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미셸푸코는 저서 '광기의 역사'에서 "고전주의 시대에는 영국인들의 우울증을 해양성 기후의 영향"이라 설명했다. 추위, 높은 습도, 불안정한 날씨 등이 섬나라 사람들의 상태와 관련 있다는 것이다. 음습(陰濕)한 여러 요인들이 인체의 관(管)과 힘줄에 배어들어 유약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동양에서는 물을 긍정적으로 풀이한다. 주역에서 물은 재물 운, 출세 운을 뜻한다고 한다. 사주에 물의 기운이 적거나 약한 이들은 물이 많은 곳이나 잘 보이는 곳에 사는 게 좋다고 한다. 아예 이름을 지을 때 삼수 변(⺡)이 붙은 한자를 넣어 균형을 맞춘다고도 한다. 기(氣)를 중요시하는 한의사 중 일부는 물 마시는 방식도 허투루 쓰지 않는다. 온수를 먼저 붓고 냉수를 나중에 부어 대류(對流) 현상을 몸의 순환을 돕는 데 쓴다는 주장이다.
한의학은 중세 일본에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특히 1613년 발간된 '동의보감'에 관심이 컸다. 8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德川吉宗)는 인삼을 직접 일본에서 재배하는 꿈을 꿨다고 한다. 동의보감을 평생 곁에 두고 살았을 만큼이었는데 일본에서는 인삼이 죽어 가는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명약으로 알려진 탓이었다.
조선의 의술이 일본에 무시당하는 때는 18세기 중반부터다. 1763년 11차 조선통신사의 일원이던 침의(鍼醫) 남두민이 일본 의사 기타야마 쇼와 만나 필담(筆談)할 때였다. 쇼가 1759년 나온 해부학 서적 '장지(藏志)'에 대해 설명하자 남두민은 "갈라서 아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들이 하는 짓이고, 가르지 않고도 아는 것은 성인만이 할 수 있으니 미혹되지 말라"고 꾸짖었다. 통신사로 함께 갔던 김인겸은 정반대로 일본을 봤다. 그는 '일동장유가'에 "북경의 번영도 오사카에는 진다. 짐승과 같은 인간들이 2천 년 동안 이렇게 평화롭게 번영하고 있었다니 원망스럽다"고 남겼다.
지역 대학을 선별해 정부가 5년 동안 1천억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에 대구한의대가 뽑혔다. 'K-메디(MEDI) 실크로드 개척'이라는 비전을 내세웠다. '한의학의 세계화'를 승부수로 던진 것인데 한의예과가 있는 대학들 중에서도 독특한 콘셉트다. 한의학 융성(隆盛)의 기운을 한껏 담아 야심 찬 포부를 실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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