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가속기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국이 대만으로 수출하는 메모리 반도체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이 대만에 수출한 메모리 반도체는 42억6천만달러 규모로 작년 동기보다 225.7% 뛰었다. 대(對)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율은 같은 기간 한국의 전체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율(88.7%)를 크게 웃돈다.
2010년대 들어 한국의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연간 10억∼40억달러대를 유지해왔다. 최근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연간으로 80억달러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AI 산업 발전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변화로 올해 들어 급격하게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대만으로 수출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대만 현지 기업의 PC, 스마트폰 등 정보기술(IT) 소비자 제품 제조에 쓰이는 D램 등 부품이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수출 증가 물량의 상당 부분은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SK하이닉스의 HBM과 관련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회사)인 엔비디아는 AI 가속기의 핵심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생산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TSMC에 맡기고 있다.
TSMC는 대만 패키징 공장에서 GPU를 생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으로부터 공급받은 HBM을 함께 패키징해 AI 가속기 완제품을 제작해 엔비디아에 납품한다. 현재 한국 기업 가운데 엔비디아에 HBM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은 SK하이닉스가 유일하다.
SK하이닉스는 특정 고객향 매출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국의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 추이 분석을 통해 SK하이닉스의 엔비디아향 HBM 매출 증가 추세를 가늠해볼 수 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2분기 HBM 매출이 전 분기 대비 8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250% 이상 증가하며 실적 개선을 주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인프라 구축 관련 투자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관련 반도체 수요도 지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주도의 AI 반도체 공급망 재편이 가시화되기 전까지 한국의 대만 메모리 반도체 수출 증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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