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통합'·'지방 장애인 복지 향상'을 내걸고 462km 걸어 경산 도착
"누구든지 도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작은 날개짓"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과 격려에 완주
'양팔 없는 왼발박사' 이범식(59·경북 경산)씨가 서울에서 경산까지 국토 도보 종주에 도전한(매일신문 7월 14일 보도) 지 31일째인 16일 오후 462km, 65만9천여 발의 걸음을 걸어 최종 목적지인 경산시청에 도착해 완주에 성공했다.
이씨는 1985년(22세) 전기공사 현장에서 일할 때 감전사고로 양팔과 오른쪽 다리를 잃고(나중에 의족을 함) 성한 왼발 하나로 생활하면서도 47살 늦깎이로 대학에 입학해 10년만에 대구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대학 강단에 선 의지의 한국인이다.
◆중증장애인이 왜 서울~경산까지 도보종주를 하게 됐을까
중증장애인인 그가 경산에서 누구 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살았고, 장애인 단체에서 활동을 하면서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볼 때 지방은 하나의 변방일 뿐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그렇다고 여러가지 사정상 서울로 갈 수 없었고, 지방에 사는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비록 양팔이 없고 오른발은 의족을 끼고 왼발 하나로 버티며 살아 가고 있는 저가 도전을 통해 뭔가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좀 개선해 보자는 생각으로 서울에서 경산까지 내가 '할 수 있는' 도보 종주에 도전해 보겠다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그는 지난달 15일 서울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출발해 경산까지 홀로 도보종주에 나섰다. '대구경북통합'과 '지방 장애인 복지 향상'을 내걸고 걸었다.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지방의 장애인 복지나 재활환경을 세상에 알려 조금이라도 개선되길 바라고, 대구경북이 통합하면 재정규모도 커지고 지역에 맞는 촘촘한 복지로 장애인들에게 일할 기회가 늘어나고 삶의 질도 향상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고행의 연속 …이름모를 사람들이 먹여주는 물은 '생명수'
의족을 한 오른발에 길찾기 앱을 설치한 휴대전화를 이용해 도보길을 찾아 종주를 했다. 연일 35,6℃의 넘는 폭염에 아스팔트 열기까지 더해 체감온도는 40℃ 이상인 날씨에 서울~경기도 성남~광주~이천을 걸을 때는 초행길이라 길 찾기가 어렵고, 도로폭이 넓어 쌩쌩 달리는 자동차들로 인해 혹시 교통사고라도 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과 긴장으로 고행길의 연속이었다.
특히 성남~광주 구간에는 길을 잘못 들어 8시간 동안 무려 30km를 무리하게 걷는 바람에 거의 탈진상태까지 간 적도 있었다. 이렇게 해서 열사병으로 죽는가 보다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충북 음성을 거쳐 괴산군을 홀로 걸을 때는 걸어도 걸어도 중간에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 물조차 제대로 마시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도보 종주 중간 중간 만난 이름 모를 아주머니와 택배기사, 외국인, 시골의 할머니 등이 양팔이 없는 이 박사를 위해 물이나 음료를 먹여 주는 것은 '생명수'와 같았다. "이 무더위에 몸이 성한 사람도 그 먼길을 걷는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텐데 중증장애인이 400km가 넘는 길을 걷는데 힘 내라"는 응원에 또 종주를 이어가며 한 걸음 한 걸음 뚜벅 뚜벅 길을 걸었다.
◆경북에 입성, 지인들의 많은 응원에 힘 솟아
서울 광화문을 출발해 경기도~충북을 15일 동안(7월 18·19일은 사전 약속된 특강 때문에 종주를 하지 못함) 약 180km 걸어 드디어 도보종주 16일째인 8월 1일부터는 경북을 구간을 걷게 됐다.
새도 쉬어 넘는다는 문경새재 길부터는 "고향에 왔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푸근해지고 발걸음이 전보다 가벼워 졌다.
무엇보다 중년의 나이에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힘들었던 기억 때문에 도보종주 길을 안내해 준 김병회(78) 전 문경종합온천대표, 대구교도소의 교정위원으로 활동할 때 알게 된 서보균(61) 전 경주교도소장, 기자 등 3명이 문경새재를 함께 넘었다.
이씨는 "특히 문경 구간의 종주는 잊을 수 없다"고 했다.문경은 그의 아버지가 청도에서 하던 자동차정비업소에서 사고가 나면서 5세 때 탄광촌인 문경 호계로 이사해 호계국민학교 6학년때 경산으로 이사를 가기 전까지 살았던 특별한 곳이다.
문경 구간의 종주에는 김병회 전 대표와 김경범(62) 경북사랑의열매나눔봉사단 문경시단장,문경 조선요 김영식(56)도예가 등 많은 사람들이 이 박사와 함께 걸으며 힘을 북돋워 주었다. 걸음 힘이 절로 났다.
