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목 지음/열린시선 펴냄
파묘: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
사전에 '파묘'를 검색하면 나오는 뜻풀이다. 이처럼 물리적 의미에서의 파묘란 무덤을 파내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흔히 삽이나 중장비 등을 이용해 장지를 옮기거나 유골을 화장하는 등 필요에 따라 이뤄지는 매장 풍습의 일부분이다.
이 책의 저자인 철학자의 파묘는 달랐다. 그는 '추억과 기억의 장치'이자 '전망과 성찰의 장치'인 무덤을 통해 한 사람의 삶을 파헤쳤다. 생(生)에서 사(死)를 보는 것이 아닌, 사에서 생을 바라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박열의 부인이자 일제에 항거했던 아나키스트 일본 여인 가네코 후미코 ▷'아흐, 꽃같이 서러운' 나병 시인 한하운 ▷거문도 '둥긂'의 실학자 김류 ▷해인사 초대 방장 성철 ▷무소유 스님 법정 ▷한국 최초의 사립 수목원 설립자 민병갈
저자는 다음 인물들의 생애를 들여다보기 위해 소록도, 거문도, 청산도, 손죽도, 초도 등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고 이를 기록으로 남겼다. 묘역 옆의 비명을 읽어보고, 인물이 거쳐간 곳들을 직접 답사해보기도 한다. 그들의 무덤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궁극적으로 그는 남아 있는 자신의 시간을 헤아려 보며, 되묻고 싶었던 것이다. "자, 어떻게 살 것인가" 304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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