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유세 대결 펼친 두 후보…자제한 해리스 vs 원색 비난 나선 트럼프

입력 2024-07-25 16:04:34 수정 2024-07-25 19:02:38

해리스, 트럼프 2기 청사진 비판했지만 트럼프 개인 공격은 자제
트럼프, 2시간 가까이 유세하며 해리스 원색 비난·색깔론 공세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대선 유세를 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급진 좌파 미치광이"라고 비난했다. 연합뉴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흑인 여대생 클럽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열린 흑인 여대생 클럽인 '제타 파이 베타'가 주최한 행사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여성에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 결과가 혼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 후보를 예약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첫 유세 대결을 펼쳤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캠프 정책을 비난하며 흑인 여성 표심을 구애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초반 기세를 꺾으려는 듯 해리스 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해리스, 발 빠른 교통정리로 주도권 확보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인디애나주에서 열린 흑인 여대생 클럽인 '제타 파이 베타'가 주최한 행사에서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흑인 여성에 구애했다. 15분가량 진행된 연설에서 보수 싱크탱크와 전직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이 트럼프 2기 국정 운영 청사진으로 만든 '프로젝트 2025'를 비판했다.

그는 프로젝트 2025 정책들에 대해 "미국을 어두운 과거로 되돌리기 위한 계획", "우리 자녀와 가족, 미래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공격하지는 않았다.

이런 가운데 해리스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후보직 사퇴 이후 보여준 발 빠른 당내 교통정리를 높이 평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 선언이 있었던 21일 오전 바이든으로부터 '통보'를 받은 뒤 워싱턴DC 해군천문대(USNO) 내 부통령 관저로 최측근들을 소집했다.

그리곤 지체 없이 행동에 나섰다. 같은 날 오후 1시 46분쯤 바이든 대통령이 소셜미디어에 사퇴 선언문을 올린 그 순간부터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미리 준비해 놓은 명단에 따라 민주당 핵심인사들에게 빠짐없이 연락해 바이든을 대신할 대선후보로 자신을 지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10시간 동안 무려 100통의 전화를 했다고 한다.

최측근들도 최종적으로 누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될지 결정할 대의원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결국 바이든 사퇴로부터 약 36시간이 지난 이튿날 밤 마침내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단순과반)인 대의원 1천968명의 지지를 확보했다.

하워드 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전 의장은 "이건 매우 잘 조직된 폭포처럼 이어지는 일련의 움직임이었다"면서 "일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나 스스로도 놀랐다"고 말했다.

NYT는 "이런 대대적 공세(blitz)는 최근 몇 주간 바이든에게 결여됐던 종류의 활력과 에너지를 입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막말 본능 살아나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말 본능이 되살아나고 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을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 해리스 등장 이후 대선 판도가 출렁이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에서 "(해리스가) 대통령직을 맡을 기회가 생긴다면 우리나라를 파괴할 극단주의적인 좌파 미치광이"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이 강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검사 생활을 한 경력을 두고 "마르크스주의 지방검사"라고 부르며 색깔론을 부채질했다.

그는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해리스 부통령의 접근을 비판하면서 "이런 멍청한 IQ 낮은 사람들" 때문에 불법 이민자들이 계속 입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짜뉴스가 해리스 부통령을 "우리나라의 구세주인 듯" 보도하고 있다면서 자신의 유세에 훨씬 많은 지지자가 모이는 데도 언론이 해리스 부통령의 대선 출마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공화당 진영도 해리스 공격에 힘을 보탰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 J.D. 밴스 상원의원의 과거 인터뷰 발언이 다시 회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비판의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밴스 의원은 2021년 폭스뉴스의 '터커 칼슨 투나잇'에 출연해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생물학적인 자녀가 없는 몇몇 민주당 인사들에 대해 "아이가 없어 국가의 미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밴스 의원은 이들을 '자식이 없는 고양이 아가씨(cat ladies)'라고 칭하기도 했다.

공화당 지지층은 이 인터뷰 영상을 다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며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공격 소재로 삼았다.

보수 논평가인 윌 체임벌린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해리스가 대통령이 되지 말아야 하는 단순하지만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 이유는 자식이 없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해리스 부통령 부부를 향한 성차별, 인종차별적 공격도 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극우 성향의 SNS 플랫폼인 갭(Gab) 등을 중심으로 이들 부부에 대한 반유대주의적이거나 여성 혐오적인 게시물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