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온 의대생 부모들 "자식 꿈 물거품 될 판, 나 몰라라 못해"

입력 2024-08-15 18:05:21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15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의대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을 규탄하기 위해 15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 집결했다. 이들은 흰색 상의와 '의학교육 정상화' 문구가 적힌 모자를 쓰고, 의대 증원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의대생학부모연합과 경기도의사회는 이날 오후 2시쯤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학교육 정상화 호소 궐기대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손에 '1만8천명 학습권을 보장하라', '의평원 국제 기준 준수하라'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의대생은 물론 전공의와 의대 교수 일부도 참석했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1만8천명 의대생이 7개월째 학교에 못 가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같은 전쟁하는 나라도 이런 일은 없다"며 "우리는 이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 나왔다. 내일이라도 당장 학생들이 학교에 갈 수 있도록 조치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의대생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의대 증원 정책의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에서 왔다는 한 공중보건의의 부모는 단상에 올라 "필수 의료를 살리기는커녕 오히려 필수과를 포기하게 만드는 정책으로 아들의 꿈이 물거품이 될 판"이라며 "의대생 부모가 아니라고, 전공의 부모가 아니라고 제가 어떻게 나 몰라라 외면하고 방관할 수 있겠냐"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자식의 교육권을 위해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습할 병원과 환자 부족으로 임상 실습도 제대로 못 하게 되는 열악한 교육 환경은 입학할 때 보장받았던 수업권이 아니기에 우리 학부모들은 오늘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식의 학교가 멈추고 자식의 미래 직업이 박살 나는데 가만히 있겠냐"고 했다.

집회에 참석한 의대 교수도 의료 교육 부실 우려를 강조했다. 채희복 충북대병원 비대위원장은 "50명 규모로 지어진 강의실에서 당장 내년부터 200명이 강의를 듣는다는 것이 가능하겠나"며 "의대의 경우 실습 교육이 중요한데 지금 본과 3·4학년 100명이 실습을 하던 것이 증원되면 400명이 실습을 돌아야 하는데 교육이 제대로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채 위원장은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필수의료, 지방의료가 강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학 입학생의 60%가 서울과 경기권 고등학교 졸업생들"이라며 "결국 서울에서 활동하는 의사 수를 늘리는 효과에 불과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원칙인데, 지금 증원된 의사들이 우리가 간절히 원하는 대학병원 종합병원의 필수과 봉직의로 남거나 지역사회에서 필수의료와 관련된 의료 서비스에 종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