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엄청난 기록을 쓴 양궁(洋弓) 못잖게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린 종목이 사격(射擊)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남자 50m 소총 복사 종목에서 차영철 선수가 은메달을 딴 걸 시작으로 이번 파리 올림픽까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만 빼고 잇따라 메달을 수확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여자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당시 서울체고 3학년이던 여갑순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건 것, 지금은 국회의원인 진종오 선수가 2004년 아테네 올림픽·2008년 베이징 올림픽·2012년 런던 올림픽·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4개 대회에 연달아 출전해 총 6개의 메달(금 4, 은 2)을 획득하며 '사격 황제'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많은 국민들의 기억에 자리해 있다.
그리고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8월 1일 기준 대한민국이 얻은 메달 12개(금 6, 은 3, 동 3) 중 종목별로는 가장 많은 4개(금 2, 은 2)를 차지, 대회 초반 우리나라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그러면서 경기장 안팎 이야깃거리도 많이 만들고 있는 게 한국 사격이다. 김예지 선수와 반효진 선수의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여자 10m 공기권총 종목에서 은메달을 딴 김예지 선수는 세계인들의 온라인 '예지앓이'의 주인공이다. 김예지 선수가 올해 5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사격 월드컵 25m 권총 경기에 참가해 세계신기록으로 1위를 하며 보여준 표정·행동·패션 스타일 등이 담긴 영상이 마치 SF(공상과학·空想科學) 영화에 나올 법한 '아우라'를 풍긴다는 이유에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고 엑스(구 트위터)에 글을 남겼고, CNN·타임지·NBC 등 외신들은 "인터넷이 한국의 저격수와 사랑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킨 스타" 등의 표현으로 조명했다. SNS에는 김예지 선수를 밈(meme, 인터넷 유행 콘텐츠) 삼은 팬아트 그림이 쏟아진다. 여기에 김예지 선수의 경기 후 익살스러운 인터뷰 영상 역시 '반전 매력'이라며 화제가 되고 있다.
여자 10m 공기소총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대구체고 2학년 반효진 선수는 '여고생 선수'라는 점에서 32년 전 역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금메달을 거머쥔 여갑순 선수를 떠올리게 만들며 사격 종목 역사를, 또한 우리나라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을 획득했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올림픽 도전 역사도 국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반효진 선수가 늦게 사격을 시작한 사실은 비슷한 처지를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용기도 던져 준다. 반효진 선수는 중학교 2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학교 사격부에 들어가 한 달여 뒤 처음 나간 대구 지역 대회에서 덜컥 1위를 했다. "또래들보다 늦게 시작했어도 두 배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은 늦은 도전을 주저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동기부여(動機附與)가 될 듯하다.
올림픽에 출전한 우리 선수들의 이야기는 보통 '땀+눈물=국위선양(國威宣揚)'인 경우가 많다. 물론, 이것도 참 좋은 것이고 큰 감동을 주는 것이긴 한데, 이번 파리 올림픽은 메달 색깔보다 사람의 빛깔이 더 눈부신 것 같아 반갑다. 국민들이 탁구 신유빈 선수의 '바나나 먹방'과 양궁 김제덕 선수의 '포효' 그 자체를 경기 성적과 별개로 즐기는 모습은 과거와 비교하면 꽤 달라진 올림픽 관람 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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