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태인, 21일 라팍서 아들과 시구, 시타 행사 참여
시타 후엔 '채럼버스 사건'도 재현해 웃음 유도해
채태인, "신예 선수들 기회 주면 더 잘 해낼 것"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르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만큼 떨렸다는 얘기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왕조 시절 주역 중 1명이었던 채태인(42)이 21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이하 라팍)에서 시타에 나선 뒤 취재진을 만나 밝힌 소감이다. 채태인은 이날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가 열리기 전 타석에 섰고, 시구는 그의 아들 예준 군이 맡았다.
채태인은 아들이 던진 공에 헛스윙한 뒤 갑자기 1루로 냅다 뛰었다. 이어 2루를 거쳐 3루까지 가지 않고 곧바로 홈으로 들어왔다. 이른바 '채럼버스 사건'을 살짝 재현한 것이다. 채럼버스는 채태인의 성과 신대륙을 개척한 콜럼버스를 합쳐 만들어진 말. 팬들은 지름길과 합쳐 '채름길', 최단거리와 더해 '채단거리'라고도 했다.
채럼버스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2011년 5월 3일 삼성의 1루 주자였던 채태인은 외야로 타구가 향하자 3루까지 뛰다 타구가 잡힐 줄 알고 1루로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이 타구는 안타가 됐고, 채태인은 급히 3루로 다시 내달렸다. 문제는 2루 베이스를 밟지 않은 채 2루와 마운드 사이 잔디를 가로질러 가버렸다는 점. 결국 '누의 공과'로 아웃됐다. 공교롭게도 당시 상대가 21일 삼성과 대결한 롯데였다.
채태인은 "미리 준비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라팍에서 한번 해보고 싶었다. 내가 그것 때문에 유명해졌다"며 "세계에서 야구를 제일 잘 한다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도 그런 플레이를 했다. 좋지 않은 플레이였지만 재미있게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채태인은 해외파 특별 지명으로 2007년 삼성 유니폼을 입은 뒤 좌타 거포로 이름을 알렸다. 삼성을 거쳐 넥센 히어로즈, 롯데 자이언츠, SK 와이번스까지 통산 1천241경기에 나서 타율 0.298, 127홈런, 678타점을 기록했다. 현재는 부산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야구 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타석에 설 때 진짜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서는 느낌이었다. 정말 떨렸다. 시구에 나선 아들도 많이 떨린다고 했다"며 "마이크를 잡고 팬들에게 인사를 할 때부터 많이 떨렸다. 인사하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기억해주시고 박수를 보내주신 팬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채태인은 최형우(KIA 타이거즈), 박석민(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육성 코치)과 함께 2000년대 후반 새로운 삼성 타선을 이끈 주역. 그는 "당시 선동열 감독님이 우릴 전폭적으로 밀어주신 덕분"이라며 "지금 신예인 김영웅, 김지찬, 김현준, 이재현도 잘 해주고 있다. 계속 기회를 주면 다시 삼성 왕조를 세우는 주역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라팍 개장 첫해인 2016년 개막을 눈앞에 두고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을 떠났다. 그런 만큼 라팍에 선 감회는 더 컸다. 채태인은 "라팍에서 이 유니폼을 꼭 한 번 입고 싶었는데 기회를 주신 삼성 구단에 감사드린다"며 "평생 잊지 못할 하루가 됐다"고 했다.
채태인은 장난기가 많고 입담도 좋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딱 하나, 삼성에서 누가 날 트레이드시켰는지 꼭 알아내고 싶다. 여기서 은퇴하고 싶었다"며 웃었다. 농담처럼 말했고, 농담이라고 강조했지만 어느새 그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그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언제나 삼성을 응원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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