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폭염에 힘겨운 영세 제조업장…"실질적 지원 필요"

입력 2024-08-11 18:30:00 수정 2024-08-12 06:38:11

200도 넘는 건조로 앞에 냉풍조끼 착용 무용지물
온열질환 예방수칙 준수하고 있지만 더위 먹은 직원 다수
집 돌려보내 10명 근무 인원 교대에도 쉽지 않아

폭염경보가 발령된 9일 오전 대구제3산업단지 내 한 표면도장 공장. 근로자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폭염경보가 발령된 9일 오전 대구제3산업단지 내 한 표면도장 공장. 근로자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지난 9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제3산업단지(이하 3산업단지).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이날 정오 이전에도 이미 기온은 33℃를 웃돌았다. 이곳은 금형, 열처리, 용접 등 기초공정기술 중심의 '뿌리산업' 분야 소규모 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다. 공장의 대다수가 문을 개방한 채 대형 선풍기로 열을 식히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3산업단지 내 위치한 표면도장처리 전문업체 '대진분체산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업체 입구부터 열기가 뿜어져 나왔고 내부로 들어서자 더 높아진 온도를 체감할 수 있었다. 작업자들은 이마에 두건을 두르고 방풍조끼로 무장했으나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인 모습이었다. 연신 흐르는 땀을 닦으며 작업을 하다가 이내 냉풍기 앞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했다.

이진욱 대진분체산업 대표는 "건조 과정에서 열처리가 필수라 200도가 높은 건조로가 있어 타 업종에 비해 현장 온도가 높은 편"이라며 "규모가 큰 사업장의 경우 별도 공조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직원들에게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어 안타깝다. 냉풍기가 있지만 조금만 벗어나면 무더운 환경에 노출된다"고 했다.

온열질환 예방수칙을 준수하고 있음에도 최근에 직원이 관련 증상을 보여 가슴을 쓸어내린 일도 있었다. 무더위가 절정인 7월 말에서 8월 초까지 휴가를 다녀온 이후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폭염경보가 발령된 9일 오전 대구제3산업단지 내 한 표면도장 공장. 근로자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폭염경보가 발령된 9일 오전 대구제3산업단지 내 한 표면도장 공장. 근로자들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우태 기자

이 대표는 "지난주에는 외국인 직원 한 명이 더위를 먹어서 바로 집으로 돌려보냈다. '계속 근무할 수 있다'고 고집을 피웠지만 안전이 최우선이고 일은 그다음이라는 판단이었다"며 "현재 근무 인원은 10명 내외인데 서로 로테이션(교대)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이스크림, 음료 등 시원한 간식도 공급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9월까지는 무더위가 가장 큰 적"이라고 하소연했다.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냉방 시설을 포함한 근무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자금 여력이 충분치 않은 기업이 대다수다.

실제 중소기업중앙회가 하반기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7.8%가 '하반기 경영 환경이 악화될 것'이라고 답했다. 8월 대구경북지역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SBHI) 역시 지난 5월 이후 4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는 기업별 맞춤형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산업단지 내 한 금속가공 기업 관계자는 "냉풍기 보급 사업이 있어도 자부담을 더하면 가성비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간다. 규모가 영세한 업체를 위한 세밀한 지원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