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영의 예술기행]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

입력 2024-09-04 12:46:31 수정 2024-09-04 19:43:42

영화산업의 메카, 별 새겨진 배우들 이름 길에 즐비
'E.T.' 찍은 메이저 5대 스튜디오 '유니버설 픽처스'
트램 타고 촬영장 투어…영상 재현 깜짝 쇼도 볼거리
눈앞에 펼쳐진 흥미진진 추억에 지난 시절 그리워져

할리우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구역으로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이다.수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그로 인해 많은 유명배우들이 등장한 곳으로 유명하여, 미국의 영화와 텔레비전계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할리우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구역으로 미국 영화 산업의 중심지이다.수많은 영화들이 제작되고, 그로 인해 많은 유명배우들이 등장한 곳으로 유명하여, 미국의 영화와 텔레비전계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쓰이고 있다.

누군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라 예견했다. 아마 정성일 영화평론가일 것이다. 어릴 적부터 볼 것에 탐닉했던 나는 특히 만화와 영화에 집착했다. 동네 만화방 신간은 장르 구분 없이 무조건 다 보아야 직성이 풀렸고, 흑백TV 시절 주말의 명화도 졸음에 눈을 부비며 거의 놓치지 않고 봤다.

어느 주말 찰턴 헤스턴이 주연한 영화 '혹성 탈출'에서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 앞바다로 둥둥 떠내려 오던 그 충격적 라스트 신…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이 세상이 결코 지구가 아닐 것이라 끝끝내 믿었던 나는 난생 처음 외국영화를 보며 누가 볼세라 눈물을 훔쳤다. 그때가 내 우주적 세계관의 한 전환점이었다고나 할까.

이후 필자는 오래 SF영화 광팬으로 스타워즈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거쳐 인터 스텔라에 이르게 된다. 지난 2003년 작가콜로퀴엄 특강으로 대구에 온 봉준호 감독 등과의 조우는 그래서 더욱 가슴이 두근댈 정도로 특별했고, 그 중에서 장준환 감독과 영화 '지구를 지켜라' 결말, '혹성 탈출' 그리고 어린 시절 비슷했던 그 충격을 얘기하며 파안대소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 시리즈 특강에 온 봉준호 감독에게는 할리우드 진출과 아카데미 수상을 필자는 예견했고 그가 겸손하게 손사래 쳤지만 결과적으로 난 예언자가 되었다. 어쨌든 할리우드는 어릴 적부터 내 마음에 큰 자리를 차지했단 걸 이렇게 자랑까지 섞어 장황하게 늘어놓는다.

언덕의 할리우드(Hollywood) 싸인
언덕의 할리우드(Hollywood) 싸인
할리우드 스타거리에는 별이 새겨진 유명 배우의 이름이 길에 즐비하다.
할리우드 스타거리에는 별이 새겨진 유명 배우의 이름이 길에 즐비하다.

◆꿈의 할리우드, 별의 도시 라라랜드

'L A. internatoinal airport, 추억의 국제공항, L A. internatoinal airport, 이별의 국제공항, 이슬 맺힌 눈을 보면 내 마음이 무거워져 떠나지를 못하겠어요.' 카렌 카펜터즈 목소리와 흡사했던 가수 이성애의 노래는 김추자만큼 파격적이진 않았으나 감칠 맛의 비음은 어린 귀에도 참으로 좋게 들렸다. 흥얼 흥얼 따라 부르던 그 노래 속 마음이 무거워 떠나지 못한다는 그 공항의 도시 할리우드에 발을 디뎠을 때 필자는 쇼핑백을 가득 든 귀여운 여인 줄리아 로버츠처럼 고개를 치켜 경쾌하게 걷고 싶었다.

언덕의 할리우드(Hollywood) 싸인은 도시 곳곳에서 보였고 별이 새겨진 유명 배우의 이름이 길에 즐비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오즈의 마법사, 시민 케인, 이중 배상, 위대한 독재자 … 파노라마처럼 나를 꿈꾸게 하던 영화들이 눈앞을 스쳐간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다는 돌비극장과 중국 자본 유입의 상징처럼 보이는 맨스차이니즈극장(현재 TCL차이니즈) 옆엔 사각형 판에 우리나라 배우 이병헌의 손과 발자국이 새겨져 있다. 배우 안성기도 어디 있다던데 찾지 못했다.

배우 이병헌의 손과 발 자국
배우 이병헌의 손과 발 자국

비록 OTT, 넷플릭스 시스템에 밀리고 있으나 이 거리를 인류에게 각인시킨 MGM, 파라마운트 픽처스, 폭스 필름, RKO 라디오 픽쳐스, 워너 브라더스, 컬럼비아 픽처스, 유니버설 픽처스, 유나이티드 아티스트, 월트 디즈니 픽처스 등의 영화사는 영원히 역사로 남을 것이다.

수많은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스티븐 스필버그,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 등의 감독들은 또 반짝이는 빛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스타 지망생들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영화 라라랜드의 첫 장면에 무수히 등장하던 그들이 실패와 절망 그리고 좌절 속에서도 성공하든 하지 못하든 다시 일어서게 만드는 새로운 날의 아침처럼.

