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사회부 기자
학교와 학부모 간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 학부모는 학교에서 언제든지 학대와 폭력이 횡행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교직원들은 극성 학부모들을 '악성 민원인' 정도로 여기는 모습이다. 이들의 신경전 속에서 교실은 모든 행동 하나하나를 기록하고, 증거를 남겨둬야 할 공간이 됐다.
지난해 7월 유명 웹툰 작가인 주호민 씨가 자폐 증세가 있는 아들의 담당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해 파장이 일었다. 사건 관계자들은 물론 언론과 일반 국민들까지 몰려들어 각자의 입장을 대변했고, 재판부는 1심에서 특수교사에게 벌금 2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특수교사 측과 검찰이 모두 항소를 하면서 재판은 2심을 앞두고 있다.
비슷한 사건이 최근 대구에서도 일어났다. 공립 특수학교인 세명학교에서 교사 1명과 사회복무요원 3명이 지난 17일 장애학생을 수차례 폭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현재 대구경찰청은 폐쇄회로(CC)TV와 관계자 진술을 통해 아동 폭행 혐의 적용 여부를 두고 조사가 한창이다.
주호민 씨 사건을 두고 전국적으로 학부모와 교직원 간 사이가 갈라졌던 것처럼 세명학교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폭행 의혹'을 알게 된 세명학교 일부 학부모들이 학교 인근에 교직원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는 현수막을 잇따라 게재했고, 교직원들은 방학식 날 사실상 계절제 수업 파업을 선언하며 맞대응했다.
대구시교육청과 세명학교 교장과 교감 등 구성원들의 끈질긴 설득 끝에 계절제 수업은 '긴급 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났고, 다행히 희망자들은 대부분 수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현수막을 게재한 학부모들과 그렇지 않은 학부모들 간의 '네 탓' 공방만 거셀 뿐, 그 누구도 근본적인 대책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대로 방학이 끝나고 새 학기가 시작된다면? 학교와 학부모 간 묘한 긴장감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세명학교의 한 학부모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이번 일도 해당 학생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가 CCTV를 보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갔을 법한 일"이라며 "장애 학생의 경우 돌발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아 학교에 보낼 때마다 걱정이 클 것"이라고 했다.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아진 만큼 세명학교 교직원들도 조심스럽긴 마찬가지다. 학교 측 관계자는 "같은 행동이라도 전후 사정을 무시한 채 영상으로만 보면 오해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행동 자체를 조심하려고 하지만, 그러면 학생들 관리가 제대로 안 된다"며 "모두가 한껏 예민해진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아이들을 대해야 할지 우리도 막막하다"고 했다.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사회복무요원들의 처우도 바뀔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학교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무요원은 "사실 우리도 현역에 갈 상황이 안 돼 '공익' 판정을 받은 것인데, 특수학교, 복지시설 등에 배치돼 누군가를 또 돌본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오히려 열심히 일한 사람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밝혔다.
결국 학교와 학부모 간의 신경전이 애꿎은 피해자를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안타깝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가정과 교실에 있을 학생들이다. 이들에게 진정 올바른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교육 당국과 학교, 학부모들의 협력이 절실하다. 학교와 교실이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경찰서의 민원실이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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