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병은 아트리움모리 큐레이터
'유리상자-아트스타' 프로젝트는 대구의 도심 봉산동에 위치한 문화 공간 봉산문화회관에서 매년 진행하는 기획 전시 공모로 10년이 넘는 오랜 세월 동안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재는 푸른 화분이라는 오브제를 통해 그가 바라본 삶의 풍경들을 재현하기를 시도하는 허태원 작가의 전시 '도시의 블루스'가 진행되고 있다.
공모는 20세 이상 예술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선정 작가에게는 약 2달간의 전시 진행 및 전시 홍보 지원, 300만 원의 작가 지원금 지급, 평론가 매칭의 혜택이 주어진다. 특이한 점은 공모 접수 시 필수적으로 코디네이터의 참여를 포함시킨다는 점인데, 코디네이터의 역할은 공식적으로 워크숍의 진행 지원, 실행 점검, 작품 설치 전반 지원 등 멘토의 역할을 한다고 명시돼 있다.
예술계가 최근 들어 전시 기획자의 필요성과 역할에 주목하여 관련한 다양한 공모들을 내놓기 시작한 것을 생각하면, 봉산문화회관의 '유리상자-아트스타' 프로젝트는 10여 년 전 공모를 시작할 때부터 이처럼 기획자의 역할과 유사한 임무를 수행하는 코디네이터의 참여를 공모의 필수 요소로 구성함으로써 선구적인 시도를 이어왔다고 볼 수 있다. 신청서에 표기된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정확히 '기획자'의 역할을 가리키고 있지는 않지만, 작가들이 공모 신청 시 필수로 구성해야 하는 코디네이터의 섭외와 임무에 대해 고려하며 개인 전시를 구성함에 있어 타인과의 협업으로 그것을 더욱 구체화시켜가는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공모에 선정된 작가들이 전시를 진행하는 36.58㎡ 규모의 정방형 전시장은 '유리상자'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사방의 벽면이 유리로 이루어져 있어 전시장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점에서 타 전시실과 차별점을 가진다. 그림을 걸 수 있는 새하얀 벽이 없다 보니 대부분의 전시들은 천장에서부터 작품을 내리거나, 바닥에서 쌓아가는 형식으로 실현된다. 이러한 전시장의 형태로 인해 평면 작업을 주로 이어오던 작가들 역시 입체적인 공간에 대한 고민을 시작으로 공모 신청서를 작성하게 될 것이다. 평소 작업을 진행하던 중 고민하던 지점, 아른거리던 재료들의 활용성을 되짚어 보며 공간 안에서 관람객에게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고심하고 연구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다양한 환경을 가진 전시공간은 작가에게 발전적인 영향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유리상자-아트스타'는 대구에서 보기 어려운 투명한 전시공간으로 지역의 작가들에게 긍정적인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작가들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유리상자 공모를 거쳐간 작가들은 모두 '스타'가 되는 것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할 정도로 공모에 대한 선호가 높은 편이다.
공간은 비어있는 모습으로 작가의 작품을 담아내고 선보이는 것을 통해 그들을 지원하고, 작가는 새로운 공간에 대한 실험정신으로 자신의 작품을 기존의 것에서 변형하고 발전시켜가는 이상적인 모습. 공간과 예술가가 호흡하며 상생할 수 있는 '유리상자-아트스타'가 이어져온 시간보다 훨씬 더 오래 지속되길 기대하며, 더불어 지역에 이와 같이 작가들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참신한 전시공간들이 더 많이 탄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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