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명문’ 대구 오성고 학생들 구슬땀…“제2의 구본길·도경동, 올림픽 金 이어갈게요”

입력 2024-08-06 17:04:13 수정 2024-08-06 20:59:14

올해 협회장배 사브르 단체전 우승…주간·야간 매일 6~9시간 씩 훈련
교육청·체육회·학교 지원에 훨훨
"선배들처럼 전 세계에 제 이름 석자 알리는 선수 될 것"

5일 대구 오성고등학교 펜싱부 연습장에서 이승용(맨 오른쪽) 감독과 성준모(맨 왼쪽) 코치를 비롯한 학생들이 브레이드(펜싱 칼)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5일 대구 오성고등학교 펜싱부 연습장에서 이승용(맨 오른쪽) 감독과 성준모(맨 왼쪽) 코치를 비롯한 학생들이 브레이드(펜싱 칼)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선배들의 파리올림픽 선전 소식에 여름휴가도 미루고 훈련에 더 집중했습니다."

지난 5일 오후 방문한 대구 오성고등학교. 반세기의 역사를 지닌 펜싱부를 보유한 이 학교 정문에는 학교 동문 선후배인 남자 펜싱 대표팀의 맏형 구본길과 막내 도경동의 올림픽 남자 사브르 단체 3연패의 위업 달성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당당하게 걸려있었다.

교정 뒤쪽 펜싱 훈련장 2층에는 방학기간임에도 연신 펜싱 칼이 부딪히는 소리와 발 구르는 소리로 가득했다. 훈련장 안에는 펜싱부 학생 16명이 장비를 차고 훈련에 여념이 없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따내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린 펜싱 국가 대표팀 소식에 대구 오성고 펜싱부의 의욕과 열의는 '대프리카' 대구 날씨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오성고 펜싱부 선수들은 선배들의 선전 소식에 힘을 얻어 다음 올림픽의 주인공 자리를 노리고 있다. 오성고 펜싱부는 지난달 초 제천에서 열린 제53회 펜싱협회장배 대회에서 사브르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국적인 펜싱 명문으로 입지를 더욱 다지고 있다.

대구 오성고등학교 펜싱부 유망주 이찬서(왼쪽부터), 김지환, 권현욱.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대구 오성고등학교 펜싱부 유망주 이찬서(왼쪽부터), 김지환, 권현욱.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서로 칼을 맞대며 훈련 중이던 이찬서(2학년)와 김지환(3학년)은 "올림픽에서 (구본길·도경동) 선배들의 활약상을 지켜보면서 나도 그 무대에 서서 제 이름과 학교 이름을 빛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며 "꾸준히 훈련을 전념해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로 활약하겠다"며 각오를 전했다.

오성고 펜싱부 에이스 권현욱(3학년) 역시 "펜싱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주위에서도 펜싱한다고 하니 응원을 많이 해주신다. 방학기간이지만 오전과 오후, 야간 훈련까지 매일 6~9시간씩 훈련을 하고 있다"며 "우선 올해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오성고 펜싱부는 1970년 3월 창단 이후 많은 펜싱 스타를 배출해낸 명문이다. 현재 대구에서 펜싱부를 운영하는 고등학교는 오성고(남자)와 시지고(여자)가 유일하다. 과거만 해도 펜싱에 대한 인식이 낮았지만 오성고가 배출한 스타 선수들로 이젠 전국에서도 이름을 날리고 있다. 오성고 출신 펜싱 스타 선수는 1970년대 김정식, 김헌수, 함연식 이상호, 정동국 등 1세대를 필두로 1980년대 현 오성고 펜싱부 감독인 이승용과 배휘갑 등이 있다. 특히 오성고 출신의 오은석과 구본길은 2012년 런던올림픽의 사브르 단체 금메달을 합작했고 이번 파리올림픽에는 도경동이 가세해 사브르 단체 금메달을 따냈다.

2000년부터 24년째 오성고 펜싱부를 이끌고 있는 이승용 감독은 "지도자로서 키워낸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이 뿌듯하고 보람차다. 대구시교육청과 대구시체육회, 학교의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며 "앞으로 남은 지도자 생활동안 더 많은 국가대표 선수들을 발굴해 내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