신현국 문경시장도 지난 3일 이 박사 일행의 문경시청 도착을 환영하며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 이 박사의 도보 종주를 무사히 잘 마치기를 바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문경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격려와 응원을 했다.
김병회 전 대표는 문경~경북도청~안동~의성 구간에 1주일 넘게 이씨를 위해 중간 중간 길을 안내 해주고 물과 음료를 제공해주는 등 헌신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신은 경북의 별이자, 자랑"
이 박사는 경북에 입성한 후 여러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종주를 이어갔고 지난 6일 280km를 걸어 경북도청에 도착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왼발박사 이범식은 경상북도의 별이자,자랑"이라며 격려하고 "이씨의 도보 대장정이 나약한 젊은이들에게 도전정신을 심어주고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중꺾마'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정신으로 남은 구간 도보종주를 건강하게 완주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경북도청 이후 안동~의성 단촌면~금성면~대구로 편입된 군위군 우보면~산성면~영천 신녕면~청통면~경산 와촌면~하양읍~진량읍~압량읍을 거쳐 16일 오후 4시30분 최종 목표지점인 경산시청에 도착했다. 윤희란 경산부시장과 안문길 경산시의회 의장 등이 이 박사에게 꽃목걸이를 걸어 주며 무사 완주를 축하하고 환영했다.
그가 서울에서 경산까지 걸어온 길은 31일 동안 총 462km. 걸음 걸이 수는 65만9천여보다. 보통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먼 거리를 폭염에 양팔이 없고 오른쪽 다리는 의족을 낀 채로 걸어 왔다는 것이 잘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종주를 완주했다. 당초 계획했던 일정보다 9일을 앞당겼다.
◆"누구든지 도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작은 날개짓"
이 박사의 서울에서 경산까지 국토 도보 종주 완주를 축하하는 조촐한 행사가 남매공원 야외무대에서 마련됐다. 그의 도보 종주 완주를 기원하고 응원했던 사람들과 후원한 아진산업㈜과 농협경산시지부 임직원과 경산 장엄사 신도, 정나눔회원 등이 모여 마련한 자리였다.
그의 국토 도보 종주 완주를 축하하는 "당신이 걸어 온 길이 희망입니다", "당신이 자랑스습니다"는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다.
안문길 경산시의회 의장은 "불편한 몸으로 이 무더위에 서울에서 경산까지 462km를 걸어 왔다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새까맣게 탄 이 박사의 얼굴을 보며 그 용기와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번 종주에 후원 한 아진산업㈜ 이재억 이사는 "먼 길 목적지까지 산 넘고 물 건너서 완주한 것을 축하한다. 그동안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도록 저희 회사에서도 돕고 또 주변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선한 영향력이 되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번 이 박사의 도보종주 구간 중간 중간 함께 걸어 주며 응원한 사람들의 축하의 말이 이어졌다.
이어 주인공인 이범식 박사는 "종주를 마치면서 첫째는 약속을 지켰다는 안도감,둘째는 나 자신과 저를 지지해주고 격려와 응원을 해 준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소감을 밝혔다.
"저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이 사회를 향해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인식, 누구든지 도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작은 날개짓이라도 하겠다는 일념으로 하루 하루 최선을 다해 걸었고, 죽을 고비를 세번이나 넘기고 여기 경산까지 완주했습니다."
그는 "이번 종주 31일 동안 아침에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옷을 입혀주고 밥을 먹여주고, 숙소로 돌아 오면 상처를 소독해 주고 목욕을 시켜주고 빨래를 빨아주며 묵묵히 지원을 해 준 아내 김봉덕(57)에게도 '참 고생 많았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길을 걸으면서 따뜻한 격려 한마디, 물 한 모금을 먹여 준 많은 고마운 사람들이 있었기에 저가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매일신문과 아진산업㈜, 대구공고 총동창회와 경산동문회, 대구대총동창회,장엄사 신도회 등은 물론 김병회 전 대표, 서보균 전 교도소장, 김선왕 영남대총동창회 사무총장,권중석 경산시의원, 최종국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인, 김영애 영천실버케어원장,이상정 경산시 공원녹지과장, 안재근 농협경산시지부 농정단장,이름 모를 아주머니와 우편집배원 등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기에 이번 종주를 완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이번에 서울에서 경산까지 걸어 온 길이 헛되지 않도록 여기 모인 여러분들께 저의 이 작은 날개짓이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태풍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함께 해 주길 부탁드립니다."
그가 서울에서 경산까지 뙤약볕에 아래 약 66만 보의 한 걸음 한 걸음이 장애인들은 물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의 길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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