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일하다 다친 허리…수술 잘못돼 누워서 생활

입력 2024-09-10 06:30:00 수정 2024-09-10 07:10:36

국가·가족에게 몸과 마음의 상처 입어
허리 통증으로 못 일어나, 아내는 치매
수입원 없어 생활 어려워도 도움 줄 곳 마땅치 않아

백영식(70·가명) 씨가 허리 통증에 괴로워하며 온종일 방에 누워서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백영식(70·가명) 씨가 허리 통증에 괴로워하며 온종일 방에 누워서 생활하는 모습. 김지효 기자

바람 잘 날 없는 인생이었다. 어린 시절 가족을 잃고, 국가의 폭력에 시달렸으며, 믿었던 사람들에게 수차례 배신당했다. 성한 데 없는 몸을 이끌고 쉴 새 없이 일한 백영식(70·가명) 씨에게 남은 건 시도때도없는 통증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아픈 몸뚱이뿐이었다. 아내는 치매에 걸린 데다 장성한 자식들은 제 한 몫을 하지 못했다. 영식 씨는 이 모든 고통과 고난이 자신의 배움이 짧은 탓인 것 같아 자책하는 마음뿐이다.

◆다사다난한 인생…국가·가족에게 받은 몸과 마음의 상처

영식 씨는 대구의 한 재혼가정에서 6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영식 씨 아버지는 관련 질병 가족력에도 불구하고 술을 좋아했다. 영식 씨가 초등학교 6학년이 된 해, 아침에 자다가 눈을 뜨니 갑작스레 자식들 앞에서 피를 토한 채 사망한 아버지. 그 충격으로 영식 씨는 집을 뛰쳐나왔다.

영식 씨는 어린 나이에 혼자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길거리 생활을 했다. 역 앞에서 구두 닦는 일을 도우며 남 집에 얹혀살거나, 아이스크림을 떼다가 다른 지역으로 팔러 다니기도 했다. 겨울에는 추위를 피하려 닫힌 포장마차 안에 몰래 들어가 밤을 지새운 적도 많았다. 그렇게 5년의 세월이 흘렀다. 17살 때 영식 씨는 이복형 손에 이끌려 대구에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자신만 겉도는 듯한 집에서 10여 년을 살던 어느 날, 밖에 잠깐 일을 보러 나갔던 영식 씨는 의문의 남자들에게 붙들려 처음 보는 곳으로 끌려갔다. 지옥 같은 삼청교육대였다. 그곳의 관리인들은 툭하면 사람들을 걷어차고 때렸다. 영식 씨는 얻어맞아 갈비뼈가 부러지고도 병원에 가지 못했다. 추운 겨울에는 매일 사람들을 얼음장 같은 물에 입수하게 했고 언 바닥에 머리를 대고 얼차려를 시켰다. 그런 곳에서 2년 2개월을 보내고 나서야 영식 씨는 아픈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28살이 된 영식 씨는 대구의 한 주물공장에 취직했다. 얼마 뒤 여동생의 소개로 만난 여자와 결혼해 아들을 낳았지만, 그는 영식 씨가 벌어온 돈으로 도박을 하다 빚을 지고 도망쳤다. 아들이 4살쯤 되던 해였다.

이혼소송 이후 영식 씨는 어머니 도움을 받으며 아들을 혼자 키웠다. 폐병에 걸려 공장을 그만둔 후엔 페인트칠을 배워 일했다. 그러다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그와 결혼해 딸을 낳았다. 영식 씨는 홀로 네 가족 부양을 위해 악착같이 일했지만, 돈은 거의 모이지 않았다.

50대에 접어들고도 페인트 일을 계속하던 영식 씨는 한날 직장에서 미끄러져 허리와 다리를 다쳤다. 한창 배울 때인 아이들 생각에 몸이 다 낫기도 전에 통증주사를 맞고 복대를 차며 일에 뛰어들어야 했다. 돈도 없고 시간도 없었기에 고통에 무딘 삶을 살았다.

그렇게 쉼없이 일하던 영식 씨는 6년 전, 아내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다 길거리에 주저앉아버렸다.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더니 의사는 디스크가 무너져 아예 못 걸을 뻔했다며 영식 씨를 나무랐다. 급히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하다 신경이 손상됐는지 영식 씨는 진통제 없이 걸을 수 없는 몸이 됐다.

