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건희 여사 소환 대면(對面) 조사를 '제3의 정부 시설'에서 행한 것에 대해 이원석 검찰총장이 '특혜(特惠)와 성역(聖域)이 없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며 "국민들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의 사과에는 김 여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사전에 보고받지 못한, 이른바 '총장 패싱'에 대한 불쾌감이 담겨 있다고 본다.
김 여사가 검찰 조사에 응한 것은 '도이치모터스' 관련 의혹을 더 이상 끌 수 없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다. 사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은 김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결혼하기 전의 일이다. 명품 백 수수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는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검찰이 조사해서 기소를 하든, 무혐의로 종결 처리를 하든 결말을 지었으면 지금처럼 야당이 '김건희 특검법' 정치 공세를 펼 여지도 없었다.
문재인 정부 때 검찰이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을 1년 6개월가량 뒤졌지만 혐의점을 찾지 못해 기소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사건을 종결하지도 않았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이 총장 역시 김 여사 사건을 결론 내지 않고 질질 끌었다. 그러는 동안 야당은 줄기차게 특검 공세를 펼쳤다. 김 여사 소환 조사를 제3의 장소에서 한 것을 두고 이 총장은 자신이 강조해 온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첨하지 않는다)' 원칙이 지켜지지 않아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검찰총장 취임 2년이 지나도록(검찰총장 직무대행 포함) 이 사건을 질질 끌어 스스로 원칙을 훼손하지 않았나?
김 여사가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받은 것은 적절하지 못했다. 일반 국민들과 똑같이 조사받는 모습을 보여 주었더라면 깔끔했을 것이다. 하지만 경호상 이유와 현직 대통령 부인이 검찰 대면 조사를 받았던 전례가 없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가피했다고 볼 수 있다. 본질은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특혜 조사'니 '약속대련(約束對鍊)'이니 하는 말들은 결국 검찰의 김 여사 조사 자체도 정쟁(政爭) 거리로 만들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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