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사각지대 놓인 서문시장…경보 차단으로 화재탐지설비 무용지물

입력 2024-07-30 15:52:32 수정 2024-07-30 21:38:17

올해 초부터 시장 화재탐지설비 오작동, 화재 경보 계속 울려 현재 경보 차단
대구시·중구청, 심사 거쳐 예산 받을 수 있는 방법 강구
전문가, 재난관리기금 집행 방법도 있어

스프링클러와 온도 및 연기 감지기 등이 설치된 서문시장 천장 아케이드 모습. 김지효 기자
스프링클러와 온도 및 연기 감지기 등이 설치된 서문시장 천장 아케이드 모습. 김지효 기자

올해 초부터 화재탐지설비가 오작동하고 있는 대구 중구 서문시장이 시설 보수에 들일 예산이 없어 화재 안전 사각지대에 놓였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예산 마련에 나섰지만, 정부 부처나 지자체 심사를 거쳐서 선정되는 방식이라 이른 시일 내에 예산을 확답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중구청 주도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금을 받아 설치된 자동 화재탐지설비 'P형 복합식수신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태다. 올해 초부터 해당 수신기와 연결된 화재감지기들이 오작동하는 바람에 수신기에 이상 반응 감지를 나타내는 빨간불이 수십 개 들어오고 화재 경보음이 지속해서 울렸다는 설명이다. 현재는 소방 측을 통해 경보가 차단된 상태인데, 이는 결국 화재탐지설비가 화재 발생을 알려주는 기능을 잃었다는 의미다.

지난 2016년 서문시장 4지구에서 큰 화재가 있었던 만큼 안전 문제가 우려되나, 소방 당국은 경보 차단 등이 소방법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시장 통로에 설치할 수 있는 소방 관련 법정설비가 없으므로 개폐식 지붕 아케이드와 함께 설치된 화재감지기나 스프링클러 등 설비는 자체설비이고, 따라서 경보를 차단하거나 주기적으로 점검하지 않아도 소방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또한 안전을 위해 설비 점검이나 교체를 하고 싶어도 아케이드가 너무 높게 설치돼 사실상 방치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합회의 거듭된 보수 요청에 중구청과 대구시가 방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정부 부처 심의 등을 거쳐야 확답을 받을 수 있는 형태다. 소방 설비 설치를 주관한 중구청은 시설 보수를 위해 행안부에 재난안전 특별교부세 3억원을 신청해뒀고, 이번 달 말에서 다음 달 초쯤 예정된 결과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시에서도 내년도 전통시장 시설현대화사업 예산으로 시설 보수 지원을 검토 중이며 올해 말 선정된다면 내년에 예산 집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올해 같은 사업 예산으로 배정된 동산상가 계단 보수 사업을 화재탐지설비 보수로 변경할 수 있다고 구청을 통해 안내했으나 연합회 측에서 거부했다고도 밝혔다.

연합회는 해당 안내를 받은 적이 없고 예산 변경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2022년 동산상가에서 계단 실족사가 있었기 때문에 시설현대화사업 예산으로 계단 미끄럼 방지 작업을 작년부터 진행해왔고, 내년도 사업 예산을 확답받을 수 없으므로 항목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현재 계단 보수 사업은 업체가 선정돼 설계에 들어간 상황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재래시장에 적절한 소방시설이 없어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을 짚으면서도 특별교부세 등을 기다리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지수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수증기나 열기가 발생할 확률이 높은 재래시장에 온도 및 연기 감지기를 설치하면 오작동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 적합한 소방 시설 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계단 보수와 소방설비 보수 모두 시급한데 단순한 예산 변경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격"이라며 "상황이 급박하다면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적립하고 있는 재난관리기금을 집행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서문시장은 지난 2016년 4지구에서 일어난 화재로 700여 개의 점포가 전소하고 469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