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거듭되는 '묻지마 탄핵' 공세…국정·공공기능 마비 우려

입력 2024-07-26 16:15:07 수정 2024-07-28 21:02:36

한동훈 " 방송 4법,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시도 등 무도한 입법 폭거"…"국민 질릴 것"
尹정부 총 13건 장관·검사·판사 등 탄핵 시도…野 헌재 탄핵 소추 기각에도 아랑곳없어

전현희, 김승원, 이건태, 장경태, 이성윤, 박은정 등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추진과 관련 대통령실에 증인출석요구서 수령을 촉구하며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하던 중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전현희, 김승원, 이건태, 장경태, 이성윤, 박은정 등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12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청문회 추진과 관련 대통령실에 증인출석요구서 수령을 촉구하며 서울 용산 대통령실을 항의 방문하던 중 경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를 향한 거대 야당의 잇따른 '탄핵 남용'에 국정 기능 마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은 물론 장관, 검사, 공공기관장 등 당리당략에 따라 '마구잡이식 탄핵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의석에서 열세인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외에 뾰족한 대응책도 없는 형편이다.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의회 운영, 탄핵 독주에 대한 여론 역풍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상화된 탄핵 정국, 정부 공공기능 마비 우려

26일 이상인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의 자진 사퇴는 민주당이 주도하는 '탄핵 정국'의 난맥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이 위원장은 이날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에 들어가기 앞서 스스로 물러남으로써 '탄핵' 압박을 우회하는 선택을 했다. 이 직무대행 사퇴로 방통위는 정원이 5명인 상임위원이 한 명도 없는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민주당의 방통위 상대 탄핵소추는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기관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소추권 남발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26일 이 직무대행 탄핵 추진에 대해 "국민들이 놀라고 질렸을 것"이라며 "방송 4법도 그렇고 방통위 부위원장 탄핵 시도 등 이 일련의 과정이 무도한 입법 폭거"라고 비판했다.

한 대표는 앞서 민주당 김현 의원이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도 탄핵 대상에 포함하는 방통위법 개정안을 발의한 점을 거론하며 "현행법상 부위원장은 탄핵 대상이 아니라는 걸 (민주당도) 아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사흘째 진행되는 점도 탄핵 정국의 기형적인 예다. 이 직무대행이 사퇴 전 방통위는 '1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후보자가 임명되면 '2인 체제'로 의결정족수를 충족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등 각종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권에서는 이 후보자가 임명되면 민주당이 방통위원장에 대한 탄핵을 곧바로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이 직무대행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것은 방통위 기능을 정지시켜 MBC 경영진 교체를 막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방송을 장악하겠다는 당리당략 때문에 국가 행정 업무를 마비시키겠다는 민주당의 발상이 참으로 경악스럽다"고 비판했다.

2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현 과방위 간사, 한민수 과방위원이 국회 의안과에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상인)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 김현 과방위 간사, 한민수 과방위원이 국회 의안과에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이상인)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관·검사·판사…윤 정부 출범 후 총 13건 탄핵 시도

'탄핵 중독'이라는 비판이 나올만큼 야당의 탄핵 구호는 일상적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포함해 지금까지 총 13건의 탄핵을 시도했다. 이중 22대 국회 들어서는 6건이다.

탄핵안을 밀어붙였다가 역풍이 우려되면 슬그머니 물러서거나, 탄핵안이 헌재 재판에서 기각되는 등 무리한 탄핵 시도였음이 드러나도 묻지마 탄핵 구호를 반복하고 있다.

검사 4명의 탄핵 추진에 대해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탄핵 조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나, 21대 국회에서 추진된 이상민 행안부장관, 임성근 전 부장판사, 안동완·손준성·이정섭 검사 탄핵안 등이 그 사례다. 이 장관, 안 검사 탄핵안은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됐고, 임 전 부장판사 탄핵안은 각하됐다.

특히 민주당이 핼러인 참사 책임을 물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을 주도한 것은 대표적인 탄핵 남용 사례로 꼽힌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이상민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재판에서 "파면할만한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며 재판관 전원일치로 탄핵 소추를 기각했다.

윤 대통령 탄핵을 염두에 둔 청원 청문회도 여당 의원들이 "불법 청문회"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26일 2차 청문회도 밀어붙였다.

여당 한 관계자는 "거대 야당의 '마구잡이식 탄핵 몰이'에 국회에서 민생 논의는 실종되고 파행이 거듭되고 있다"며 "어떻게 해서든 현 정부를 흔들어 차기 정권을 노리는 정략적 모습이 계속됨다면, 여론의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민주당의 잇따른 탄핵 시도에 대해 "국회에 현재 계류된 중점 법안이 94건 정도인데 논의조차 제대로 안 되고 있어 모든 피해가 주권자인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하루빨리 국회가 정쟁하기보다는 국민의 절박함에 귀를 기울여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 탄핵청문회 출석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촛불행동 주최로 열린 김건희 탄핵청문회 출석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