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수도권 유출현상…대구의료 신뢰하는 대구시민

입력 2024-07-31 06:30:00

대구시민, 지역 의료기관 이용도 타지역보다 높아
대구형 응급환자 이송체계…응급실 뺑뺑이 줄여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구시 제공
대구시청 산격청사. 대구시 제공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대구지역의 의료 현실은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 수도권으로 쏠리는 환자들을 붙잡아야 했고, 하필 의료개혁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 바람과 의료공백 또한 피해갈 수 없었다. 지난해 있었던 소위 '응급실 뺑뺑이' 사건 때문에 시민들이 대구의 의료 상황을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높았다.

하지만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듯 지금의 녹록치 않은 의료 현실은 대구 의료의 기반을 다시 튼튼히 하고 발전시키는 기회가 됐다. 타 지역의 의료 관계자들은 "그나마 대구의 의료 기반이 괜찮아서 현재의 의료공백 상황에서도 시민들이 타 지역보다 불편함을 덜 느끼는 모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대구시 제공.
대구시 제공.

◆ 지역민은 그래도 대구 의료 믿고 있다

수도권으로 환자 유출이 심각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대구 시민들은 대구의 의료에 대한 신뢰가 큰 편이다.

국립중앙의료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공공보건의료 통계집'에 따르면 2022년 지역 내 의료이용률이 상급종합병원 89.8%(전국 63.7%), 종합병원 88.0%(전국 70.2%), 권역응급의료센터 90.0%(전국 74.6%), 지역응급의료센터 88.0%(전국 71.2%)로 전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년 지역별 의료이용통계'에 따르면 대구시민 중 대구 시내 병원을 이용한 외래환자 수는 224만3천554명으로 전체 외래환자의 83.2%(전국 75.1%)이며, 입원환자는 29만7천894명으로 전체 입원환자의 90.4%(전국 77.3%)로 나타났다.

대구시 관계자는 "각종 통계를 살펴보면 대구 시민들의 지역 내 의료기관 이용도가 타 지역보다 높게 나타나는데 타 지역으로 의료서비스 유출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그만큼 대구 시민들이 지역 의료 환경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 대구형 응급환자 이송체계로 '응급실 뺑뺑이' 더는 없다

지난해 대구 의료계의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하면 '응급실 뺑뺑이'라 불린 사건이었다. 4층 높이 건물에서 추락한 10대 학생이 대구 도심 한 가운데서 병실을 찾아 2시간 동안 떠돌다 사망한 사건이었는데, 이 때문에 시민들 사이에서 대구의 응급의료체계를 믿을 수 있느냐는 걱정이 컸다.

이에 대구시는 '대구형 응급의료체계'를 구성해 이를 고쳐나갔다.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대구형 응급의료체계의 핵심은 '구급상황관리센터'(구급센터)를 통해 이송병원을 선정하고 환자를 이송하는 것이다. 초응급환자는 구급센터가 선정하는 병원으로 즉시 이송하고 의료기관도 이를 수용하도록 했다. 중증환자는 최대 2곳의 응급의료센터로 먼저 이송 가능여부를 확인한 뒤 모두 수용이 곤란하다는 판단이 서면 구급센터가 기준에 따라 직권으로 이송병원을 선정하는 '다중이송전원협진망'을 가동한다.

대구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대구형 응급의료체계 시행 후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달 동안 10분 이상 병원 이송이 지연된 응급환자는 일평균 14.3명으로 시행 전(23.2명)보다 3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공백 상황에서 대구형 응급의료체계는 활발히 활용되는 중이다. 다중이송전원협진망 활용 실적을 보면 지난 1월 4건이었던 실적이 이달 21일까지 37건으로 9배 이상 늘어났다.

대구형 응급의료체계는 올해 전국에도 적용이 됐다. 올해 4월 보건복지부는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을 전국 4곳에 만들었다.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은 대구형 응급의료체계의 구급센터처럼 응급실에서 진료 중인 환자가 타 병원으로의 이송이 필요한 경우 해당 응급실의 의료진이 광역상황실에 전원 지원을 요청하면, 환자의 중증도, 해당 병원의 최종치료 가능 여부 및 병원 역량 등을 고려해 광역 내 수용 가능한 병원을 연계한다.

대구시내 공공심야약국 목록. 대구시 제공.
대구시내 공공심야약국 목록. 대구시 제공.

대구시가 2013년부터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는 공공심야약국 또한 시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공공심야약국은 대한약사회 대구시지부와 연계해 대부분의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 시간대에도 찾을 수 있도록 자정 혹은 다음날 오전 6시까지도 운영하는 약국이다. 현재 대구 시내 10곳에서 운영 중이다.

◆ 종합병원 확대·지역간 의료격차 해소 노력도 경주

7개 특·광역시 중 세 번째로 보건의료기관이 많고, 상급종합병원도 5곳으로 타 광역시에 비해 넉넉하며, 문제였던 응급의료체계도 개선해 전국의 표준이 됐고, 전국 최초로 공공심야약국을 시행하는 등 대구의 의료 체계는 타 지역보다 단단하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그래도 과제는 남아있다.

타 지역보다 적은 종합병원 숫자를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의원과 상급종합병원 사이에 위치, 중등증·경증 질환 치료를 담당하는 종합병원은 14곳에 불과하다. 이는 비슷한 규모의 인천(18곳), 광주(22곳)보다 적다. 이 때문에 '대구 의료 체계의 허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것도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진료권역별로 격차가 발생하는 부분도 해결과제라고 대구시는 판단하고 있다. 대구시의 분석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의료서비스의 경우 화상, 신생아실 의료서비스를 제외하고 동북권(중구, 동구, 북구, 수성구, 군위군)이 서남권(서구, 남구, 달서구, 달성군)에 비해 낮은 것으로 관찰됐다.

과제 해결을 위해 대구시는 대구의료원의 기능 강화와 각종 지원책 등을 마련 중이다. 대구의료원은 경북대병원과의 협력을 통해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 대구를 대표하는 공공종합병원으로서의 위상을 만들어낸다는 목표를 향해 달리고 있고, 칠곡경북대병원에는 소아응급 전담 전문의 확충에 6억원을 지원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의료 공백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대구시민들도 많은 불편을 겪고 계시는데 대구의 의료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불편을 겪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대구시민들이 '아프더라도 대구에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대구시는 앞으로 더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