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전환에 일본 증시 향하는 개미들… 매수·매도 증가

입력 2024-08-04 15:57:03 수정 2024-08-05 06:14:43

일본 증시 투자자 거래건수 한 달간 3만7천990건
거래액 8억2천80만 달러, 전달 대비 57.65% 상승
일본 기준금리 인상에 원·엔 환율 929.22원 기록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엔화 가치가 강세를 보이자 일본 증권시장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일본 증시 투자자의 매수·매도 등 거래건수는 3만7천990건으로 집계됐다. 전달(3만1천69건) 대비 22.28% 증가한 수준이다. 매수액과 매도액을 합친 거래액은 8억2천80만 달러로 전달 지난달 5억2천64만 달러보다 57.65% 늘었다.

기준금리 인상 등에 힘입어 엔화 가치가 강세로 전환한 게 배경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달 100엔당 900원 선을 넘었고, 지난 2일에는 1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100엔당 929.22원을 기록했다.

일본은행(BOJ)은 지난달 31일 금융정책 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정책금리(기준금리)를 0∼0.1%에서 0.25%로 인상했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펼치던 일본은행은 지난 3월 -0.1%에서 0~0.1%로 17년 만에 금리를 올린 이후 두 차례 동결한 상태였다.

일본 시중은행도 곧바로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NHK 보도에 따르면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은 오는 6일부터, 미쓰비시UFJ은행과 미즈호은행은 내달 2일부터 보통은행 금리를 인상할 예정이다. 이들 3대 은행은 단기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단기 프라임레이트'도 내달 2일부터 연 1.475%에서 1.625%로 올리기로 했다.

엔화 가치 급등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농협) 엔화예금 잔액은 감소한 것으로 나왔다. 지난달 말 이들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6월 말보다 818억엔 줄어든 1조2111억엔으로 집계됐다. 5대 은행 엔화예금 잔액이 감소한 건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이다.

엔화를 원화로 바꾸는 엔화 매수 환전 규모도 늘었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엔화 매수 건수는 7만2289건, 매수액은 약 128억엔으로 집계됐다. 일본은행 정책 방향이 금리 인하를 앞둔 미 연방준비제도(Fed)와 반대로 움직이면서 엔화 강세 기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이벤트다. 펀더멘탈(주요 거시경제 지표) 개선보다는 슈퍼 엔저 현상을 약화하려는 기시다 내각의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라면서 "연내 추가 금리 인상은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판단된다. 경기 사이클이 당초 일본은행 전망보다 부진하다는 측면에서 일본은행이 긴 호흡을 갖고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여지가 커 보인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