◆수술 이후 허리 통증 심하고 못 걷게 돼…아내는 치매

병원에서는 영식 씨에게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괜찮아질 거라는 말만 반복했다. 하지만 6개월이 지나도 통증이 심해 밖을 거의 돌아다닐 수 없었다.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고 통증주사를 맞아야 겨우 며칠 걸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렇게 영식 씨는 하루아침에 근로능력을 잃었다.

허리 통증은 점점 심각해져 갔다. 기지개만 켜도 못 견딜 만큼 아플 때도 있었고, 고통이 지속돼 밤을 새우고 낮에 겨우 쪽잠을 자는 생활이 반복됐다. 처음 맞았을 때는 효력이 한 달 쯤 가던 통증주사도 내성이 생겨 일주일이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진통제와 수면제로 겨우 연명하는 삶. 영식 씨는 온종일 꼼짝 없이 누워 끙끙 앓아야 했다.

병원에서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서 2차 수술을 해야 한다는데, 그러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들었다. 수년 전 친척에게 사기를 당해 딸의 결혼 자금으로 모아둔 돈과 친구에게 빌린 돈을 몽땅 잃은 영식 씨는 수술할 형편이 안 됐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10월 영식 씨 아내가 치매 판정을 받았다. 퇴행성 관절염 때문에 손이 자주 퉁퉁 붓고 자꾸 허공을 보며 헛소리를 하는 아내를 지켜보는 영식 씨 마음이 편치 않았다. 치매에 좋다는 뇌 영양제를 사서 아내에게 먹이고 있지만, 효과는 미지수. 아내는 올해 초 화장실에서 두 차례 미끄러지며 갈비뼈와 다리를 심하게 다치기도 했다. 없는 형편에 주변인에게 빚을 내서 다리 수술을 받았지만, 움직일 수 없는 영식 씨가 아내를 간병할 수도 없는 노릇. 타지에 사는 딸이 아내를 잠시 데려가 돌보는 중이다.

부부가 받는 생계급여와 노령연금은 달에 100만원 수준. 비보험인 통증주사나 약값 등 의료비로 절반이 빠져나가고, LH 월세와 대출이자에 공과금, 아내 병원비로 진 빚까지 내면 남는 생활비는 거의 없다. 밥은 라면이나 달걀, 김치로 때우는 일이 대부분이고 약 때문에 위가 아픈 영식 씨는 그마저도 제대로 먹지 못한다.

아들과 딸 모두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픈 부모를 부양하기 어렵다. 요양보호사가 하루 3시간을 돌봐주러 오지만, 온종일 누워서 통증에 몸부림치는 영식 씨와 치매가 온 아내에게는 충분치 않다.

영식 씨는 홀로 남은 집에서 매일 밤을 지새우며 부디 이 고통이 멎는 날이 찾아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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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가난 속에도 가족 지키는 김정윤 씨에 2,463만원 전달

생활고 속에 대학 입시를 앞둔 아들과 자폐스펙트럼인 딸을 혼자 키우는 김정윤 씨(매일신문 8월 27일 9면 보도)에게 2천463만246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엔 ▷㈜다우약품(윤종규) 5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기 25만원 ▷동산내과(박경아) 5만원 ▷동산내과(박준석) 5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안대용 5만원 ▷최종호 5만원 ▷박명호 3만원 ▷이서연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방태표 2만원 ▷신종욱 2만원 ▷홍준표 2만원 ▷이정현 1만원 ▷서형덕 5천원 ▷김서연 2천원 ▷이장윤 2천원 ▷'주님께감사' 14만원 ▷'돕고복받자' 1만원 ▷'어려운시기돕기' 1만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홀로 아픈 아이 키우는 이서윤 씨에 2,316만원 성금

백혈병과 싸우는 딸의 버팀목이 되고 싶은 이서윤 씨(매일신문 9월 3일 9면 보도)에게 44개 단체, 126명의 독자가 2천316만6백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에스엘㈜ 2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200만원 ▷건화문화장학재단 150만원 ▷㈜아이엠뱅크 100만원 ▷㈜태원전기 100만원 ▷㈜일지테크 100만원 ▷세무법인송정김천2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최상규이비인후과 4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기 25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광고기획감각(손근찬)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경주천마운전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의원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 10만원 ▷법무사 김태원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신성산업(김용환) 10만원 ▷창성정공(허만우) 10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국제정밀(김용근) 5만원 ▷극동특수중량(김형중) 5만원 ▷다빈치커피대명마루점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시온작명소(성병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동신통신㈜(김기원)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사단법인대한민국힐링문화진흥원 1만원 ▷하나회(김미라)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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