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활동할 때는 잘 모르다가 밤에 자려고 누우면 항문 통증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수십년 동안 여러 병원을 다녔지만 차도가 없었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심한 항문통증을 겪었지만 변비의 일환이라는 진단만 받았다", "변비처럼 항문이 '무즈륵'한 느낌, 찌릿찌릿한 증상이 계속됐다", "잔변감과 아랫배에 불편함이 있고 대변 후 찜찜함이 남아있다"
항문이 묵직하고 설명하기 힘든 불쾌감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 특히 피로가 쌓였거나 예민한 사람들이 더 잘 느끼는 증상인데 항문 주변에 뭔가 모를 불편함을 느끼는 환자들이다. 정확하게 콕 집어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 통증이 찜찜하기만 할 뿐이다. 도대체 항문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까?
이러한 질병을 통틀어 항문거근증후군, 소위 무즈륵증후군(항문이 묵직하고 뻐근한 느낌에서 비롯된 말)이라고 한다. 골반의 장기(전립선, 자궁, 방광, 직장)를 빈 공간에서 텐트처럼 지탱해주는 근육인 넓게 는 골반저근육, 좁게는 항문거근(肛門擧筋)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골반질환 중 하나다.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편인데, 흔히 항문괄약근의 문제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골반 근육의 경련 때문이다. 항문 초음파나 MRI, CT 검사 등으로 정밀 검진을 해도 별다른 증상이 나오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항문거근증후군은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나 병원이 의외로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치료한다고 알려진 병원을 가더라도 실제로는 치료법에 차이가 많고 치료가 잘 안 된다고 하소연하는 환자들이 많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널리 인식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검사를 받은 후에도 아무런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신경안정제, 진통제 등을 처방 받게될 때가 많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극심한 항문통증이 동반된다.
이 질환에 대한 경험이 많은 의사가 아니라면 진단이 어려울 수 있다. 항문 속을 의사가 손으로 진찰해야 할 정도로 항문외과 전문의가 아니면 쉽게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항문 주위 통증은 대장, 자궁, 척추 등의 다양한 질환을 의심할 수 있어서 먼저 이들 장기에 질환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따라서 정확한 진단이 된다면 주사치료 요법 등 비교적 용이한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오래 앉아서 일하는 직업, 심한 변비로 고생하는 분, 과민성대장증후군, 힘든 분만을 겪은 경우, 항문수술 후 변을 보는 것이 원활치 않을 경우 등 항문거근증후군이 잘 생길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치료 후 재발이 잘 되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온수 좌욕, 케겔 운동 등을 하고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식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름진 음식은 피하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해 숙변이 쌓이지 않게 한다. 또한 물이나 차를 통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노력할 필요가 있다.
김찬호 일민의료재단 세강병원 원장(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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