L A. 유니버설 할리우드 스튜디오 입구에 있는 상징 조형물.
L A. 유니버설 할리우드 스튜디오 입구에 있는 상징 조형물.

◆유니버설 스튜디오(Universal Studios)와 벽화(You are the star)

L A.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나 런던 해리 포터 스튜디오와는 많이 달랐다. 여행 내내 화창하던 날씨가 궂어져 노란 비옷을 사 입었다. 우산 보다 노란 비닐 레인코트가 사진에 훨씬 예쁘게 나올 것 같은 할리우드식 선택이었다.

그곳에선 짧은 공연 어트랙션뿐만 아니라 정해진 공연 예약도 있어 일행들과 함께 움직여야 했는데 여행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이와 따로 움직여야 할 상황이 생겨 많은 것을 놓쳐버리고 말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잘한 결정이라 지금도 생각한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1912년 독일계 미국인이며 옷 가게를 운영하던 칼 렘리가 여러 투자자들과 함께 설립한 세계 네 번째로 오래된 영화제작사로 1915년엔 0.9㎢(272,250평)의 대지에 영화 촬영소 유니버설 스튜디오도 건립했다.

L A. 유니버설 할리우드에는 유명 영화의 상징물이 방문객을 맞이 한다.
L A. 유니버설 할리우드에는 유명 영화의 상징물이 방문객을 맞이 한다.

이는 현재 영화 도시 '유니버설 시티'의 시초이지만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자본 논리에 따라 수많은 여러 회사들에 거듭 매각되어 파란만장을 겪은 뒤 2024년 현재 설립 112년을 맞이했다. 유니버설 픽처스는 '서부 전선 이상 없다', '죠스', '킹콩', 'E.T.', '쥬라기 공원', '미니언' 등을 찍은 할리우드 메이저 5대 스튜디오다.

트램을 타고 영화와 TV쇼 촬영 현장을 돌아본 스튜디오 투어는 45분 남짓 관람 시간이 짧게 느끼질 정도로 흥미진진하다. 킹콩을 3D로 재현해 공룡과 싸우는 모습과 '우주 전쟁', '죠스', '사이코' 등의 영화를 재현한 곳에서는 깜짝 쇼도 볼 수 있다. 운이 좋다면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를 만날 수도 있다는데 인파가 넘쳐나 관람객들 모두 배우나 관계자들 같은 착각이 자꾸 들곤 했다.

스튜디오 중에서 특히 내 마음을 끈 것은 수십 번 보았던 영화 워터 월드 공간과 해리 포터 하우스였다. 다행히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프론트 라인(Front of Line) 패스가 예약된 터라 어디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서 미니언, 슈렉, 트랜스포머 캐릭터 분장을 한 이들, 마릴린 먼로 등의 배우 코스프레를 한 이들과 빗속에서도 악기를 연주하는 퍼레이드에 휩쓸려 곳곳을 기웃거렸다.

역시 영화는 꿈과 환상을 인생에 착종(錯綜)시키는 것임에 틀림없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불현듯 눈앞에 나타났다가 리들리 스콧이 뒷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영화 스틸과 포스터, 조형물들로 형상화되어서다.

그 번잡함과 덧없이 떠올랐다 사라지는 환영들 속에서 어쩌면 나를 전혀 다른 길로 인도했을지도 모를 영화(한때 나는 시나리오 작가를 꿈꾸기도 했다.), 그 아련한 옛 그리움에 빠져 헤매다 길을 잃고 말았다. 그 덕에 필자는 혼자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일행들과도 여행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이와도 동떨어져 유니버설 시티를 혼자 떠돌아 다녔다.

해리포터스튜디오 호그와트성
해리포터스튜디오 호그와트성

온갖 영화의 캐릭터 기념품들 사이로 화려하거나 무섭거나 또는 코믹한 벽화와 화면들 틈에서 영화가 끝난 뒤 밖으로 걸어 나오던 묘하게 쓸쓸하던 그 느낌에 휩싸인 채 빗속을 걸었다.

시티는 덧없는 희망처럼 달콤쌉싸름했다. 영화 라라랜드의 여주인공이 피아노 소리를 듣고 끌리듯 들어가던 바의 외벽에 그려진 조악하던 벽화(You are the star)처럼. 찰리 채플린, 제임스 딘, 엘리자베스 테일러, 마릴린 먼로 등 위대한 배우들이 바라보는 사람을 향해 환호하고 있는 그 그림은 어느 아마츄어 화가가 그렸다고 했다. 인생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그리고 또 얼마나 덧없는 일루전인가.

문득 주말의 명화 예고를 해주던 굵은 뿔테 안경의 정영일 영화평론가 생각난다. 늘 말미에 어김없이 덧붙이던 멘트 '오늘의 이 영화, 놓치지 마십시오.'를 흑백TV 앞에서 턱을 괴고 앉아 따라 되뇌던 기억도 난다. 역시 2003년 특강을 온 정성일 영화평론가께 혹시 그 분이 형이냐 물었다. 아니라고 했다.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 모양이었다. 결코 되돌아갈 수 없는 그때가 많이 그리운 밤이다.

박미영 시인, 대구문학관 기획실장
박미영 시인, 대구문학관 기획실장

박미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