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민기자의 봉주르, 파리] 올림픽 개회식 날, 곳곳이 통제된 파리

입력 2024-07-27 08:50:13 수정 2024-07-28 21:49:37

개막식 진행된 센강 주변 접근 어려워
개선문 인근도 통제돼 오가는 데 불편

파리 올림픽 홍보물이 걸린 파리 시청사 앞. 개막식이 진행되는 센강 인근에 있어 출입이 통제된 탓에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채정민 기자
파리 올림픽 홍보물이 걸린 파리 시청사 앞. 개막식이 진행되는 센강 인근에 있어 출입이 통제된 탓에 많은 이들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채정민 기자

같은 곳을 다녀오는 데 평소보다 두 배는 시간이 더 걸렸다. 곳곳에 통제선이 설치됐고, 군경이 쉽게 눈에 띄었다. 1924년 이후 100년 만에 다시 올림픽을 여는 파리의 26일 풍경이었다.

26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파리 올림픽이 막을 올렸다. 이번 올림픽은 파리 시내 곳곳의 유명 문화유산과 파리의 젖줄 센강을 활용해 진행되는 게 특징. '완전히 개방된 대회(Games Wide Open)'라는 대회 표어(슬로건)에 걸맞게 건축과 공간의 경계를 없앴다는 것이 파리 올림픽조직위원회의 자랑이다.

프랑스 파리 센강에 인접한 건물에 들어갈 수 없게 바리케이트가 길게 설치돼 있다.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 센강에 인접한 건물에 들어갈 수 없게 바리케이트가 길게 설치돼 있다. 채정민 기자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샹드 마르스 광장에선 비치발리볼, 베르사유 궁전 앞에선 승마 경기가 열린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와네트가 처형당했던 콩코르드 광장에서는 브레이크 댄스와 3대3 농구 경기 등이 펼쳐진다. 펜싱과 태권도는 1900년 만국박람회가 열렸던 그랑팔레에서 볼 수 있다. 양궁이 열리는 앵발리드에는 나폴레옹의 유해가 안치돼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주경기장 밖에서 개막식이 진행된다는 점. 파리 도심을 관통하는 센강에서 26일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의 핵은 선수단 입장. 각국 선수단은 보트를 타고 오스테를리츠 다리에서 파리시청사, 노트르담 대성당, 퐁네프 다리, 루브르 박물관, 콩코르드 광장을 지나 트로카데로 광장으로 향했다.

프랑스 파리 센강의 퐁네프 다리로 진입하는 도로가 통제되고 경비 병력이 지키는 모습.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 센강의 퐁네프 다리로 진입하는 도로가 통제되고 경비 병력이 지키는 모습. 채정민 기자

개막식이 성대하고 화려하게 진행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신경이 쓰이는 점은 안전. 테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터여서 경계는 더욱 강화됐다. 이 때문에 파리 시민들이 겪는 불편이 상당하고, 이로 인해 불만이 크다는 게 현지를 돌아보며 실감이 났다.

개막식 입장권 추첨에서 탈락, 센강을 마주한 채 개막식을 지켜볼 호사(?)는 누릴 수 없었다. 대신 개막식이 열리기 전 센강 주변 풍경과 숙소를 구한 개선문 인근까지 걸어서 훑어봤다. 경찰과 헌병, 전투복과 자동소총을 든 군인들이 곳곳에서 막아서는 바람에 빠른 길을 두고 돌아가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 샹젤리제 거리에 차량이 진입할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으로 나와 사진을 찍는 등 풍경을 즐기고 있다.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 샹젤리제 거리에 차량이 진입할 수 없게 되면서 사람들이 도로 한복판으로 나와 사진을 찍는 등 풍경을 즐기고 있다. 채정민 기자

파리 시청사에서 센강을 따라 걸으며 올림픽의 향기를 느껴보다가 개선문으로 향하는 게 애초 계획한 길. 콩코르드 광장에서 상제리제 거리를 걸으면 개선문으로 향한다. 구글 앱 지도를 확인해보니 대략 1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오후 3시 30분쯤 파리 시청사를 지났으나 개선문 인근에 다다랐을 때는 오후 6시 30분이 훌쩍 넘었다.

바리케이트가 이어지는 통에 센강에는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현지 주민들과 경계 인력이 실랑이를 벌이는 풍경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파리 시청사 부근에서 어머니를 휠체어에 태운 채 센강을 건너려던 한 시민은 울분을 터뜨렸다. 듣고 있던 헌병도 화를 내면서 상황이 악화하자 주변 사람들이 뜯어 말리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 샹젤리제 거리를 헌병과 경찰 등 경비 병력이 차단한 모습.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 샹젤리제 거리를 헌병과 경찰 등 경비 병력이 차단한 모습. 채정민 기자

틈만 나면 흩뿌리는 비도 짜증을 유발했다. 센강에 접근하기 어려워 개선문으로 발길을 돌렸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콩코르드 광장에서 개선문으로 가는 샹젤리제 거리뿐 아니라 인근 도로 곳곳도 통제돼 우회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오후 6시가 가까워져 겨우 개선문 인근에 다다랐다. 개선문 위에 누군가 있는 것 같아 휴대전화에 내장된 카메라로 확대해 살펴봤다. 저격 소총을 가진 군인들처럼 보였다. 마침 창문에 'VIP1'부터 'VIP4'라는 딱지를 붙인 버스들이 경찰차의 호위 속에 개선문 인근을 빠르게 통과했다.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위에 경비 병력이 진을 치고 있다. 채정민 기자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위에 경비 병력이 진을 치고 있다. 채정민 기자

너무 불편했지만 횡재(?)도 있었다. 평소 샹젤리제 거리는 무수히 오가는 차량들로 붐비는 곳. 하지만 이날은 '보행자들의 천국'이 됐다. 평소와 달리 사람들은 도로 한가운데서 개선문을 배경 삼아 마음껏 셔터를 눌러볼 수 있었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었던 덕분이었다. 파리에서 채정민 기자 cwolf@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