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산책] 최신 외과수술의 집약체는 무엇일까

입력 2024-09-11 06:30:00

김기석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외과 원장
김기석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외과 원장

질병이나 질환 등으로 피치 못해 수술을 해야 할 경우 수술의 성공여부, 안전성은 환자가병원과 의사를 판단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다. 최근에는 이와 더불어 수술 흉터에 대해서도 예민한 사항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여성이나 연예인과 같은 민감한 직업을
가진 분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최근의 외과수술은 피부를 최소한으로 절개하는 최소침습의 방법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개복수술에서 복강경 수술로 전환되면서 많은 외과수술분야 뿐만 아니라 암 치료에까지 적극 활용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배(복강) 안에 가스를 넣어 부풀린 다음 작은 절개창을 3~5군데 내어 수술하는 다공 복강경과 배꼽부위 1곳에만 절개창을 내어 시술하는 단일공복강경으로 구분할 수 있다. 굳이 비교하지 않더라도 단일공복강경이 여러모로 유익할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정답이다.

단일공복강경수술은 절개창을 배꼽부위 약 1.5㎝ 가량으로 한 곳만 내기 때문에 출혈량이 적고 흉터가 배꼽 주름에 가려 거의 남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수술 후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르다. 이 때문에 담낭(쓸개)절제술, 충수(맹장)절제술, 탈장수술 뿐만 아니라 대장암, 위암, 간암 등에도 활용되며 자궁적출술, 난소낭종절제술, 자궁내막증 등과 같은 여성질환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복부수술에 적용할 수 있다. 만성질환자나 고령환자에게도 유리한 수술이다.

그런데 왜 많은 병원에서 단일공복강수술을 시행하지 않은 것일까? 환자분들은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복강경 수술과 단일공복강경 수술은 의료수가가 동일하다는 한국의 의료현실과 연관성이 없지 않다. 난이도가 높은 단일공복강경수술을 하려면 피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조작법이 까다로운 특수기구를 사용하여 절제하고 봉합하기 때문에 특수기구를 잘 다룰 수 있어야 하고 고도의 트레이닝과 집중력, 체력을 요한다. 만족스런 결과를 얻기 위해 많은 수술 경험이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의료수가가 기존 복강경수술과 동일하다면 수년간 힘든 트레이닝을 감수하면서 기술을 익히려는 의료진이 많지 않을 것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감수하고 어려운 수술을 이끌어 가는 것은 의사로써의 사명감이 있어야 가능하고 그 때서야 비로소 의술도 발전한다. 필자가 지금까지 약 3천례 이상 수술한 임상경험에 따르면 단일공복강경 수술은 최신 외과적 수술기법의 집약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다만, 기구를 넣는 공간이 굉장히 좁기 때문에 수술의 어려움이 많다. 또한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집도의의 높은 숙련도 및 전문성이 없다면 자칫 위험해져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분들은 이런 점을 잘 숙지하고 경험이 많은 의사와 병원을 찾는 것을 권고한다.

김기석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외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