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광호 기획탐사팀장
2년 전 이맘때다. 2022년 8월 24일 오후 11시 50분쯤 어머니에게서 연락이 왔다. "네 아버지가 숨을 잘 쉬지 못한다"라고. 떨리는 목소리였다. 다급함과 무서움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 한달음에 부모님 집으로 달려갔다. 아버지는 가쁜 숨을 겨우 내쉬었다. 망설임 없이 119로 전화했다.
당시 아버지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그날은 확진 후 일주일째였다. 격리 해제를 10여 분 앞두고 상태가 나빠진 것이다. 감염보호복을 입은 구급대원이 도착했고, 곧바로 산소 호흡기로 조치한 뒤 아버지를 구급차 안으로 옮겼다. 그때부터가 '전쟁'이었다.
구급대원은 응급실을 수소문했다. 부모님 집이 있는 경산은 물론 대구의 병원들에도 전화를 걸었다. 코로나19 환자인 탓에 응급실을 찾기가 더욱 어려웠다. 구급차는 집 앞에서 출발하지도 못했다. 아버지는 턱턱 막히는 호흡에 괴로움을 호소했다. 나는 "이제 곧 병원으로 갑니다"라고 아버지를 안심시켰다.
그렇게 30분 넘게 대기하다 겨우 출발한 구급차는 이내 도로에서 멈췄다. 구급대원은 무언가 잘못됐는지 다른 곳을 알아보기 위해 이리저리 전화를 걸었다. 결국 이튿날 오전 1시가 넘어서 영천의 한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아버지의 몸은 축 늘어졌고, 숨은 더 얕아졌다.
영천의 병원에서 엑스레이 검사를 한 결과 폐렴 증세가 확인됐다. 당직 의사는 "상태가 더 나빠지면 대응할 수단이 이 병원에는 없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더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권했다. 그렇게 다시 응급실 찾기가 시작됐다. 당직 의사는 여러 군데에 전화했고, 마침내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 자리가 있다는 걸 확인했다.
비로소 오전 3시 40분쯤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119에 전화한 후 거의 4시간이나 흐른 뒤였다. 거기서도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12시간이 흐른 오후 4시쯤에야 응급실에서 격리 병동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그 사이 아버지의 증상은 더 나빠졌다. 결국 8월 26일 중환자실로 옮겼다. 아버지는 이후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다, 끝내 9월 6일 영면(永眠)하셨다.
아버지의 기일(忌日)을 앞두고, 2년 전 당시의 위급했던 상황이 떠오른다. 구급차에서의 다급함, 응급실을 전전하며 느꼈던 분노, 중환자실 앞을 서성이던 애달픔 등. 아픈 가족이 있다면 누구나 느낄 만한 감정이다.
요즘 또다시 분노와 두려움이 생긴다. 분노는 의대 증원 문제로 시작된 의료 공백이 반년이 넘어서다.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한 정부와 의료계 모두가 개탄스럽다. 중재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의 무능에도 화가 난다. 두려움은 나와 가족은 물론 국민 누구나 의료 공백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데서 비롯된다.
이 시간에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구급차 안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까? 얼마나 간절하고 절박하게 응급실을 찾고 있을까? 치료를 기다리며 아파하는 가족의 손을 잡은 사람들 또한 얼마나 많을까? 수술 날짜를 잡지 못해 낙담하거나,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환자를 눈물로 지켜보는 사람들도 얼마나 될까?
의료 공백을 넘어 의료 대란으로 치닫고 있다. 추석 연휴가 고비다. 응급실을 축소 운영하거나, 아예 문 닫는 곳이 늘 것이란 암울한 예상이 나온다. "아프지 말고 다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이 명절 덕담이 될 지경이다.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전혀 안심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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