 이어가는 데 있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하다면 그게 언제가 됐든 결혼을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